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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니 'KF-X 재협상' 결정과 방사청의 낙관주의

[취재파일] 인니 'KF-X 재협상' 결정과 방사청의 낙관주의
결국 인도네시아가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 참여 조건을 우리 정부와 재협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지분 20%를 내고 KF-X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쓰나미로 인한 혼란과 어려워진 경제 여건을 재협상의 사유로 내걸었습니다. 올 초부터 인도네시아의 KF-X 사업 철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었는데 인도네시아가 재협상이라는 패를 내놓은 겁니다.

인도네시아는 "투자금은 깎고 기술 제공은 더 요구할 것"이라며 재협상의 목적을 밝혔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항공업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사업 철수 수순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사업 참여 조건이 워낙 파격적이라 깎아줄 돈도, 더 얹어줄 기술도 없기 때문에 나오는 분석입니다.

이 달 초만 해도 방사청은 "인도네시아와의 협조, KF-X 핵심기술 개발 모두 잘 되고 있다"고 자신만만했습니다. 잘 좀 들여다보라는 주변의 충고가 많았지만 방사청은 낙관했습니다. 속으로 곪는 줄 알면서도 겉으로는 느긋한 척했을 수도 있습니다. 꽁꽁 숨겼다가 뒤늦게 큰 탈이 났던 4대 핵심기술 이전 거부 파문이 떠오릅니다.

● KF-X의 뇌관, 인도네시아
[취재파일] 인니 'KF-X 재협상' 결정과 방사청의 낙관주의
KF-X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맡고 있습니다. KAI는 지난 2015년 11월 인도네시아와 체계개발 가계약을 맺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개발비의 20%를 내고 KF-X 양산 기술과 전투기 몇대을 받아가는 게 골자입니다. KF-X 개발비가 8조 7천억원 정도여서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은 1조 7천억원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작년 전반기 분납금 452억 원을 보낸 뒤 작년 후반기 분 1,389억 원, 올해 전반기 분 994억 원 등 모두 2,383억 원을 미납했습니다.( ▶ [취재파일] 지갑 닫은 인니…바람 잘 날 없는 KF-X)

특히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 조코 위도도 대통령 지시에 따라 KF-X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인도네시아의 입장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검토를 했습니다. 검토 주체는 인도네시아 국방부인데 대통령 보고는 위란토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이 맡았습니다.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KF-X 사업에서 철수하고 러시아 전투기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세력의 수뇌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재협상 의사를 밝힌 이도 위란토 장관입니다.

1월에 이미 인도네시아의 의도는 읽혔습니다. 인도네시아가 한·인니 민항기 공동개발 사업으로 지분을 돌리려고 한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하지만 KF-X 사업을 총 지휘하는 방사청은 "이미 낸 분담금이 볼모로 잡혔으니 절대로 철수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업계, 학계 등 정부의 맞은 편에서는 "회교국가인 인도네시아에게 미국 원천 기술을 제공할 수나 있겠나"라는 비관론이 비등했습니다. 현재 방사청은 미국으로부터 인도네시아 기술이전에 대한 승인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달 9일~11일 방한해 우리 정부에 KF-X 사업 관련 언급을 했습니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사업을 계속 함께 하자는 뜻을 천명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벌써 재협상할 의사를 보여주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 재협상?…"줄 게 없다"

2015년 11월 가계약을 체결할 때 인도네시아는 넉넉한 보장을 받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입니다. 인도네시아의 KF-X 사업 참여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우리 정부, 즉 방사청이 계약을 맺은 게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KAI의 계약입니다. 애초에 KAI와 함께 대한항공도 KF-X 사업을 따내려고 뛰어들었는데 KAI와 대한항공이 인도네시아로부터 확실한 지원을 받으려고 경쟁적으로 인도네시아에게 "덜 받고 더 주는" 사업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항공업계의 한 원로는 "정부가 인도네시아와 계약을 맺고 사업자에게 넘겨줘야 하는데, 정부가 업체들에게 인도네시아를 끌어들이는 경쟁을 시켰다"고 말했습니다. KAI와 대한항공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도네시아에게 큰 인심을 써서 퍼줬기 때문에 인도네시아가 재협상을 요구한들 "돈을 깎아줄 수도, 더 내줄 기술도 없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원로는 "재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테고 그러면 인도네시아는 KF-X 사업 철수를 선언할 것"이라며 "재협상 운운하는 건 전형적인 사업 중도포기 포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경고음이 여러 번 울렸지만 정부는 장밋빛 전망만 내놨습니다. 방사청과 주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번갈아 "인도네시아의 KF-X 사업 참여는 순항중"이라고 입을 맞췄습니다. 어제(22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도 강환석 방사청 대변인은 "2026년까지 양산하는 KF-X 사업에 영향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영향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1월 KF-X 사업을 재검토한 뒤 우리 정부에 결과를 통보해주기로 했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1월에 재협상 계획을 굳혔을 겁니다. 방사청은 인도네시아로부터 통보를 받았는지 여부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통보를 받아뒀다면 그 내용을 명명백백히 밝힐 일입니다. KF-X의 앞날이 불안불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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