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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선수생활 끝날 뻔"…'갑상선 제거' 최경주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취재파일] "선수생활 끝날 뻔"…'갑상선 제거' 최경주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PGA 투어에서 8승을 기록한 한국 남자골프의 개척자 최경주 선수가 지난 19일 귀국했습니다. 최경주 선수는 지난 6월 초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2라운드를 마친 후 피로 누적과 허리 통증을 이유로 PGA 투어 사무국에 병가(medical extension)를 냈고, 이후 거의 투어 활동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국내 대회 출전도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5월 17~20일)과 제네시스 챔피언십(5월 24일~27일)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의 귀국 소식을 듣고 오는 25일부터 최경주 재단이 주최하는 KPGA 코리안투어 대회(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본인이 직접 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해 인천공항으로 취재를 갔습니다. 그런데 입국장으로 들어서는 최경주 선수를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14시간 비행으로 피곤하기도 했겠지만 '코리안탱크'라는 별명이 무색할 만큼 몸이 홀쭉해지고 야윈 모습이 무척 낯설었습니다. 몸무게부터 물었더니 91kg이던 체중이 13kg 빠져 현재 78kg이라더군요. 최경주 선수는 체중 감량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최근 '갑상선 절제 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방송 카메라 앞에서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 [단독] 최경주, 갑상선 암 딛고 새로운 도전…"또 다른 시작"

"갑상선에 종양이 있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죠. 담당 선생님은 일단 열어봐야(수술해봐야) 안다면서 갑상선 2개 중 한 개는 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어요. 요즘 갑상선 수술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수술 날짜 받아놓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혹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잖아요. 기도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수술실 들어갈 때 아내와 아이들 얼굴이 겹쳐지면서 내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구나, 시합에만 매달려 성과만 생각하며 살았구나…지난 25년의 투어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최경주 선수는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았다며 얘기를 이어갔습니다.

"다행히도 결과는 굉장히 좋아서 갑상선 2개 중 한 개만 제거하고 나머지 한 개는 살려놓은 상태입니다. 만약 갑상선을 둘 다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 선수 생활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이런 아픔을 겼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좀 더 겸손하게 까불지 않고 잘 할 겁니다. 하하."

그는 5~6개월 후면 약을 안 먹어도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며, 건강할 때 놓쳤던 일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PGA 투어에 처음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면서 생각해 보니까 제가 투어 생활을 25년 했더라고요. KPGA 투어를 1994년 시작해서 6대 투어를 다 다녔더라고요. 그러는 동안 단 한 번도 휴식기가 없었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고, 나의 '미래의 이력서'는 어떻게 쓸까? 그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지나간 과거는 됐고 이제 새로운 시작으로 다시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스스로가 감사하고 또 가족에 감사하죠. 그동안 와이프가 고생 많이 했더라고요. 나는 투어한다고 밖으로만 다녔는데, 과거엔 그게 잘 안 보였는데 이제 그런 모습들이 다 보입디다. 앞으로는 돈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제2의 골프 인생을 살아볼까 합니다."

최경주 (사진=KPGA, 연합뉴스)
배가 들어가고 홀쭉해져서 '아재 몸매'가 청년 됐다고 덕담을 전하자 껄껄 웃으며 반색하더군요.

"굉장히 편하죠. 몸이 가볍고요. 제가 후원사 슈페리어 옷을 96년부터 지금까지 22년을 입었는데 매장에 걸린 옷을 그냥 입는 게 처음이에요. 그동안은 기성복 사이즈가 맞지 않아 맞춤으로 주문해서 입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식생활이 잘못됐던 것 같아요. 제 몸이 어떻게 보면 고등학교 3학년 때 수준으로 돌아온 느낌인데, 저는 아주 해피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잘 못 알아보세요. 하하. 제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걸 표현하는 걸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몸이 아파 4개월간 채를 잡지 않았다는 최경주 선수는 3주쯤 전부터 다시 샷 연습을 하고 웨이트를 시작했는데 샷 비거리는 전혀 줄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많이 회복되고 있어요. 이번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저도 선수로 출전을 하는데 기량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지구력이 문제인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고, 이 대회만큼은 긍지가 있고 전통이 있는 대회라고 자부합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모든 선수들이 만족하는 대회로 만들 겁니다."

경남 김해의 정산 골프장에서 오는 25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의 총상금은 10억 원인데, 이번에는 특별히 '예비비'가 추가돼 눈길을 끕니다.

"예년에 비해 올해 달라진 것은 총상금에 예비비를 더해 '등외 상금'을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60위를 벗어난 선수들에게 똑같이 350만 원씩 주는 거죠. 3500만 원을 총상금 10억 원 외에 별도로 마련해서 70명까지 최소 상금 350만 원을 보장해줍니다. 이건 KPGA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후원사인 현대해상에서 선수들을 위해 각별히 배려해 주셨습니다."

한국 골프의 '레전드'로 PGA 투어 통산 8승을 기록한 최경주는 내년 2~3월을 PGA 투어 복귀 시점으로 잡고 있습니다. 통산 상금 25위 자격으로 따낸 투어 시드도 아직 1년이 더 남아있고 만 50세가 되는 2020년부터는 시니어 투어가 또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초심을 다시 일으키는 계기로 삼을까 합니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많으니까 좀 느긋하게 생각하고 준비하렵니다. 제가 도쿄올림픽 감독을 하기로 돼 있기 때문에 도쿄 올림픽까지 치르고 나면 바로 시니어가 되거든요. 시니어 투어 가면 또 제가 '영건' 아닙니까? 앞으로 좋은 기회가 많다…그렇게 해피하게 보고 있습니다."

아픈 만큼 더 성숙해진 '코리안탱크' 최경주. 그의 도전과 질주는 환갑이 넘어서도 멈추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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