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한데도 "시끄럽다·잔디 상한다"…눈치 보는 '닥터헬기'

민경호 기자 ho@sbs.co.kr

작성 2018.10.20 07:37 수정 2018.10.22 16: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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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료헬기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건 헬기 바람에 피해 봤다고 항의하고, 또 착륙하면 잔디 상한다고 핀잔 주는 우리 사회의 인식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팀의 카메라에 담긴 생생한 장면 보시죠.

민경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3년 8월, 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 아주대병원 외상센터팀이 탄 소방헬기가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내렸습니다.

[이국종/아주대 병원 외상센터 교수 : 트럭 기사님 되세요?]

[민원인 : 아니 그걸 뭘 통제를 시키고 헬리콥터를… 아 진짜! 아니, 다 날아가서 어떻게 (짐을) 묶어서 가냐고 이거를. 고무줄 다 끊어져서…]

헬리콥터 바람에 화물차 짐 고정 줄이 끊어지는 피해를 봤다며 화내는 겁니다.

[이국종 교수 : 사람이 죽고 살고 하는, 사람이…]

[민원인 : 사람이 죽고 살고 해도… 지금 헬기 떴소? 헬리콥터 떴소, 지금?]

관공서도 마찬가지라고 이국종 교수는 말합니다.

한 구청 앞의 가로 210m 세로 85m의 축구장 두 개 만한 광장에 응급헬기를 내렸더니 공무원이 나와 잔디가 손상된다고 항의했다는 겁니다.

[이국종/아주대 병원 외상센터 교수 : 저희가 하는 중증외상 환자를 위한 항공이송 그런 거보다 오히려 가치를 더 크게 매긴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그다음부터는 개천가나 이런 더 위험지역으로 내려앉아요.]

닥터헬기 기장 등 운용업체도 각종 민원에 사과하는 게 일이 됐다고 말합니다.

[닥터헬기 운용업체 관계자 : (닥터헬기를) 타고 오신 환자 본인도 나중에 (본인) 동네에 가면 시끄럽다고 민원 넣으시는 분도 있으시니까요.]

구급차에 양보하는 문화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지만, 의료 헬기의 경우 아직은 의사와 간호사, 기장이 모두 나서 사정하고 눈치 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