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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공정'이란 무엇인가 ④ - '모두가 공정위의 사람들'

공정위 과징금의 공정(公正)을 묻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8.10.20 15:00 수정 2018.10.20 18:3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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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공정이란 무엇인가 ④ - 모두가 공정위의 사람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공정위의 대표 제재수단인 과징금에 주목했다. 지난 2000년 이후 최근까지 공정위가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사건의 의결서들을 중점 분석했다. 어느 기업이, 어떤 위반행위로, 얼마의 과징금을, 얼마나 자주 부과 받았는지, 이들의 대리인은 누구인지, 그리고 이런 결정을 내린 공정위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분석했다. 무엇보다 공정위의 '과징금 할인'이 어떤 절차를 통해 이뤄지는지도 알아봤다. [마부작침]은 공정위가 과징금을, 기관 이름처럼 공정(公正)하게 부과하고 있는지 따져봤다. 특히 '과징금 결정'이라는 공정(公定)이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4편의 기사를 통해 묻는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 역대 공정위원장 19명…민간 출신 5명, 관료 출신 14명

198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 출범한 이래 현 19대 김상조 위원장까지 공정거래위원장은 19명이 배출됐다. 초대 최창락 위원장은 경제기획원 차관을 겸임하면서 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1996년까지 공정위원장은 차관급이었는데, 96년 3월, 9대 김인호 위원장 때부터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관료가 아닌 민간 출신 공정위원장이 나왔다. 경실련 대표를 지낸 12대 강철규 위원장 이후로는 15대 정호열 위원장까지 4명이 모두 민간 출신이었다. 16대부터 18대까지 세 명은 다시 관료 출신이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또다시 민간 출신이 임명돼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상조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역대 위원장 19명 중에 14명은 관료, 5명은 민간 출신이다.

○ 과징금 '덜 깎아준' 위원장 1, 2위는 김상조, 강철규

현행 과징금 부과체계의 틀이 마련된 2004년 4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의결된 주요 과징금 사건 의결서 438건을 전수 분석했다. 이 기간 공정위원장은 12대 강철규부터 19대 김상조 현 위원장까지 8명이다. (2004년 4월 이전에는 3차례 조정 과정이 없어 각 조정 과정마다 얼마나 차이 나는지 분석할 수 없다.)
[마부작침] 공정위
기준액을 바탕으로 처음 산정한 기본과징금과 최종과징금의 차이가 가장 적은, 다시 말해 재임 중 과징금 감경률이 가장 낮았던 위원장은 17.7%의 김상조 위원장이다. 기본과징금 합계가 4,837억 원인데 실제 부과과징금은 3,980억 원으로 가장 덜 깎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감경률이 낮은 건 첫 민간 출신이었던 12대 강철규 위원장으로 32.4%였다. 기본과징금 총액 3,952억 원, 실제 부과과징금 2,673억 원이었다. 다음은 16대 김동수 위원장으로 50.4%의 감경률을 보였다.(※ 강철규 위원장의 경우 2003년 3월 취임했으나 감경률 분석에선 2004년 4월부터 2006년 3월 퇴임 때까지만 다뤘다.)

감경률이 가장 높았던 위원장은 누구일까. 박근혜 정부의 첫 공정위원장이었던 17대 노대래 위원장이다. 기본과징금 3조 4,720억 원에서 실제 부과과징금 1조 3,511억 원, 61.1%의 감경률로 집계됐다. 다음은 이명박 정부의 첫 공정위원장 14대 백용호 위원장으로 기본과징금 5,571억 원, 실제 부과과징금 2,250억 원으로 평균 감경률 59.6%이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민간 출신과 관료 출신 위원장의 차이가 반영된 걸까. 김상조, 강철규 위원장 시절 감경률이 낮은 편이긴 하지만, 법학과 교수 출신으로 2006년 3월부터 2년간 재임했던 권오승 전 위원장 시절 감경률은 57.4%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반면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으로 2011년 1월부터 2년간 공정위원장을 지냈던 김동수 전 위원장은 50.4%로 역대 세 번째로 낮았다. 각 위원장들의 재임기간, 의결했던 사건 수, 과징금 금액이 전부 제각각인데다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9명이 합의해 의결한다. (※ 그래서 '위원장 시절 감경률'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위원장은 친기업적이라 과징금을 많이 깎아줬고 어떤 위원장은 반기업적이라 별로 안 깎아줬다는 식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그럼에도 17.7%와 61.1%,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감경률이 두 번째로 낮았던 강철규 전 위원장은 위원장별 감경률 차이에 대해 "(과징금) 기준에 따라서 기준에 맞으면 감면해주는 룰대로 했다"면서 "관료나 민간이나 원칙대로 하는 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감경률이 가장 높았던 노대래 전 위원장은 "구체적인 건 기억나지 않지만 기준에 맞게 다 했을 것"이라며 "위원장이 깎아주는 게 아니라 전원 합의로 했다"고 답했다. 노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그 때 공정거래법 위반만 가지고 따져야 했지만 4대강 사건 이후 건설회사들이 굉장히 어려웠고 경제 상황을 고려 안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기준대로 했지만 개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 취재에 응한 전직 위원장들의 답변은 대체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기본과징금과 최종과징금의 차이가 크다고 해서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고 단정할 순 없다. 불법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건설업체 관계자가 말했듯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기준이 '고무줄 잣대'로 여겨진다면, 또 3차례 조정 중에 유독 구체적 기준이 없는 3차 조정에서 과도하게 깎아주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모두들 "아니"라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위원장 시기별로 40% 넘는 편차를 보일 수도 있다. 이를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8월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서 "현행 과징금 부과 수준이 법 위반 억지 효과를 내는 데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행위 유형별 과징금 상한을 일률적으로 2배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평균 45% 넘게 '할인'이 가능했던 3차 조정의 감경 사유를 조정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전히 3차에서의 '대폭 할인'은 가능한 구조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 부위원장·상임위원 55%는 로펌 고문 혹은 기업 이사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이름 그대로 위원회 체제다. 위원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위원장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위원 합의로 의결한다"고 말한다. 그 말대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 9명이 합의해 공정위의 심판 기능을 수행한다는 얘기다. 위원회는 위원장 외에 부위원장 1명,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으로 구성된다. 1981년 출범 당시 5명이었던 위원 수는 7명 체제를 거쳐 1996년 위원장이 장관급으로 승격되면서 현재의 9명 체제를 갖추게 됐다. [마부작침]은 이런 변화를 감안해 위원장에 이어 역대 부위원장과, 1996년 이후 상임/비상임위원들에 대해 살펴봤다.

역대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은 BBK 사건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사였던 장용석 전 위원 외에 전원 공무원/관료 출신이 임명됐다. 역대 부위원장 중 6명은 퇴임 후 대기업 사외이사를, 7명은 대형 로펌 고문이나 부설기관 위원장을 맡았다. 상임위원도 9명은 기업 사외이사를, 11명은 로펌행을 택했다.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인데, 최근 퇴임했거나 현직인 경우를 제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주로 교수와 변호사들이 맡았던 비상임위원 중에서는 비상임위원 재직 중 혹은 퇴임 후에 피심인 기업을 변호하는 문제가 논란이 됐다. 위원 대부분이 관료 출신인 위원회에서 전원 민간 출신인 비상임위원 4명이 견제와 균형에 충실하기 위한 역할을 해왔겠지만, 본업이 있어 공정위 업무에 전념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비상임위원 4명을 직능단체 추천을 받아 전원 상임위원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역대 공정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중에 여성은 1명도 없었다. 비상임위원 중에는 올해 처음으로 2명의 여성 위원이 위촉됐다.
[마부작침] 공정위페이지 주소 ☞ http://bit.ly/2PD2Utk

● 피심인 다수 대리한 변호사 72%는 '공정위 출신이거나 자문위원'

[마부작침]은 2004년 4월~ 2018년 6월 전원회의에서 의결된 주요 과징금 사건에서 피심인인 사업자를 대리한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분석했다. (※ 이름을 밝히지 않거나 00 외 0명처럼 확인 불가능한 경우 제외) 피심인 4,968명을 대리한 변호사는 676명이었는데 이중에서 피심인 50명 이상을 대리한 변호사는 18명이었다.(공동 대리 포함)
[마부작침] 공정위 사건을 1건이라도 맡았던 법무법인 57개 중에 김앤장, 율촌, 세종, 태평양, 바른, 화우 대형로펌 6곳이 100명 이상 피심인을 대리해 전체의 74.4%를 차지했다. 공정위 사건에서도 대형 로펌으로의 '쏠림' 경향은 다르지 않았다. 이들 6곳의 과징금 감경률을 따져보니 태평양이 가장 높았고 바른, 율촌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감경률이 낮은 편인 세종은 기준액이나 기본과징금, 최종 부과과징금이 모두 가장 많았다. 규모가 큰 사건을 많이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마부작침] 공정위 의결서에 피심인 대리인으로 가장 많이 이름을 올렸던 변호사는 법무법인 화우 소속의 구상모 변호사였다. 공정위에서 8년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구 변호사는 무려 125명을 대리했다. 기본과징금에서 최종 부과과징금까지 감경률은 62.1%로 나타났다. 다음은 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에 적을 둔 오금석 변호사, 104명 대리에 감경률 60.1%였다. 피심인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김앤장의 박종욱 변호사는 55명을 변호해 과징금 감경률 82.9%, 법무법인 한로의 오승돈 변호사는 52명, 82.3%의 감경률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과 공동 대리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공정위 사건에 강한 변호사'라고 단정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피심인 50명 이상을 대리했던 변호사 18명 가운데 공정위 근무 경력이 있는 이들은 6명, 출신은 아니더라도 각종 TF나 정책 자문위원을 맡았던 이들까지 합치면 13명이다. 피심인 다수를 대리한 변호사 중 72.2%는 공정위 업무를 했거나 돕고 있는 셈이다.

● 다시, '공정'이란 무엇인가?

공정위는, "과징금 산정에서 공정위가 과도한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마부작침]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법률에 공정위가 위반행위의 내용, 정도, 기간, 부당이득 규모 등을 의무적으로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런 사정을 종합 고려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공정위에 재량을 부여한 것이며 그 재량은 국회와 법원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역대 위원장들도 한결같이 "기준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3차례 조정 과정에서 기준이 구체적인 1, 2차에선 가중과 감경 폭이 작고 3차는 반면 지나칠 정도로 크다. 그렇게 큰 재량권을 갖고 행사했던 위원들 상당수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퇴직 후 기업과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다. '공정위의 과징금은 공정한가'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을까.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개편이 끝나면 더 이상 공정위의 '공정'에 대해 묻지 않아도 될까. [마부작침]이 가졌던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hyeminan@sbs.co.kr)
김그리나 디자이너·개발자(greena@sbs.co.kr)
인턴 : 윤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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