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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공정'이란 무엇인가 ② - 최종 조정에서 7.5조 원 '통큰' 할인…근거는?

공정위 과징금의 공정(公正)을 묻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8.10.19 19:01 수정 2018.10.20 15: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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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공정이란 무엇인가 ② - 최종 조정에서 7.5조 원 통큰 할인…근거는?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공정위의 대표 제재수단인 과징금에 주목했다. 지난 2004년 이후 최근까지 공정위가 전원회의에서 의결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사건 의결서 438건을 전수 분석했다. 어느 기업이, 어떤 위반행위로, 얼마의 과징금을, 얼마나 자주 부과 받았는지, 이들의 대리인은 누구인지, 그리고 이런 결정을 내린 공정위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분석했다. 무엇보다 공정위의 '과징금 할인'이 어떤 절차를 통해 이뤄지는지도 알아봤다. [마부작침]은 공정위가 과징금을, 기관 이름처럼 공정(公正)하게 부과하고 있는지 따져봤다. 특히 '과징금 결정'이라는 공정(公定)이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4편의 기사를 통해 묻는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 공정위의 '화끈한' 막판 할인

○ 취사용·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LPG 값 담합…사상 최대 과징금이었지만

LPG, 액화석유가스는 가정과 식당에서 취사·난방용으로, LPG 차량의 연료로 많이 쓰인다. 수입사 2곳과 정유사 4곳은 2003년부터 6년에 걸쳐 LPG 판매가격을 담합해 공정위에 지난 2009년 적발됐다. 당시 공정위는 사상 최대 규모인 6,69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마부작침] 공정위 가장 많은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SK가스의 사례를 보자. 담합 기간 SK가스의 관련매출액은 총 5조 1,620억 원이다. 공정위는 피심인들이 LPG 판매시장의 100%를 점유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부과기준율을 7%로 적용해 기본과징금을 3,613억 원으로 산정했다. [①백화점도 할인매장도 아닌데… '53% 폭탄세일']에서 설명했듯이 2004년 4월부터 마련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체계는 관련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기본과징금을 계산한 뒤 3차례에 걸쳐 과징금을 조정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SK가스는 1차, 2차 조정엔 해당 사항이 없어 가중이나 감경이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3차 조정에서 한꺼번에 45%나 감액받았다. 최종과징금은 1,987억 원. 공정위는 "피심인의 과징금 부담능력 등에 비추어 볼 때 부당이득의 환수, 법 위반의 방지, 제재 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범위에 비해 과징금이 현저히 과중하다고 판단된다", 이 문구와 함께 절반 가까이 깎아준 것이다.

의결서에서 과징금이 현저히 과중하다는 다른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피심인마다 매출액을 비롯해 재정 상황 역시 다를 텐데도 일괄 45% 감경을 적용했다. 위반횟수나 기간, 고의나 과실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따지는 1, 2차 조정에 해당하지 않던 피심인들의 상황이 3차에서 달라졌을 리도 없는 데 말이다.

역시 1편에서 예로 들었던 호남고속철 담합의 경우에도 과징금을 아예 면제해준 건설사를 제외하더라도 마지막 3차 조정에서 최소 20%에서 최대 90%까지 감경받았다. 문 닫을 시간이 임박한 대형마트의 초특가 세일 못지 않은 할인율이다.

○ 마지막 조정에서 7.5조, '46.7%' 할인
[마부작침] 공정위 현행 과징금 부과 체계가 마련된 뒤 단계별 과징금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과징금 사건 의결서는 모두 438건이다. 분석 결과, 기본과징금을 1차 조정했을 땐 과징금이 평균 2.3% 가중됐다. 2차 조정에서는 14.0% 감경됐고, 최종과징금을 결정하는 3차 마지막 조정에선 무려 46.7%를 깎아줬다. 과징금 고시에서 정한 위반 횟수나 기간에 따른 1차 조정, 위반행위 주도나 가담 정도, 조사 협조 여부 등 해당 사업자의 각종 행위에 따른 2차 조정은 조정률이 정해져 있다. 1, 2차 조정을 뛰어넘어 3차 마지막 조정에서 훨씬 더 큰 폭으로 깎아주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LPG 가격' 담합의 경우, 2차 조정에서 일부 회사에 대해서는 최근 1년간 적자라며 10%,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작다며 30% 감경을 해줬는데도 3차 조정에서 또다시 45%를 깎아줬다.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대외적으로 홍보했지만, 조정 과정에서 왜 그렇게 거듭해서 깎아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의결서 어디에도 없다.
[마부작침] 공정위 이는 각 조정 과정에서 과징금 액수가 가중 혹은 감경된 업체 수를 따져봐도 확인된다. 의결서의 피심인 업체 1,794개 가운데 1차 조정에서 과징금 액수가 늘어난 건 138건, 7.7%에 불과하다. 가중된 과징금 액수는 4,130억 원이다. 92.3%, 1,656건은 가중 없이 2차 조정으로 넘어갔다.

2차 조정의 경우 과징금이 가중된 건 356건, 전체의 19.8%였다. 주로 고위 임원이 위반행위에 직접 관여했다는 이유로 가중된 경우가 많았다. 반면 2차에서 깎아준 건 1,295건, 72.2%나 됐다. '조사 협력'을 이유로 과징금을 감경받은 피심인이 51.8%로 가장 많았다. 2차에서 깎아준 과징금 금액은 2조 5,917억 원이다.

3차 조정, 마지막 단계도 역시 과징금 감경이 다수였다. 전체의 78.1%에 해당하는 업체 1,402곳이 '현실적 부담능력', '경제 여건' 등을 이유로 감경받았다.

3차례에 걸친 조정 과정을 통해 과징금이 늘어난 피심인은 58곳(3.2%), 변화가 없던 피심인 31곳(1.7%)이었다. 나머지 과징금이 줄어든 피심인은 1,705곳(95.0%)에 이르렀다. 위반행위 기간이나 횟수, 고의나 조사 방해 여부, 임원의 관여 등에 따라 과징금을 '조정'한다지만 실상은 '과징금 할인 과정'과 다름 없었다.

● '대폭 할인'의 근거는 무엇인가

2004년 4월 1일부터 시행한 공정위 고시 제2004-7호부터 "기본과징금(최초산정액) → 1차 조정(행위요소) → 2차 조정(행위자요소) → 최종 부과과징금 결정"이라는 과징금 부과 체계가 마련됐다. 이전까지는 일종의 공식(과징금 기준 산식)에 따라 과징금을 정하는 방식이었지만, 더 투명하게, 객관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런 단계별 과징금 체계를 만든 것이다.

○ '중대한 위반행위'일수록 더 많이 깎아줬다

중대한 위반행위일수록 더 많은 과징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공정위도 그렇게 규정을 마련해 놨다.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기본과징금을 계산할 때 더 높은 비율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의 경우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는 관련매출액의 7~10%, '중대한 위반행위'는 3~7%,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는 0.5~3%를 기본과징금으로 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과연 위반행위의 중대성은 최종과징금에도 반영됐을까.

분석 결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는 기본과징금에서 55.5% 감경받았고 '중대한 위반행위'는 39.8%,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는 42.6% 깎아줬다.
[마부작침] 공정위 금액으로 보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사건의 기본과징금은 14조 1,695억 원으로 1차, 2차 조정에서는 합쳐서 12.5% 감경받았지만 마지막 3차의 감경률이 49.2%나 됐다. 최종 부과과징금은 6조 3,008억 원이었다. '중대한 위반행위'는 1차, 2차 조정에선 11.8% 감경이었는데 최종 감경률은 오히려 낮아 31.7%였다.

기본과징금을 계산할 때는 중대성에 따라 높은 비율을 적용했더라도 세 차례 조정을 거치니 오히려 '중대성'이 높을수록 더 많이 깎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 '현실적 부담능력'과 '시장 여건'의 판단 기준은?

3차 마지막 조정에서 가장 큰 폭의 감경 이유가 된 건 '현실적 부담능력'이다. 무려 72.8%의 감경률이다. '경제 여건'으로 인한 감경은 55.2%, '시장 영향 및 이익 규모'는 53.7%로 집계됐다. 물론 '현실적 부담능력'에 대해 최근 3년간 당기순이익을 가중치를 둬 평균을 내보니 적자라든가, 자본잠식 상태,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면 과징금을 크게 깎아준다든가 하는 과거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마부작침] 공정위 과징금 기준 고시에는 3차 조정, 최종 부과과징금 결정에 대해 "위반사업자의 현실적 부담능력, 시장 또는 경제 여건,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및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를 2차 조정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조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또 기본적으로는 50%가 상한이나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50% 초과 감경도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징금을 면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큰 폭의 감경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4년간 전체 과징금 '53.1% 할인'이 보여주듯 상당수의 피심인이 할인 혜택을 받았고 큰 폭의 할인은 특히 마지막 조정에 집중됐다.

● 38년 만에 '전면 개편' 공정거래법

과징금 기준 고시의 3차 조정, 마지막 부과과징금 결정 부분이 가장 최근 개정된 건 2016년 12월 30일이다. 이전 고시에 비해 부채비율과 당기순이익에 따른 감액 비율을 적시하는 등 근거 조항을 좀 더 세분화해 기준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이 개정 고시가 적용된 이후인 2017년 1월~ 2018년 6월 전체 과징금의 감경률은 34.8%, 이중에서 3차 마지막 조정에서 깎아준 비율은 33.2%였다. 여전히 공정위의 재량권은 살아 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24일,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 제정 이후 38년 만에 전면 개편한다면서 중대한 담합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행정 제재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과징금 상한을 일률 2배씩 상향하기로 했다. 비상임위원 4명을 외부 추천을 받아 전원 상임위원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 시스템 구현을 위해 변화된 경제환경을 반영한 전면 개편"이라고 자평했지만, 일부에선 "실효성 없는 땜질식 개정안"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3차 마지막 조정에서 대폭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감경 사유' 조항과 위원들의 재량권은 그대로 남아 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hyeminan@sbs.co.kr)
김그리나 디자이너·개발자(greena@sbs.co.kr)
인턴 : 윤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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