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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우리 아들 윤창호의 죽음, 개죽음 아닌 의로운 죽음이 됐으면…"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4:20 ~ 16: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10월 4일 (목)
■ 대담 : 윤기현 씨 (윤창호 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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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은 공정한 사회 구현을 꿈꾸던 청년
- 우리나라 음주운전 양형기준, 처벌 너무 가벼워… 음주운전 살인과 마찬가지
- 음주운전 가중처벌법 '윤창호법' 통과되길
- 아들의 죽음, 가장 의롭게 될 수 있는 방법 고민
- 나중에 아들 만나면 아빠가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 하고 싶어
- 이번 사건이 음주운전 심각성에 경종 울리길 바라


▷ 김성준/진행자:

'음주운전으로 친구 인생이 박살 났습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제목입니다. 이 글은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25일 새벽입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음주 상태로 운전하던 BMW 승용차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서 인도에 서있던 두 청년을 차로 덮친 겁니다. 이 사고로 카투사로 군 복무 중이던 22살 윤창호 씨가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운전자 박 씨의 혈중알콜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을 훨씬 넘는 0.134%였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윤창호 씨의 아버지 윤기현 씨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아버님 안녕하십니까.

▶ 윤기현 씨 / 윤창호 군 아버지:

예. 안녕하십니까.

▷ 김성준/진행자:

지금 마음이 어떠실지 가늠도 어렵습니다만. 조금 전에 의사와 면담도 하셨다고 들었는데. 의료진은 아드님 상태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고 있습니까?

▶ 윤기현 씨 / 윤창호 군 아버지:

지금 현재 상태는 뇌사만 확정짓지 않은 상태이지, 뇌사에 준한다고, 뇌사로 사료된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버님이 새로운 생명을 주고 가는 게 아들 몫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을 봤는데요. 그렇다면 벌써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시는 것 아닌가 싶어서요. 의료진도 더 이상 회생의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보고 있는 모양이죠?

▶ 윤기현 씨 / 윤창호 군 아버지:

예. 더 이상의 가능성은, 의학적으로 없는 것이고요. 아이 엄마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서요. 아이 엄마와 충분한 논의를 계속 나누고 있는 중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아드님 생각하시기 참 어려우시겠습니다만. 저희가 듣기로는 아드님 꿈이 검사였다고 하던데. 윤창호 씨는 평소에 어떤 아들이었습니까?

▶ 윤기현 씨 / 윤창호 군 아버지:

중학교 때부터 카카오톡 배경 사진을 청와대로 해놓았을 정도로 꿈이 야무졌는데.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대학. 대학도 자기가 가고 싶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고려대 행정대학 행정학과로 진학했는데요. 이제 군 복무를 마치고 3학년 복학 예정이었는데, 계속 법학적성시험, LEET 공부하고 로스쿨을 계속 준비했거든요. 로스쿨 나가고 검사로 임용돼 너무 약한 법이 아닌, 조금 더 강한. 법과 공정이 살아있는 사회 구현을 위해서. 정말 검사 생활 하다가 최종적인 목표는 대통령까지 되어 우리나라에 소외된 사람들을. 돈이 있으면 법을 빠져나가지만 없는 사람들은 불합리한 법 체계에 대해 많은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랬는데 그 꿈을 펼쳐보지도 못 하고 보내니 부모 마음은 많이 안타깝고, 찢어지는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당연히 그러시겠죠. 지금 말씀 들어봐도 그렇고 아드님이 SNS에 남긴 글을 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우리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내가 노력하겠다, 희생하겠다. 이런 의지가 굉장히 강한 젊은이였던 것 같아요. 창호 씨 친구들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 윤기현 씨 / 윤창호 군 아버지:

예. 항상 손에 들고 다니는 다이어리에도 '내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에, 품위와 품격' 이런 말들이 항상 다이어리 첫 장에 몇 년째 적혀있고 그러다 보니까. 친구들은 다이어리 얼핏 보면서 그런 것을 보며 창호가 평소에 하는 말, 정말 다이어리 매년 첫 장에 다짐처럼 적는 말들을 보면서. 친구의 확고한 꿈이라면 꿈이고 야망이라면 야망이고. 이런 것들을 친구들도 충분히 알았을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이런 사고를 당했으니 부모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윤창호 씨 사고 소식을 듣고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청와대 청원이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 윤기현 씨 / 윤창호 군 아버지:

오늘 16만 명이 됐습니다. 이틀 만에 이렇게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20만 명 넘으면 청와대에서 답을 해야 되는데 아마 답을 해야 되는 사안이 될 것 같거든요. 아버님 보시기에는 우리나라 음주운전의 처벌 수위,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떤 것 같습니까?

▶ 윤기현 씨 / 윤창호 군 아버지:

저도 사회의 양형기준에 대해 큰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보니 우리나라의 양형기준이 너무 낮게끔 돼 있더라고요. 판사님들이 판결을 내리실 때도 그걸 일부러 낮게 내리는 게 아니고, 그 양형기준 자체가 너무 가벼운 처벌로 돼 있고. 하지만 술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수로 보는 관점이 이제는 변화가 돼야하고요. 정말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은 살인과 마찬가지이고. 칼이나 총이나 술 취한 차나 똑같은 살인의 도구로 봐야 되고. 여기에 대한 법령이 더 강화되고. 이런 강력한 처벌법이 되어 우리 창호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아니고, 우리 창호가 하나의 밀알이 되고. 그 넓은 들판을 태우는 작은 불씨가 되어 모든 국민들이, 하나하나의 열망이 모여서 이런 법들이 국회 법사위가 움직이고, 국회에 발의되고, 여야를 떠나 정말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이런 법안이 꼭 통과가 되고. 우리 윤창호법, 음주운전 가중처벌법. 이 법이 제정되면.. 제가 나중에.. 우리 아이를 만났을 때 "정말 아빠는 최선을 다 했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예. 지금 윤창호법이라는 말씀 하시면서 울먹이셨는데요. 아드님이 이런 사고를 당한 것이 그냥 이것으로 끝나지 말고, 우리 세상이 좀 더 음주운전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좀 더 안전하기 위해서 더 노력하시겠다는 의지까지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만. 당연히 이미 16만 명 청원을 넘어섰다고 하면 단지 청원자 수뿐만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이 많이 음주 처벌에 대해 높은 의지를 보이는 것 같거든요. 아마도 음주 처벌과 관련된 법 개정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이뤄지기가 좀 더 윤창호 씨를 계기로 나아지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생각도 드는데요. 혹시 이 사고를 낸 가해자는 만나보셨습니까?

▶ 윤기현 씨 / 윤창호 군 아버지:

아니요. 가해자 측에서는 어떤 것도 없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만나보지 못 하셨어도 연락을 받거나 그런 것은 없었나요?

▶ 윤기현 씨 / 윤창호 군 아버지:

아니요.

▷ 김성준/진행자:

그런 것도 없었고요. 조금이라도 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아드님이 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공부하고, 또 우리 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니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버리시면 안 되죠.

▶ 윤기현 씨 / 윤창호 군 아버지:

예. 부모로서는 그렇게 하는 게 최선이고 자녀를 위한 방법이지만. 현대의학으로써는 풀기 어려운 문제고, 더 이상의 회생 방안이 없다고 하니 과연 우리 창호의 죽음이 가장 의롭게. 만약 우리 창호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아빠가 어떻게 했을 때 우리 창호가 아빠 잘 했어, 나 괜찮아 할까. 그 생각만 합니다. 그래서 우리 창호가 어떤 생각 할까, 제가 어떻게 행동했을 때 창호가 가장 기뻐할까. 그리고 창호의 죽음이 헛된, 만취 주취자에 의한 개죽음이 아니라. 정말 이 사회에 던지는 하나의 경종이 되고 이 사회가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하나의 단초가 되고. 이러면 우리 창호의 죽음이 개죽음이 아닌 정말 의로운 죽음이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꼭 이런 계기가 아니었으면 훨씬 좋았겠습니다만. 어떻게든 윤창호 씨는 본인의 희생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이미 기여했고, 기여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버님 오늘 힘드실 텐데 저희 인터뷰 연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조금 더 힘내시고 아드님의 뜻을 아버님이 대신이라도 이루기 위해서 더 노력 많이 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 윤기현 씨 / 윤창호 군 아버지:

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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