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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美서는 갤럭시S9 $100할인 한 삼성…가격 비교엔 '발끈'

[취재파일] 美서는 갤럭시S9 $100할인 한 삼성…가격 비교엔 '발끈'
● "갤럭시S9, 가격 단순 비교는 어렵다"…SBS 보도 반박한 삼성

지난 5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이용자정보포털에 주요 단말기가 국내와 해외에서 얼마에 팔리는지 공지하고 있습니다. 각국 단말기 가격 정보를 공개하면 국내에는 비싸게 팔고 해외에는 싸게 파는 행위는 못 할 거라는 의도로 출발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시작한 지 반년이 넘었는데 시장에서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단말기를 싸게 파는 편이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별 문제 없다던 가격 정보가 과연 제대로 된 정보인가 하는 의문에서 기사는 시작됐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의 갤럭시S9 64GB 자급제폰 가격을 기초로 비교해봤더니 결과는 딴판이었습니다.

정부 사이트에서는 전 세계 4번째로 싸다고 돼 있었는데, 아마존이 서비스하는 10개국을 조사해보니 대상국 가운데 가장 비쌌던 겁니다.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던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실과 함께 자료를 정리해 1일자 8시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 [8뉴스 리포트] 정부가 싸다고 했던 갤럭시 S9…알고 보니 '세계 최고가' (2018.10.01)
[취재파일] 美서는 갤럭시S9 $100할인 한 삼성…가격비교엔 '발끈'

보도가 나간 이후 삼성전자는 보도 반박 자료를 내놨습니다. 사실과 다른 보도라며 반박문을 자체 홈페이지에 공지했습니다.

▶ [삼성전자 뉴스룸] SBS가 10월 1일 보도한 「정부가 싸다고 했던 갤럭시 S9…」 보도에 대한 사실관계를 설명 드립니다

삼성전자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갤럭시S9의 한국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과 오픈 마켓은 판매자에 따라 가격이 다양해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겁니다. SBS 보도가 일시적인 할인 프로모션 등 다양한 조건을 감안하지 않은 비교를 했는데, 현재 미국 아마존에서는 9월 30일부터 10월 13일까지 한시적으로 100달러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도 코리아 쇼핑 페스티벌(코리아세일페스타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행사를 적용하면 갤럭시S9 구입 시 24만 원 상당의 J3를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아마존 가격은 보도에서 언급한 세전 619.99달러 제품 외에도 다양하며, 국내 11번가(국내에는 아마존이 공식 진출한 게 아니어서 보도를 하면서 11번가에 올라온 단말기 가격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도 60만 원부터 200만 원까지 다양한 가격의 갤럭시S9 판매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아마존과 미국 삼성전자도 모두 100달러 할인…우리나라는 '감감무소식'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을 때 세전 가격으로 $719.99였던 갤럭시S9은 아마존 사이트에서 $619.99달러로 100달러 할인돼 있었습니다. 보도에 언급됐던 건 일반 업자가 자유롭게 올린 게 아니라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존은 자신들이 가격과 재고, 배송까지 다 책임지는 물품은 sold by Amazon.com이라고 명시해 올려놓습니다. 개인업자가 올리는 물건 가운데 더 싼 것도 물론 있지만, 가격보다 공신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는 물건을 일부러 골라서 삽니다. 미국 전자 상거래에서 가장 큰 손인 아마존 직접 판매 물품을 삼성전자는 일반 업자들이 올린 것과 개념을 뒤섞어서 설명했던 겁니다.
[취재파일] 美서는 갤럭시S9 $100할인 한 삼성…가격비교엔 '발끈'
게다가 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는 갤럭시S9을 전 사양에 걸쳐 100달러씩 할인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쓰던 단말기를 반납하면 최고 300달러를 추가 보상하는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공식 게재된 거라 삼성이 미국에서는 아예 단말기 가격을 내렸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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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는 감감무소식입니다. 정부 사이트에서도 조사가 시작된 4월부터 8월까지 가격이 동일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갤럭시S9을 할인해가며 한참 밀어내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제값을 다 받고 팔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동통신사 출고가야 통신사들이 그렇게 하는 거라고 피해갈 수라도 있지만, 자급제폰은 삼성이 가격을 결정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아마존 가격이 한시적 할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삼성 홈페이지에서도 할인에 들어갔는데, 나중에 아마존에서만 다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물론 삼성 홈페이지 가격도 원래는 $719.99이지만, 일시적인 프로모션으로 $100 내린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모션이 됐든, 가격 인하가 됐든 삼성이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철 지난 폰을 제값 다 받고 팔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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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은 삼성이 국내 고객들에게는 갤럭시S9을 구입하면 24만 원 상당의 J3를 준다고 해놨지만, 이 단말기를 받고 좋아할 고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재고를 정리해야 하는 중저가 단말기를 끼워 넣어놓고, 혜택을 많이 준다고 표현하는 건 궁색해 보입니다. 가격을 깎는 방식이 아니라 경품을 주고 혜택을 많이 줬다고 말하는 건 상술에 불과합니다.

● 아마존 가격 비교는 과연 단순 비교가 어려울까?

물론 오픈 마켓 성격을 가지고 있는 아마존에 갤럭시S9으로 검색하면 여러 가지 가격이 나옵니다. 하지만 단말기를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 얼마에 팔리는지 찾아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는 물건이나 공신력이 대단히 높은 현지 도매상이 판매하는 거라면 그 나라에서 얼마에 판매되는 건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그건 소비자들이 실제 구입하는 가격이라고 할 수 있고, 그 가격을 비교해보니 우리나라 단말기 가격이 비교 대상국에서 가장 높았던 게 취재 결과였습니다. 사실 정부에서 이런 가격까지 정리해 추가로 정보를 제공한다면 국내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큽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도 참고할 수 있는 '실제 구입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가격 비교 제도는 아직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제도지만, 더 쓸모 있는 정보를 추가로 공지하는 건 국내 소비자 전체로 봤을 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11번가에 60만 원부터 200만 원까지 다양한 갤럭시S9이 있다고 설명한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해명입니다. 갤럭시S9 64GB를 가격순으로 검색해본다면 60만 원대는 중고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70만, 80만 원대 제품들은 가개통 제품이거나 해외에서 직구를 해서 들여오는 제품들입니다. 국내 삼성전자 홈페이지와 동일한 가격인 95만 7천 원은 돼야 리뷰도 있고 실제 구입자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오픈 마켓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더 가격에 예민하고, 실제 판매되는 가격은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삼성은 일부러 비교가 불가능한 상태의 제품까지 다 늘어놓고 '너무 다양해서 비교 불가능하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 한국만 '비싼 스마트폰'의 불쾌한 기억…이번 국정감사에서 대책 나와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왼쪽), 황창규 KT회장 (오른쪽) (사진=연합뉴스)
국내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건 스마트폰 가격 자체가 아닙니다. 공산품인 스마트폰을 제조사들이 얼마에 내놓든 그건 자유입니다. 시장에서 평가를 받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불쾌한 건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유독 한국은 비싸게 판매되더라는 경험입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소비가 압도적으로 많은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갤럭시 단말기의 국내 출시 가격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급제 비중이 아직 낮고, 이통사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단말기가 유통되는 국내 시장은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합니다. 제조사, 이통사의 각 영업 조직을 거치며 지원금과 장려금까지 뒤엉켜있기 때문입니다. 워낙 구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누가 가격을 결정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동일 제품에 대해서는 거의 동일한 가격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며 "가격을 국가별로 차이를 둔다, 사업자별로 차이를 둔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반면 같은 자리에서 황창규 KT 회장은 "대리점까지 단말기 제조사의 가격이 동일하다"며 "판매점이 프로모션을 하면서 일부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대리점까지 모든 가격은 제조사가 결정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복잡한 유통 구조 뒤에 숨어 제조사와 이통사 최고 책임자까지 서로 상대방이 가격 결정을 한다고 네 탓 공방을 한 셈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열리는 국정감사에는 우여곡절 끝에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총수들이 또다시 한자리에 나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표는 물론 애플 한국 대표와 이통3사 CEO까지 한자리에 모입니다. 진실만을 말하기로 증인선서를 하고, 한꺼번에 제조사와 이통사 진영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인터뷰 무대가 펼쳐지는 겁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이 단말기 가격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 해법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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