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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포기'라는 오해에도…아버지의 마지막 한 달 위한 아들의 선택

언젠가는
아빠와 이별할
모든 이들에게
신장암 말기. 
폐, 뼈, 두피까지 번진 암 세포. 

몸 곳곳에 주사바늘을 꽂을 때마다
온몸으로 괴로워하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홀로 병원에 두고
돌아설 때 마다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남은 한 달이라도 아버지를 편안하게 
모셔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 길로 저희 집에 아버지를 모신 지
오늘로 21일.

한밤 중에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심장이 쿵 내려앉기도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호스피스 팀 원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쉽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 덕에 병원에서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분노로 가득했던
아버지 눈빛이 양처럼 순해졌고
꾹 다물었던 입을 열어 말씀도 하십니다.
'여보, 평생 나와 함께 살아줘 고마워.
 우리 아들, 며느리..
 다정한 아버지 노릇 제대로 한번 못해줬네.
 미안하고 또 미안해.'
무뚝뚝한 아들도 아버지 손을 잡고 
못다한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평생 날 믿어준 아버지, 
아들이 정말 사랑한다고
아빠 아들로 태어나 행복했다고.
이별 전에 이런 시간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도와주시는 호스피스 팀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릴 뿐입니다. 



*홍상석(가정형 호스피스 경험자) 님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홍상석 님과 아버지에게 특별한 한 달을 선물해 준
가정형 호스피스 완화 의료 서비스는 
2016년 3월 시작돼 올해 3년 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서비스 비용의 5%만 
환자와 가족이 부담하면 됩니다.
가정 호스피스를 경험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90점*에 육박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7년 조사
국내 호스피스 이용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눈에 띄게 낮습니다. 


(그래픽 제목: 호스피스 완화의료 이용률
 출처: 보건복지부 2017년 조사
한국 5.6%, 미국 52%, 영국 46.6%, 캐나다 40.8%, 대만 39%)
2015년 영국의 한 연구기관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죽음의 질'* 지수는 80개국 중 18위. 

호스피스 등 완화 의료 정책이 확대될 거란 
전망 덕분에 꽤 높은 순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는 의료 시스템 평가 지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인텔리전스 유닛 개발
실제로 지난해부터는 말기암 환자뿐 아니라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만성 간경화 등
만성질환 환자들까지 호스피스 대상이 확대됐고,
지난달에는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 기관이 25개에서 33개로 늘어났습니다.
삶의 질뿐 아니라 죽음의 질을
생각해보게 되는 오늘.

10월 2일 오늘은 '노인의 날'입니다.


취재·구성 이아리따  그래픽 김태화
사진 박은비아 도움 이민서 인턴  기획 하현종
제작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 달 남았습니다"

아버지에게 남은 생이 한 달뿐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나요? 병원에서 나날이 생기를 잃어가는 아버지를 보던 한 아들은 그 날로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이용률이 현저히 낮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상당수 의료진조차 호스피스를 '치료 포기'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 탓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마지막 한 달을 보내고 있는 이 아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삶의 질뿐 아니라 죽음의 질까지 생각해보게 되는 이 부자의 사연을 스브스뉴스가 취재했습니다.

취재·구성 이아리따 / 그래픽 김태화 / 사진 박은비아 / 도움 이민서 인턴 / 기획 하현종

제작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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