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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손님 없어도 '서 있어라'…'앉을 권리' 찾아 나선 노동자들

<앵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종일 서서 일을 하는 게 건강을 해친다는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습니다. 오늘(1일) 몇몇 대형 매장에서 '앉을 권리'를 향한 노동자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원종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늘 낮 화장품 매장들이 모인 서울의 몇몇 백화점 1층입니다. 손님이 있으나 없으나 매장의 여성 직원들은 대부분 구두를 신고 선 채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후 3시가 되자 매장 직원들이 하나 둘 의자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씨/백화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 : 직원들이 각자 업무를 보거나 하더라도 앞을 보고 (서서) 대기 자세를 유지하게끔 하거든요. 앉아서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다들 눈치를 봐요. 앉을 수 있는 권리를 찾고자 (참여했습니다).]

온종일 선 채로 일해야 하는 이들이 '앉을 권리'를 주장하며 시위에 나선 겁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조직한 이번 연대 투쟁에는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일하는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이 참여했습니다.

화장품 매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하루 7시간 넘게 선 채로 근무해야 합니다.

[○○씨/백화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 : 저희가 고객만족 평가할 때도 대기 자세를 유지하고 3초 안에 고객을 응대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들어가요. 저희가 앉아서 대기를 해도 고객 맞이할 때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종일 서 있다 보니 발이 까지고 물집이 생기는 건 물론 하지정맥류와 족저근막염 같은 혈액순환 장애나 염증성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신에 어려움을 겪거나 임신이 돼도 유산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씨/면세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 : 임신을 하고서도 한 번도 의자가 없기 때문에 앉아본 적이 없는 거예요. 유산이 된 경우도 되게 많았고요. 그리고 임신이 안 돼 가지고 병원 다니는 직원들도 되게 많아요.]

노동자들이 맘 놓고 앉을 수 있는 건 점심 때 1시간이 고작인 현실. 민주노총은 적절한 휴식과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되는 인간적인 노동 환경을 위해 앉을 권리 확보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VJ : 이준영·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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