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상 후보로 거론된 韓·北·美 정상…트럼프 대통령 노벨상 거머쥘까?
1895년 12월 10일 사망한 스웨덴의 발명가 겸 기업가였던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장에는 "내 재산을 성별·국적에 상관없이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등 분야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상금으로 수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유언을 토대로 1900년 노벨재단이 설립됐고 1901년부터 노벨상이 수여됐습니다.
하지만 노벨상 후보 추천이 지난 2월에 이미 마감됐고, 4월 이후 회담이 이어진 만큼 세 정상이 후보로 고려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북·일 정상 중에 수상자가 나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댄 스미스 소장은 "올해 국제 관계에서 큰 돌파구는 남북한과 관련돼 있다"면서도 2000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후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었던 것을 상기시키며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69년 만에 공석으로 남은 문학상…올해만 '뉴 아카데미 문학상'으로 대체?
또 올해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자리가 공석으로 남을 전망입니다. 문학상은 지금까지 1·2차 세계대전, 수상에 적합한 작품의 부재 등을 이유로 1915년, 1919년, 1925년, 1926년, 1927년, 1936년, 1949년 등 7차례 시상이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1949년 이후로는 빠짐없이 수상이 이뤄졌지만 2018년 시상이 취소되면서 문학상 선정위원회인 스웨덴 한림원 측은 내년에 문학상 수상자를 두 명 선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지난 5월 한림원 측은 "차기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에 한림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며 올해 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고 내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노벨 문학상 시상이 취소되자, 스웨덴 배우, 언론인, 문화계 저명인사 등 100여 명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학에 상을 주는 일은 중요하다"며 '뉴 아카데미'를 설립해 올해만 문학상을 대신 시상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뉴 아카데미 문학상 수상자는 오는 12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 노벨상 수상자 중 여성 5.4%에 불과…올해는 여성 수상자 나올까?
1901년 노벨상 수상자가 처음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개인 수상자는 총 892명에 달합니다. 이 중 이중 여성 수상자는 48명으로 전체 수상자의 5.4%에 그쳤고 절반 이상인 30명은 문학상과 평화상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969년에 신설된 경제학상의 경우, 여성 수상자는 엘리너 오스트롬 1명뿐입니다. 게다가 이마저도 공동 수상으로 여성 단독 경제학상 수상자는 없는 상황입니다.
과학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분야를 통 틀어도 노벨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는 전체 과학 분야 수상자의 3%에 불과합니다. 물리학 분야의 경우, 지난 1963년 원자핵 이론 형성에 기여한 마리아 괴퍼트 메이어가 상은 받은 이후 54년째 여성 수상자가 전무한 상태죠.
젊은 여성들의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진출을 지원하는 한 영국 단체의 대표 앤-머리 이마피던은 "문제는 노벨상 후보를 추천하는 절차에 있다"며 "자신을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느끼는 일부 교수들은 연구실에서도 여성을 미묘하게 차별하고 후보에 추천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나마 2000년대 들어 여성 수상자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2016년과 2017년 여성 수상자가 한 명도 배출되지 않아 여전히 유리천장이 높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다시 돌아온 노벨상의 계절, 과연 올해는 누가 어떤 분야에서 노벨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