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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벌금 내면 그만이지" 음주운전 재범률 높아…가중처벌 목소리 커지는 이유는?

[리포트+] "벌금 내면 그만이지" 음주운전 재범률 높아…가중처벌 목소리 커지는 이유는?
'도로 위 살인행위'라고 불리는 음주운전.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총 1만 9,517건으로, 부상자는 3만 3,364명, 사망자도 439명에 달했습니다. '이 정도 마신 건 문제 없겠지'라는 순간의 안일한 선택으로 하루 평균 1.2명이 목숨을 잃고 91.4명이 다치는 셈입니다.

하지만, 음주운전 재범률은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음주운전 재범률이 증가하는 이유를 살펴보고, 해결책은 없는지 따져봤습니다.

■ "직진인지 커브인지 모르겠다"…음주운전 체험해봤더니, 차선 구분도 어려워

음주운전은 얼마나 위험할까요? 술을 마시면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을 내리는 눈, 귀, 뇌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요. 그 상태로 운전대를 잡으면 지각 능력, 정보처리 능력, 주의집중 능력, 심리-운동 협응 능력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커집니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맨 인 블랙박스'에서는 음주체험 고글을 쓰고 술을 마신 채 운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험해봤는데요. 면허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고글을 착용한 채 차를 운전한 결과는 암담했습니다.
[리포트+] '벌금 내면 그만이지
반대 차선으로 역주행을 하는 등 중앙선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고, 도로 위에 놓여 있는 장애물과 사람 모형을 하나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운전자는 "음주체험 고글을 썼더니 직진 코스와 커브길 구별이 안 된다"며 난감해했습니다.

■ 음주운전 재범률 44.7%…적발 건수는 줄어드는데 재범률은 증가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는 20만 5,18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4년 전인 2013년 26만 8,860명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하지만,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재범률은 2013년 42.7%에서 2017년 44.7%로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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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의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 관리방안 연구'에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평균 음주운전 횟수는 5.97회에 달했고 10회 이상 음주운전을 해본 운전자도 29.6%를 차지했습니다. 심지어 최대 50회까지 음주운전을 해봤다고 답한 운전자도 있었습니다.

■ 미국에선 최대 무기징역까지…우리나라 음주운전 처벌 기준 이대로 괜찮나?

음주운전 재범률이 높은 데 대해 음주운전 단속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설문에 따르면,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고 답한 운전자 중 13.9%만이 단속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도로교통공단 명묘희 책임연구원 등은 "이를 다시 음주운전 위반 횟수와 비교해보면 전체 음주운전 중 3.8%만이 단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음주운전을 26번 했을 때 한 번 적발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처벌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인 경우부터 처벌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음주운전 2회까지는 초범으로 간주하고, 3회 이상 적발돼야 1년 이상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형 선고율은 20%에 못 미치고 인명 피해가 생기지 않은 사고인 경우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 게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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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음주운전에 대해 보다 엄격한 처벌기준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음주운전 재범자의 면허가 자동으로 취소되고 무조건 초범보다 높은 처벌을 받게 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음주운전 기록을 10년 동안 보관하고 재범인 경우 가중처벌을 비롯해 차량압수, 시동잠금장치 설치 등이 이뤄집니다.

워싱턴주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1급 살인 혐의가 적용돼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선고할 수 있습니다. 호주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의 이름을 신문에 공고하고, 가까운 나라 일본은 음주운전을 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운전자에게 술을 제공하거나 권한 사람도 처벌 대상으로 삼습니다.

반복되는 음주운전 사고, 잠깐의 선택이 누군가의 소중한 평생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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