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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X 김동식] 성공한 인생 3편

D포럼, 김동식 작가 신작 단독 연재

[SDF X 김동식] 성공한 인생 3편
※ SBS 보도본부는 지식나눔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SBS D 포럼(SDF)"의 연중 프로젝트 중 하나로, 김동식 작가와의 단독 단편소설 연재를 진행합니다.

SDF2018의 올해 주제는 "새로운 상식-개인이 바꾸는 세상".김동식 작가 본인이 이 주제에 부합하는 인물인 동시에 작품을 통해서도 같은 주제를 고민해온만큼, SDF는 11월 1일 오프라인 포럼 전까지 SBS 사이트를 통해 작품 10편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홍혜화가 그의 차에 탑승한 것이다.

" 오래 기다렸지? 몰래 빠져나오느라고! 미안해 오빠! "

" 오, 오빠? "

김남우의 입이 귀에 걸렸다. 살갑게 구는 홍혜화의 모습은 누가 봐도 여자친구다. 감동적일 정도였다. 처음엔 어색하지 않게 남자친구를 연기하느라 진땀 뺐지만, 하루 만에 이 행복을 받아들였다. 다만, 아무리 귀신의 능력이 대단하더라도 현역 아이돌과 결혼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그 생각이 틀렸다.

" 오빠 말대로 우리는 정말 운명인가 봐! "

6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하고, 그 스캔들이 터지며 실제 결혼식까지 이루어졌다. 귀신이 제 몫을 해낸 것이다. 김남우는 이제 일주일에 하루를 더 뺏겼지만, 큰 차이는 못 느꼈다. 어차피 일요일에 자고, 일어나면 아침인 건 똑같았다. 귀신들은 김남우의 일상을 충실히 재현했고, 김남우는 달콤한 신혼 생활을 즐겼다. 그의 일주일은 목금토일, 절반만 일하면 나머지 절반은 휴일인 세상이었다.

한데 불과 1년 만에, 김남우는 후회했다. 귀신 때문이 아니라, 홍혜화 때문이다.

" 오빠네 엄마는 무식하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

" 뭐야?! "

결혼은 현실이었다. 홍혜화는 김남우가 상상하던 여자가 아니었다. 배려심이라고는 없고 이기적인, 정말로 그와 맞지 않는 여자였다. 대놓고 부모님 욕을 해대며 크게 싸운 뒤, 김남우는 이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되돌아오는 건 아니니, 그는 너무 억울했다. 그러자 귀신이 말했다.

[ 여자의 마음을 얻는데 천부적인 귀신은 많아. 한 명 더 소개해줄까? ]

김남우는 학을 떼고 거절했다. 어차피 또 하루를 요구할 텐데, 그럼 일주일에 고작 3일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이 된다. 게다가 당분간은 여자에게 학을 뗀 상태다.

그러나, 김남우는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볼 때마다 마음속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다. 마음만 먹으면 저 여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은 그의 경계를 무디게 했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결국, 김남우는 다시 귀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정말 예쁘고 착해 보이는 영화배우 장진주에게 빠져서였다.

" 거래를 할 수는 있는데, 조건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연애 기간을 2년으로 잡고, 결혼 후 1년 안에 이혼하게 되면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

귀신은 흔쾌히 허락했다. 얼마 뒤, 김남우는 또 감탄했다. 장진주가 자신을 생명의 은인이자 운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은 기억이 안 나지만, 분명 귀신이 엄청난 일을 해낸 게 분명했다. 김남우는, 이번에야말로 실패하지 않기 위해 2년간 서로를 깊이 알아갔다. 자연스럽게 결혼에 골인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1년 넘게 유지했다. 결과, 김남우의 일주일은 월화수목이 사라진 금토일이 되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하루 일하고 이틀 노는 편한 인생이라고 자신을 설득했다.

그때, 귀신이 또 나타나서 말했다.

[ 네 몸매를 좀 봐라. 이티처럼 배만 축 나와서 그게 뭐야? ]

" 뭐라고? "

[ 그런 몸으로 영화배우 장진주의 남편이라니, 쯧. 얼굴은 또 왜 이렇게 관리가 안 돼. 너 이번에 장진주랑 함께 하는 관찰 예능 들어왔던 것도 거절했지? 창피한 줄을 알아야지. ]

다짜고짜 퍼붓는 악담에 김남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 "

[ 운동과 관리에 탁월한 귀신이 하나 있어. ]

" 됐습니다! "

김남우는 들어볼 것도 없다는 듯이 거절했지만, 귀신은 차근차근 설득했다.

[ 그 귀신의 능력이면 연예인급 근육질 몸매를 가질 수 있어. 피부관리, 탈모관리, 건강관리까지 완벽해질 거야. ]

" 됐다니까! "

[ 잘 생각해 봐. 금토일을 사는 것이나 토일을 사는 것이나 큰 차이가 있어? 오히려 금요일에 출근을 안 하게 되면, 평생 놀 수 있다고. 단순히 몸매가 좋아지는 거라 생각하지 마. 다른 귀신들도 협동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동할 것이고, 식단도 조절할 거야. 금연과 금주도 물론이지. 주말에 네가 담배 피우고 술 먹고 폭식해도, 주중에 우리가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겠다는 거야. ]

" 음... "

[ 합리적으로 생각해. 안 그래도 넌 지금 하루하루가 모자란데, 건강 문제로 일찍 죽으면 얼마나 억울해? 젊게 오래 사는 것이 더 이득이란 계산이 안 돼? 60대에도 신체 나이 20대를 유지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

김남우는 크게 흔들렸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지금부터 건강관리 한다고 해도, 그 시간 자체가 너무 아깝지 않겠는가? 차라리 귀신들의 시간으로 밀어놓으면 훨씬 이득이다. 게다가 평생 주말이라면....

"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

[ 현명한 선택이야. ]

이로써 김남우는 월화수목금을 귀신들에게 내주었다. 크게 후회하지는 않았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으니까. 불과 몇 달 만에 연예인급으로 멋진 몸이 되어, 주말에 외출하는 게 즐거워졌다. 어차피 매일이 주말이니, 매일 신나게 놀기만 했다.

" 싫은 건 모두 귀신이 해주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면 되는 성공한 인생이로구나! 내 인생은 성공했어! "

성공한 인생을 자축하며, 김남우는 매우 만족스러운 인생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마음대로 술을 마시고 기분 좋게 거실에서 잠든 날. 아내와 어머니의 대화가 잠결 귓가에 들려왔다.

" 어머니, 이이가 잠들어서 외식은 저녁으로 미뤄야겠어요. "

" 어휴~ 그러자꾸나. "

" 어머니 앞에서 할 말은 아닌데요, 이이는 주말만 되면 꼭 다른 사람 같아진다니까요. "

" 왜 아니겠니? 주중에는 우리 아들이 맞는데, 주말만 되면 남의 아들 같다니까~ 무슨 귀신이라도 씐 것처럼 말이다. "
성공한 인생 3편 아이콘
[김동식 작가의 다음 소설은 10월 3일 오전 11시 30분 업로드 됩니다.]

김동식 작가 연재 소설 모두 보기 → http://www.sdf.or.kr/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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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 소개 바로 가기 → http://www.sdf.or.kr/story/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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