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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신길역 사고, 11개월 만에 사과…"리프트는 살인 기계" 장애인 단체 목소리 높였던 이유는

[리포트+] 신길역 사고, 11개월 만에 사과…"리프트는 살인 기계" 장애인 단체 목소리 높였던 이유는
[리포트+] 신길역 사고, 11개월 만에 사과…'리프트는 살인 기계
어제(11일),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10월 신길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고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1개월 만의 공식 사과였습니다. 교통공사 측의 사과에 매주 화요일마다 시위를 진행해온 장애인 단체는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1개월 전 신길역에서는 어떤 사고가 있었던 걸까요? 또 장애인 단체가 시위를 진행해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 휠체어 리프트 호출 버튼 누르려다 추락…98일 동안 사경 헤매다 목숨 잃어

지난해 10월 20일, 신길역 1호선과 5호선 사이 환승 구간 계단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계단을 등친 채 뒤로 떨어진 사람은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 했던 한경덕 씨였습니다. 장애로 오른손만 사용할 수 있었던 한 씨가 왼편에 위치한 리프트의 직원 호출 버튼을 누르기 위해 휠체어를 돌려 뒤로 이동하다 벌어진 사고였습니다. 98일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사경을 헤매던 한 씨는 올해 1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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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 신길역 리프트 호출 버튼은 계단에서 1m 정도 떨어진 곳에 새로 설치됐고, 충무로역 등 일부 환승 구간에 위치한 호출 버튼 위치도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한 씨의 죽음을 책임지는 곳은 없었습니다. 유족이 서울교통공사 측에 책임을 물었지만, 당시 교통공사 측은 "추락 사고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교통공사는 법적인 규정을 다 지켰다"며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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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프트 살인 기계와 다름없어, 승강기 설치 해달라"…이동권 보장 외친 장애인들

지난 6월 14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와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시위에 나섰습니다. 단체는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시청역까지 6개의 정거장에서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켰습니다. 지난 8월부터는 매주 화요일마다 시위가 진행됐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서울시와 교통공사 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휠체어 리프트는 우리에게 살인 기계와 다름없다"며 모든 지하철역에 승강기를 설치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철폐연대는 "지하철에 리프트가 설치된 이후 수많은 고장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며 "수많은 장애인이 리프트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고 죽어갔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지하철역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사고를 당한 것은 하루 이틀 사이의 일이 아닙니다. 철폐연대에 따르면, 지난 2001년에는 오이도역, 2002년 발산역, 2008년에는 화서역 리프트 등에서 사망 사고가 있었습니다. 2004년에는 서울역, 2006년에는 회기역 리프트에서 떨어져 머리 쪽을 다치거나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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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장애인들에게는 위험한 지하철 타라고 안 해"…리프트 문제, 사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

장애인들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인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휠체어 리프트가 위험한 것도 문제지만, 승강기 설치 등 개선책을 내놓지 않으면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계속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제3조'에는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교통약자인 장애인들도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불편을 겪지 않고 안전하다고 느낄 권리가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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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발표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이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 선언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역에 1개 이상의 동선을 확보하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예산 부족과 역사 내부구조 문제 등을 이유로 진행이 더딘 상태입니다.

교통공사 측이 어제 공식 사과문을 내고 "2020년까지 승강기 미확보 역 27개 중 11개 역에 승강기를 추가 설치하고 설치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 16개 역사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하는 등 휠체어 이동 안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S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서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서울시 측을 신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2001년에도 똑같이 말했고 2002년에도 같은 이유로 못 한다고 했었는데, 사람이 죽고 다친 뒤 이야기를 하니까 승강기 설치가 조금씩 늘어났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에 가지 못하고, 남의 도움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지금까지 장애인들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고,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위험을 마주했습니다. '사과'를 넘어선 '개선과 실천'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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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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