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정릉동', '선릉역' "무덤 주인이 누굴까?"…조선왕릉 이름, 알기 쉽게 바뀐다

[리포트+] '정릉동', '선릉역' "무덤 주인이 누굴까?"…조선왕릉 이름, 알기 쉽게 바뀐다
서울 성북구의 '정릉동', 강남구의 '선릉역', 이런 지역 명칭들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정릉과 선릉 모두 '능(陵)'이 들어가 있다는 점 때문에 무덤이라는 것은 추측하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의 무덤일까요?
[리포트+] '정릉동', '선릉역' '무덤 주인이 누굴까?
서울 시내를 비롯해 경기도, 일부는 북한에도 위치한 이 무덤들은 사실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왕릉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능호(陵號·능의 명칭)만으로는 자세한 설명문을 보기 전까지 누구의 무덤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문화재 안내판이나 홍보자료에도 능호만 적혀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문화재청이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조선왕릉 명칭 표기법을 바꾸겠다고 어제(10일) 발표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이달부터 바꿔 적용되는 조선왕릉의 명칭 표기법과 왕릉에 숨겨진 당시의 문화도 함께 알아봤습니다.

■ 세종의 무덤은 '영릉', 연산군의 무덤은 '연산군묘'…'능'과 '묘'? 차이점이 뭐기에

조선 시대 왕족이라고 해서 무덤에 모두 '능(陵)'자를 붙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왕족 중에서도 신분에 따라 무덤의 명칭이 달라졌는데요. 문화재청에 따르면, 조선왕릉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리포트+] '정릉동', '선릉역' '무덤 주인이 누굴까?
우선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무덤은 '능(陵)'으로 불립니다. 조선의 4대 왕인 세종대왕과 그의 비 소헌왕후가 함께 묻혀있는 영릉(英陵), 6대 왕인 단종의 장릉(莊陵) 등이 이에 속하죠. 우리에게 익숙한 성북구 '정릉동'의 유래인 정릉(貞陵)은 태조 이성계의 계비인 신덕고황후, '선릉역'의 유래인 선릉(宣陵)은 9대 왕인 성종과 계비 정현왕후의 무덤입니다.

살아 있을 때는 왕으로 등극하지 못했지만, 사후에 왕으로 모시는 것을 추존(追尊)이라고 하는데, 추존된 왕과 왕비의 무덤도 능(陵)을 붙일 수 있습니다.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장릉(章陵)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장릉은 조선의 16대 왕인 인조의 아버지이자 추존된 왕인 원종과 인헌왕후의 무덤입니다.

왕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왕세자나 왕세자빈, 왕세손으로 남은 왕족의 무덤은 '원(園)'으로 불립니다. 왕을 낳은 후궁이나 왕족도 포함되는데, 조선의 26대 왕인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무덤 흥원(興園)이 여기에 속합니다. 무덤 이름에 '묘(墓)'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능(陵)과 원(園)에 포함되지 못한 나머지 왕족 그리고 폐왕의 무덤인데요. 대표적으로는 연산군이 묻혀있는 '연산군묘'와 광해군의 무덤인 '광해군묘'가 있습니다.

■ 하나의 왕릉 만드는 데 1만 5천 명 투입돼…효(孝) 실천하기 위해 도성과 가깝게

조선 시대 왕족의 장례 절차에는 꽤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어갔습니다. 왕과 왕비가 세상을 떠나면 장례를 치르기 위해 국장도감(國葬都監), 빈전도감(殯殿都監), 산릉도감(山陵都監)이라는 임시 국가 기관이 설치됐고, 약 5개월 동안 장례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왕릉이 만들어지는데, 하나의 무덤을 만드는 데 동원되는 인원만 적게는 6천 명, 많게는 1만 5천 명에 달했습니다.

당시 왕족은 무덤은 풍수지리를 따져 그 위치를 정했는데요.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형을 의미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 등 풍수사상이 담긴 명당도 중시했지만, 왕궁이 위치한 도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이 왕릉 터로 선정됐습니다. 이는 당시 선왕의 무덤을 자주 찾기 위해 왕릉을 가까이 두려고 했던 왕족의 효심을 읽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 93.7%가 공감한 조선왕릉 명칭 개선…앞으로는 '무덤 주인' 이름도 함께 표기

이처럼 당시 장례 풍습과 문화가 담겨 있는 조선왕릉은 다양한 곳에 있지만, 한자로만 쓰인 표기 탓에 누가 무덤의 주인인지 찾아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문화재청이 왕릉의 명칭 표기법을 바꾸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실제로 지난 7월, 문화재청이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한 결과, 응답자 7,535명 중 93.7%에 달하는 7,059명이 왕릉 명칭 개선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포트+] '정릉동', '선릉역' '무덤 주인이 누굴까?
앞으로는 기존에 사용하던 능호에 무덤에 잠들어 있는 주인의 이름을 함께 붙여 쓰게 됩니다. 예를 들면, 태조 이성계의 무덤인 '건원릉(健元陵)'은 '건원릉(태조)'로 바뀌고, 숙종의 능인 '명릉(明陵)'은 무덤에 함께 묻힌 1계비 인현왕후와 2계비 인원왕후도 함께 표기해 '명릉(숙종과 인현왕후·인원왕후)' 공식 표기가 달라집니다.

다만, 경기 구리에 위치한 동구릉(東九陵)이나 서울 서초구의 헌인릉(獻仁陵)은 여러 개의 왕릉이 모여있기 때문에 무덤의 주인을 모두 표기할 경우, 이름이 너무 길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 명칭을 유지하게 됩니다.

또 갑자기 명칭을 변경할 경우, 혼란이 생기는 것을 우려해 문화재청 홈페이지, 문화재 안내판, 홍보자료 등 국민이 정보를 얻는 곳 위주로 적용할 예정인데요. 도로 표지판이나 지하철역 명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번 변화를 계기로 우리 동네 주변에 어떤 조선왕릉이 있는지, 그리고 무덤의 주인은 누구인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