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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냄새에 구토·설사" 고통…폭 10m 나무로 악취 차단?

<앵커>

독한 냄새를 뿜어대는 공장 옆에 새 아파트를 지어놓고 대책이라면서 주변에 나무만 심어놓은 곳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졸속 대책이라는 게 예상됐는데도 사업은 그대로 진행됐고 주민들만 고통받고 있습니다.

인천 도화지구를 원종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사업의 첫 입주지 가운데 한 곳, 인천 도화지구 단지입니다.

2천여 세대 규모로 조성된 이 단지는 지난 2월 입주가 시작됐는데, 아파트 곳곳에 '못 살겠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인천 도화지구 주민 : 막 구역질도 나고 결국은 구토를 하면서 나중에는 설사까지 이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몸살이 났어요.]

시도 때도 없이 풍겨오는 독한 냄새 때문에 주민들은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냄새가 얼마나 독한지 측정하기 위해 냄새 포집기까지 집에 설치한 주민도 있습니다.

[정애진·전형섭/인천 도화지구 주민 : 애들이 네 명이거든요. 큰 병에 걸릴 것 같은 그런 냄새가 나니까. 저는 그렇다 치지만 저희 아이들이…]

주민들은 독한 냄새의 진원지로 단지 길 건너 도화공단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주물 방식으로 만든 제품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독한 화학약품을 쓰는데 그 냄새가 풍겨온다는 겁니다.

문제는 사업 시행사인 인천 도시개발공사가 이런 주민 피해를 예상했다는 겁니다.

공사는 2005년부터 3년간 환경에 미칠 영향을 평가했는데 그 결과를 두고 관계 당국인 한강유역환경청과 인천광역시, 인천 남구청 모두 악취로 인한 민원을 우려했습니다.

해결책을 요구받은 인천 도시개발공사는 아파트 둘레에 폭 10m 크기로 나무를 심겠다고 대책을 내놨습니다.

숲도 아니고, 그 정도로는 악취가 줄지 않을 게 뻔한데도 2015년 중앙정부는 사업을 승인했습니다.

[장연규 박사/한국냄새학회 이사 : 눈 가리고 아웅하는 방안을 갖고 온 거죠. 악취 배출 사업장들을 계속 개선 시켜서 악취가 안 나도록 도와줘야 되는 거죠. 시에서 기금을 무이자로 빌려 주고 천천히 갚게 한다든지…]

인천시는 주민과 지자체, 공장 측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책을 찾아본다는 입장이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영상편집 : 박지인, VJ : 이준영, 화면제공 : 인천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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