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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소중한 '생명나눔' 한 번으로 9명의 생명 구할 수 있다

[리포트+] 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소중한 '생명나눔' 한 번으로 9명의 생명 구할 수 있다
[리포트+] 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소중한 '생명나눔' 한 번으로 9명의 생명 구할 수 있다
윤혜정 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하늘을 보며 웃는 모습에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아빠를 데려간 하늘이 싫다"며, 하늘을 올려다보기를 거부하던 아이가 드디어 하늘에 있는 아빠에게 인사를 건넸기 때문입니다. 윤 씨의 남편 유영목 씨가 가족을 떠난 건 지난 2016년입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간 남편을 마주했을 때 윤 씨는 의사로부터 "깨어날 가망성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뤄진 유영목 씨의 장기기증, 아내인 윤 씨와 가족들에게는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윤 씨는 "어차피 죽으면 나에게 필요 없는 건데 생명을 나누고 가면 좋겠다"는 남편의 따뜻한 한마디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유영목 씨는 마지막 순간 심장, 간, 폐, 신장 등을 기증하며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습니다.

■ "한 번의 장기기증으로 9명 9(구)한다" 장기기증, 실천 방법 다양해...

오늘(9일)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정한 '장기기증의 날'입니다. 'SAVE9'으로 불리기도 하는 장기기증의 날은 뇌사자의 심장, 간장, 췌장, 신장 2개, 폐 2개, 각막 2개 등 최대 9개의 장기를 기증해 '9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나눌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9월 9일로 지정됐습니다.

최근 한국 프로 레슬링의 대부였던 이왕표 씨가 암 투병 끝에 삶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암 세포가 장기 곳곳에 전이돼 기증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병마와 싸우던 마지막 순간까지 많은 이들에게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알리며 큰 울림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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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이란, 이식을 받으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말기 장기부전 환자에게 자신의 장기를 나누어 줌으로써 생명을 살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사후에 이뤄지는 기증만 장기기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기증할 수 있는 장기는 기증자의 생존 여부 또는 뇌사상태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장기기증 종류에는 살아 있을 때 기증하는 '생존 시 신장기증'이나 뇌사상태에서 이뤄지는 '뇌사 시 장기기증'이 있습니다. 살아 있을 때는 정상적인 신장 2개 중 1개, 골수 일부 등을 기증할 수 있고 뇌사상태 기증자의 경우 심장, 간장, 췌장, 신장, 폐, 각막 등을 기증할 수 있죠. 사후에는 각막 기증이 가능하고 뇌사 또는 사망 후 피부, 뼈, 심장판막 등을 기증하는 '인체조직 기증'도 있습니다.

■ 이식 기다리는 환자만 3만여 명…국내 장기·인체조직 기증 저조한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3만 명에 달하지만, 뇌사 장기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누적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4천187명으로 집계됐지만, 기증자는 2천897명으로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습니다. 기증자를 세분화하면 생존 시 기증자가 2천338명, 뇌사 시 기증자는 515명에 그쳤습니다. 사후 각막기증자도 44명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장기기증이 저조하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는 인구 100만 명당 9.95명꼴로 스페인(46.9명), 미국(31.96명), 이탈리아(28.2명), 영국(23.05명) 등과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기증 희망 등록'에 서약한 사람도 2017년까지 207만8천473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약 2.6%에 그쳤습니다.

우리나라의 장기·인체조직기증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내에는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유교적 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생전에 기증을 약속했어도 유가족 동의 없이는 장기나 인체조직 적출이 불가하기 때문에 기증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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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상태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장기기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보호자들은 뇌사를 식물인간 상태와 똑같다고 생각해 기증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뇌사와 식물인간 상태는 엄연히 다릅니다. 뇌사란, 뇌에서 호흡·소화·심장박동 기능을 조절하는 뇌간이 멈춘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2주에서 1개월 이내에 사망하게 되죠. 이와 달리, 식물인간 상태는 뇌간의 기능이 살아 있고 치료로 생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증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 미국은 만 13세부터 누구나 '기증 서약'…기증자 예우 문화 조성돼야

기증에 불필요한 규제가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조 1항에 따라,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장기·인체조직기증 서약을 하려면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이를 증명할 서류도 제출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빡빡한 기준입니다.

미국은 만 13세, 일본은 15세, 호주는 16세가 되면 누구나 본인 의사만으로 기증 서약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스페인과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은 생전에 명시적으로 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사망자를 잠재적 기증자로 추정하는 '옵트아웃(opt-out)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입니다.

기증자에 대한 예우 문화가 조성되고 기증자 유가족이 안심할 수 있도록 지원이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2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한 장기기증자의 유가족이 시신 수습, 장례식장 이송 등 지원을 받지 못해 고충을 겪는 일도 있었습니다. 현재도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출 수 있는 추모공원이 마련돼 있고 장례지원 서비스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생명나눔'으로 불리는 장기·인체조직기증, 자신을 희생해 새 생명을 선물한 기증자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유가족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합니다.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생명나눔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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