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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 생애 마지막 아이스크림, 당신은?

론 매카트니 마지막 아이스크림
"카라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습니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췌장암 말기 환자의 말 한마디에, 구급대원은 병원으로 향하던 구급차를 아이스크림 가게로 돌렸습니다. 어쩌면 환자의 생애 마지막 소원일 거란 직감이 들었던 걸까요.

사진 속 앙상하게 마른 백발의 남성, 왼손엔 아이스크림을 들고 오른손으로 아이스크림 한 스푼 먹고 있는 앰뷸런스 속 사진 한 장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아이스크림 한 숟갈의 달콤함이 17년간 그를 괴롭혔던 췌장암의 고통을 달래주었을까요? 향년 72세로 세상을 떠난 말기암 환자 론 매카트니의 딸 대니얼 스미스는 페이스북에 "아빠가 그 아이스크림을 굉장히 맛있게 먹었고, 그 아이스크림은 아빠가 이 세상에서 스스로 먹은 마지막 음식이었다"고 적었습니다.

이런 사연은 매카트니의 아내와 딸이 호주 응급구호기관인 '퀸즐랜드 앰뷸런스 서비스' 구급대원들을 찾아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호주 방송 등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말쯤 말기암 환자였던 매카트니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에 구급대원 한나 호스웰과 케이트 하나피는 그에게 "만약 뭘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카라멜 선데이 아이스크림
매카트니가 먹고 싶다고 말한 건, 유명 햄버거 가게에서 팔고 있는 '카라멜 선데이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2,100원에 사 먹을 수 있는 바로 그 아이스크림입니다. 구급차 안에서 남편이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을 지켜봤던 아내 샤론은 "남편이 정말,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곤 두 구급대원을 꼭 껴안았습니다.
호주 구급대 방송 페이스북
호주 구급대 방송 페이스북

'아, 황홀하다.'

술이란 액체에서 '황홀'이란 감각을 느껴본 게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야생 노을빛에 취했던 건지, 나폴레옹이 유배지에서 죽기 직전에 이 술 한 잔만 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어서였던지 모르겠습니다. 십여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근처에 있는 '그루트 콘스탄시아'라는 와이너리 오크통에서 막 꺼내 마셨던 그 와인 한잔, 죽기 전에 그 와인 한잔 괜찮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루트 콘스탄시아
요즘 서점에서 눈에 들어온 책 중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란 에세이도 떠오릅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피식' 하면서도 '완전 공감' 네 글자가 머릿속에 콕 박혔습니다. 생애 마지막 순간, 뭘 먹을 수 있다면 뭘 먹어야 할까. 뭘 먹고 싶단 생각이 들까. 론 매카트니의 '마지막 아이스크림'엔 어떤 추억이 깃들어 있었을까. 외신 뉴스를 보다 잠깐 빠져들었던 '푸드夢'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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