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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전기 먹는 하마, '셋톱박스'…전원 안 켜도 전기요금 '줄줄' 새는 이유는?

[리포트+] 전기 먹는 하마, '셋톱박스'…전원 안 켜도 전기요금 '줄줄' 새는 이유는?

올여름 폭염 때문에 에어컨 틀면서 전기요금 걱정하신 분들 많을 겁니다. 그런데 1년 내내 안 보이는 곳에서 전기를 잡아먹는 가전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케이블 채널 등의 유료방송을 보기 위해 필요한 셋톱박스인데요. '항상 전원 끄고 잤는데'라며 안심할 수 있지만,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전기를 잡아먹어 요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셋톱박스, 알고 보면 정부가 전력 상한선도 마련했다는데요. 왜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걸까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전력이 소모되고 있는 걸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전기요금의 주범이 될 수도 있는 셋톱박스 전력 소모에 대해 따져봤습니다.

■ 에어컨보다 전기 더 먹는다? '전기 도둑' 셋톱박스, 직접 측정해 봤더니…

실제로 셋톱박스는 얼마나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있을까요? SBS 취재진이 에너지 절약 전문가와 함께한 가정집을 찾아 직접 실험을 해봤는데요. TV와 셋톱박스 전원을 모두 끈 상태에서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을 측정했더니 15W가 나왔습니다. 전원이 꺼져 있는데도 한 달이면 약 3천 원의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겁니다.
[리포트+] 전기 먹는 하마, '셋톱박스'…전원 안 켜도 전기요금 '줄줄' 세는 이유는?

집안의 다른 가전제품들과 대기전력을 비교해 봤더니, 그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에어컨은 7W, 세탁기는 2W, 전자레인지는 3W 정도로, 셋톱박스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습니다. 집안 곳곳에 있는 전자제품의 대기전력을 합치면 30W가 넘는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셋톱박스에서 나오는 겁니다.
[리포트+] 전기 먹는 하마, '셋톱박스'…전원 안 켜도 전기요금 '줄줄' 세는 이유는?
심지어 CJ헬로비전의 한 셋톱박스는 대기전력이 무려 24W를 넘었고 딜라이브의 셋톱박스도 20W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로 케이블방송 셋톱박스 57개를 조사해 보니, 8개를 제외한 49개 모두 대기전력이 10W를 넘었습니다.

5년 전인 2013년에도 SBS가 전기먹는 하마 셋톱박스를 보도하면서 정부가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때와 비교해 IPTV 셋톱박스의 대기전력 평균값만 조금 낮아졌을 뿐 케이블방송은 거의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 정부가 '대기전력 상한선' 정해뒀는데…기준 안 지켜도 문제 안 된다?

2015년부터 셋톱박스 대기전력에는 상한선 기준이 생겼습니다. IPTV는 12W, 케이블방송 셋톱박스는 16W를 넘어서는 안 되는데요. 이 기준을 넘길 경우, 판매가 금지되고 벌금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셋톱박스에는 또 다른 기준이 있습니다. 절전모드 상태에서 3W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건데, 절전모드는 사실상 전원을 뽑은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입니다. 대기전력 상한선 기준과 절전모드 전력기준 등 두 가지 기준 중 한 가지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대기전력을 많이 소모하더라도, 절전모드 상태에서 3W만 넘기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부가 왜 전력 기준을 두 가지나 만들었을까 궁금하실 텐데요. 셋톱박스를 만드는 케이블방송과 통신사 측이 절전형 셋톱박스를 도입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하소연해왔습니다. 정부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전력 기준을 두 가지나 만든 데다가, 소비자들이 이미 대기전력 비용까지 내고 있기 때문에 업체 측에서는 굳이 돈을 더 들여 절전형 셋톱박스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겁니다.

게다가 셋톱박스에는 에너지소비효율을 5등급으로 나눠서 표시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마크'가 없습니다. 이 마크의 등급이 5에 가까울수록 전력 소모가 많다는 것을 의미해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됩니다. 그런데 셋톱박스에는 마크 자체가 없어 소비자들이 에너지소비효율 정도를 알 길이 없고 항의할 방법도 없습니다.
[리포트+] 전기 먹는 하마, '셋톱박스'…전원 안 켜도 전기요금 '줄줄' 세는 이유는?
(취재: 김수형, 엄민재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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