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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주병진과 무대, 트라우마에 대해 입을 열다

[스브수다] 주병진과 무대, 트라우마에 대해 입을 열다
주병진은 여러 이름을 가졌다. 첫 시작은 음악카페 DJ, 이후 방송가를 주름잡는 1인 MC다. 주병진은 해장국집, 카페 등을 운영하는 요식업 사장님이었고, 크게 히트 친 속옷 브랜드를 창업한 CEO이기도 했다.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밝히는 주병진에게 한 가지 이름이 더 붙는다. 바로 뮤지컬 배우다.

‘오!캐롤’로 데뷔 41년 만에 첫 뮤지컬에 도전한 주병진은 솔직함으로 관객들 앞에 섰다. 요지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최고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노래와 연기, 퍼포먼스 등 모든 걸 동시에 해내야 하는 뮤지컬 세계는 그에게도 만만치 않은 듯 했다. 주병진은 “노래 연습을 하면서 1시간 동안 낫질을 했는데, 그만 손가락을 낫에 크게 베이고 말았다. 연습하면서 피를 봤긴 봤다.”고 웃음으로 털어놨다.

주병진에게 “왜 ‘오!캐롤’을 선택했나.”라는 질문을 던질 때 예상되는 지점이 있었다. ‘오!캐롤’은 밝고 유쾌한 작품일 뿐 아니라, 주병진의 팬층이라고 할 수 있는 중장년층에게 크게 사랑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성기 시절엔 ‘개그계 신사’로 불렸고, 지금은 ‘화려한 독신남’의 이미지를 가진 주병진에게 중장년층의 로맨스 스토리가 제법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답변은 예상을 조금 넘어섰다. 주병진은 캐릭터에서 그 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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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운동, 외식, 제조업, 코미디, 개그 등 계속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해왔다. 뮤지컬이 높은 산인 건 알지만 인생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허비’라는 역할을 보면서 내 심리적 상황, 응축된 삶의 억압 같은 게 다 묻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MC 역할까지 맞아 떨어지면서 ‘아, 이건 내가 해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캐롤’에서 허비는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배경으로 리조트 사장 에스더를 짝사랑하는 쇼MC다. 주병진은 극중 에스더를 짝사랑하는 허비의 모습까지도 자신과 같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열애 공개일까 싶었으나, 의미는 달랐다. 주병진은 “짝사랑의 대상이 꼭 이성만은 아니었다. 내가 추구했던 삶의 목표들, 소망해왔던 것, 참아왔던 것이 한 여인으로 응축돼서 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일밤’은 주말 저녁을 뒤흔드는 전국민의 오락거리와도 같았다. 주병진이라는 1인 MC의 등장은 신선했다. 개그맨처럼 슬랩스틱 개그를 선보이지 않아도 무대 위에 꼿꼿이 서서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게 그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주병진은 예능 끼와 사업적 수완을 동시에 가진 몇 안 되는 연예인으로 손꼽힌다. 속옷 사업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사업채를 탄탄히 운영해갔던 주병진은 연예인으로서는 긴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주병진을 향한 예능계 러브콜은 여전하다.

최근 주병진은 중장년층의 러브 리얼리티를 다룬다고 했던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했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주병진은 “겸사겸사 해서 불발이 됐다. 다른 프로그램들도 준비하고 있긴 하다.”며 방송 활동 여지는 남겨뒀다. 주병진은 예능 프로그램에 가진 ‘트라우마’를 털어놨다.

“많은 섭외 연락이 오는 건 사실이지만, 예능프로그램은 사양하려고 한다. 게스트나 메인이 되는 것도 그렇다.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내 방향이다. 왜냐하면 나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누가 나에 대해서 사실과 다른 얘기를 부풀려서 하거나 평가를 하거나 상상을 하듯 얘기하는 것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이 있다.”

주병진이 굳이 얘기하진 않았지만 그의 트라우마는 2000년 11월 한 술집 여종업원으로부터 허위 성폭행 고소를 당한 사건을 가리키고 있었다. 당시 그는 법정 공방 2년 만에 최종 무죄를 선고받고 해당 여성을 무고로 고소한 바 있다. 그는 “이렇게 속마음을 얘기하면 안되는데.”라면서도 방송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교통사고를 당해본 사람은 뭘 해도 덜컥 한다. 나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걸 정말 싫어한다. 내가 왜 그런 걸 싫어하냐면, 나에 대해 사실과 다른 얘기가 떠돌 때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근거를 없애자’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러려면 방송을 극도로 자제해야 하는 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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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진에게 ‘오!캐롤’은 도전일수도 있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유료 관객들에게 냉정하게 그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주병진이 출연한 공연을 보고 일부 대사가 여성 차별적이고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 주병진은 “바꿔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일부 멘트들이 분위기 상 수위를 넘나들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1000명의 관객이 왔고, 대부분 흐뭇하게 보셨더라도 그중에서 몇분이라도 마음에 안들었다면 그건 개선을 시켜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안드는 관객이 단 한명이라도 없도록. 누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노래를 함에 있어서도 부족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노랫말에 담기 위해 노력하겠다.”

‘오!캐롤’은 미국 가수 닐 세다카(Neil Sedaka)의 인기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이번 시즌에는 주병진을 비롯해 서범석·김선경·정상윤· 서경수·성기윤·윤영석·이혜경·박영수·정원영·박한근·김태오·조환지·최우리·스테파니 등이 출연한다.

오는 10월 2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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