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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렇게 착한 권력은 없다

[칼럼] 그렇게 착한 권력은 없다
사람들은 다 안다. 왜 통계청장이 갑자기 바뀌었는지, 전격 단행된 차관급 인사의 핵심이 통계청장 경질이라는 것도 다 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다 안다. 통계청장 인사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은 간단하다. 바꿔야 될 때가 되어서 바꾸었을 뿐이라고, 통상적인 인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한 마디 툭 던지고 지나갔지만 국민들, 특히 공직자들은 이번 인사의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통계청장처럼 일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번 인사가 말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객관적 현실을 수치로 발표했을 뿐인 통계청장을 바꾸는 것은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통계 탓으로 돌리려는 처사 아니냐고, 차관급 공직자에 불과한 통계청장을 희생양 삼아 분풀이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후임 통계청장이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통계를 분칠하고 마사지(?)하는 것 아니냐는 말부터 앞으로 발표될 정부 통계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인사를 두고 말 많기는 지난달 이주민 서울경찰청장 때도 이번에 못지않았다.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될 사람을 유임시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권력 실세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한 것에 대한 보상 아니냐고 말이다. 이런 것이 적폐가 아니면 무엇이 적폐냐며 핏대를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다른 정권도 아닌 문재인 정부가 이런 인사를 할 줄은 몰랐다는 사람도 있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권력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시시비비와 공과를 제대로 따져 인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아쉽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정말로 그렇게 할 것으로 믿었다면 이번 기회에 권력의 속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권력은 윤리학 교과서에 적힌 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권력에 충성하는 이에게 상을 주고 정권에 걸림돌이 되고 밉보이는 자를 내치고 벌주는 것이 권력의 변하지 않는 속성이다. 여기에는 어떤 정권도 예외가 없고 이 점에서는 문재인 정부 역시 다른 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다.

권력의 민낯을 살짝 드러낸 것 외에도 이번 인사는 한 가지 사실을 더 말해 준다. 관료들의 저항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1년 차에는 청와대가 굳이 칼을 빼 들지 않아도,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관료 사회는 알아서 움직였다. 집권 2년 차를 맞이한 지금 이제는 칼을 쓰지 않으면 공직자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차관급 인사는 보여주고 있다. 이 역시 5년 임기 정부의 정형화된 패턴이었다. 앞으로 관료들에 대한 정권의 호통 소리가 높아질 것이고 고개 숙인 채 구시렁거리는 공직자들은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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