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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공지영 "김부선 옹호? 욕 먹더라도 한 사람 살려야겠기에"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8월 13일 (월)
■ 대담 : 공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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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해리>, 이 사회 악녀에 대한 보고서
- 대구희망원·전주봉침목사 사건 등 실제 사건 모티브로 작가 공지영의 시각을 담은 작품
- 김부선, 죽음 직전까지 갔다 내 증언으로 살아나
- 김부선 옹호 SNS 발언, 정치적 의도 없어…한 사람 살려야겠다는 생각
- 이후 주진우 기자와 연락 닿은 적 없어
- 정치 위해서 한 여자를 매장 하는 건 안 되는 일이라 생각



▷ 김성준/진행자:

공지영 작가가 5년 만에 신작을 발표했습니다. 신작 이름은 <해리>인데요. <해리>는 이중적인 인물들의 위선을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품 속의 내용이 사실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서 소설을 통해서 어떤 얘기를 공 작가가 하고 싶으셨는지 한 번 자세히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공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 공지영 소설가:

예,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우선 청취자 여러분들을 위해서 5년 만의 신작, 소설 <해리>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 공지영 소설가:

네, 말씀하신 대로 이 사회의 악녀에 대한 보고서이고요. 그 악녀를 악녀일 수 있게 지탱해주는 시스템과 사이비 언론들, 혹은 SNS를 통한 위선들, 이런 것들을 제가 소설로 엮어봤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악녀, 그러니까 갑자기 무서워지는데 <해리>라는 제목의 의미는 어떤 겁니까?

▶ 공지영 소설가:

<해리>는 제가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말이 바뀌었더라고요. 예전에는 이걸 다중인격이라고도 불렀던, 정체가 계속 해리된다는, 나누어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위선도 가능하고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 이런 것들에서 제가 착안해서 여주인공의 이름을 해리라고 짓고, 현대인들이 가지는 우리가 깜짝 놀랄 정도로, 전 지사님도 계셨지만 입으로 민주주의와 평등과 여성 인권을 부르짖으시면서 뒤에서 말하자면 우리가 입에 담을 수 없는 그런 일을 하셨던 거, 이런 걸 제가 빗대서 소설을 한 번 써 봤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해리라는 이름을 가진 악녀를 주인공으로 해서 쓰신 소설, 아까 작품 내용을 요약해 주실 때 말씀하신 걸 들어보니까 우리 사회에 벌어졌던 몇 가지 특이한 사건들이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참고하신 겁니까?

▶ 공지영 소설가:

예. 제가 아주 크게는 대구의 희망원과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위선, 그리고 작게는 전주에서 저도 고소당하고 그랬던 사건인데요. 전주에서 있었던 봉침 목사 사건, 이런 것들 외 사회적 이슈가 된 여러 위선의 형태들을 제가 소설로 여러 가지로 엮어 봤습니다. 그리고 이 이후에 자잘한 것들은 거의 다 제가 다른 취재를 통해서, 에피소드 중에 실화가 되게 많고요. 이런 것들을 통해서 제가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악녀라든가 위선자, 이런 것들이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사실은 더 중요한 주제라고 볼 수 있죠.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이 소설은 그냥 순수한 픽션이라기보다는 논픽션과 픽션의 중간 단계 정도라고 생각해도 되겠네요.

▶ 공지영 소설가:

글쎄요. 예,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전에 그것도 이렇게 나누기는 좀 그런데, 예전에 제가 어렸을 때 너무나 감명 깊게 읽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톨스토이의 부활 같은 경우도요. 거기 카추샤라는 여자가 실제로 시베리아 유형을 받는 그 신문기사를 모티브로 해서 톨스토이가 그 당시의 러시아 사회를 아주 통렬하게 비판한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사건의 모티브 자체는 실제였지만 그것을 통해서 이 사회 전체, 21세기 대한민국, 그러니까 촛불 이후의 대한민국의 실제적인 악들이 어떻게 위선의 탈을 쓰고 횡행하는가, 이런 것에 대한 저의 작가적 보고서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 김성준/진행자:

내용은 전혀 다르겠습니다만 방향성으로 보면, 또는 성격으로 보면 과거에 쓰신 <도가니>와 맥이 닿는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 공지영 소설가:

맥은 그리 닿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도가니>에서는 장애인 아이들의 피해 사례를 제가 중심으로 했다면, 여기는 같은 무진이라는 답답하고 안개 낀 도시를 제가 배경으로는 했습니다만 악인들의 행태와 심리에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 들여갔다고 할까요. 현미경을 더 많이 들이댔다고 할까요. 그런 면에서는 좀 다르죠.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공 작가님은 가톨릭 신자로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계의 비리, 성폭행 사건, 이런 것들을 다룬다는 게 좀 부담스럽지 않으셨어요?

▶ 공지영 소설가: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변명을 하자면 제가 가톨릭을 너무 사랑하니까 비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거꾸로 이것이 나오고 나서 굉장히 큰 후폭풍이 불어 닥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폭풍은 엉뚱한 곳에서 불어닥쳐서 제가 좀 당황스럽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래요? 어떻게요?

▶ 공지영 소설가:

그러니까 예를 들면 경기도지사님과 관련된 후폭풍이 너무 심해서 사실은 가톨릭의 이야기는 중요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거론되고 있지 않죠.

▷ 김성준/진행자:

지금 말씀하신 후폭풍이라는 게 얼마 전에 김부선씨를 옹호했던 발언 때문에 신간 <해리>의 불매운동이 벌어진 걸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 공지영 소설가:

네, 맞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말씀 하신 김에 김부선씨를 옹호했던 SNS 발언을 지금도 견지하고 계십니까? 그 취지를?

▶ 공지영 소설가:

그렇죠. 제가 견지한 건 그 당시 김부선씨를 옹호했다기보다는 주진우 기자가 중간에서 자기가 그것을 막고 개입했다는 그 증언을 제가 들은 거였잖아요. 김부선씨가 정말 그런지 안 그런지는 제가 추후에 확인을 한 거고요. 그리고 그 김부선씨께서 거의 죽음 직전에 가셨다가 제 증언으로 다시 살아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그 때 그냥 제가 작가니까요. 정치적 의도 같은 건 전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니까 한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저에겐 훨씬 더 절박했고요. 앞으로도 무슨 욕을 먹더라도 또 다시 만약에 한 여자가 그 사람의 행동 자체는 제가 왈가왈부하거나 이런 것은 절대 아니고요. 어떤 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것들이 너무 잔인하다고 느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혹시 그 SNS 발언 이후에 주진우 기자를 만나거나 얘기를 나눠보신 적은 있으십니까?

▶ 공지영 소설가:

전혀 연락 없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출판간담회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향후 몇십년 간 싸워야 할 악은 민주, 진보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부리는 무리다, 이게 지금의 현실과 어떤 맥이 닿는 부분이 있습니까?

▶ 공지영 소설가:

저는 일정 부분 그렇다고 봅니다. 저희가 오늘도 발표됐지만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만약에 우리가 종전선언까지 쭉 갈 수 있다면 사실 기존의 반세기를 지배했던 북한이 곧 전쟁을 일으킨다는 그 양치기의 말은 더 이상 효험이 없고, 말하자면 극우, 아주 오른쪽에 계시는 분들께서는 아마 향후 아젠다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요. 그렇다면 말하자면 소위 민주당보다 더 왼쪽인 분들이 헤게모니를 잡고 계시는 시간들이 꽤 오래 진행될 것 같은데요. 이럴 때 가장 위험한 것이 민중을 위하고, 가난한 자를 위하고, 약자를 위한다고 겉으로 말하면서 그런 사람들의 선의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쟁취하고 국민들을 이리저리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가짜 민주주의자들이 아마 횡행할 거라고 작가로서 제가 예측한 거거든요.

▷ 김성준/진행자:

현실에 대한 지적입니까, 미래에 대한 예측입니까?

▶ 공지영 소설가:

현실도 이미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더욱 창궐할 거라고 제가 예측을 한 거죠. 이것은 예언은 아니고요. 해바라기 모종을 심는 걸 봤기 때문에 해바라기는 어렸을 때는 해바라기 같이 안 보이지 않습니까? 제가 곧 여기가 해바라기 밭으로 노랗게 덮일 것 같다고 말하는 거죠. 그건 예언은 아닙니다.

▷ 김성준/진행자:

혹시 제가 해바라기의 모종으로서 현실에서 느끼시는 그런 문제점이라는 걸 사례로 들자면 어떤 게 있을 수 있을까요?

▶ 공지영 소설가:

솔직히 말해서 김부선씨 건을 덮었다고 말하는 그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얼마나 저보다 훨씬 더 많은 팬덤을 거느리고 있고, 정말 이렇게 말하면 돌을 맞을 것이라는 것도 사실은 예측을 했지만 제가 작가로서 양심을 걸고 한 여자를 이렇게 정치를 위해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라고 생각했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책이 덜 팔리고 이런들 어떻게 양심을 저버리는 일은 할 수 없겠죠. 제가 그 이상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고요.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도가니>부터 <해리>까지 다른 소설도 많이 쓰셨습니다만 이렇게 사회적인 이슈와 직접 어떻게 보면 씨름을 하는 그런 소설로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아 오셨는데,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쓰실지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 공지영 소설가:

저요? 저 너무 이제 정말로 정치에 대해서 정치들이 좀 더 말하자면 우리의 소원인 적폐 청산이라든가 평화통일, 아니 평화적인 안착, 이런 것들이 되고 나면, 아니 지금도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 마음 속에는 열 편 정도의 신나고 재밌고 제가 여태까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우주 공상 과학이라든가 모험적인 동화라든가 이런 것들이 있어요. 사실은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여태까지 정치권으로 간 분들이 좀 더 발언을 해 주셔야 작가인 제가 좀 편안하게 구경만 하면서 쓸 수 있을 텐데, 작가의 말 한 마디가 이렇게 많은 반향을 일으키는 사회가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거든요. 저는 정말로 진짜 저도 좀 심각한 고민 중입니다. 저는 정말 제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쓰고 죽고 싶거든요.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조만간 그렇게 신나고 재밌는 소설을 쓸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오길 바라겠습니다.

▶ 공지영 소설가:

네, 뉴스에서 좀 더 많은 걸 다뤄주시면 저 같은 작가들이 좀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공지영 소설가:

네,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신간 소설 <해리>의 저자 공지영 작가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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