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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일자리, 춤춰서 될 일 아니다

美 경이적인 '94개월' 연속 일자리 증가...우리 대책은?

정호선 기자 hosun@sbs.co.kr

작성 2018.08.08 09:07 수정 2018.08.08 09: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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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일자리 호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요 선진국들의 일자리 지표가 좋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실업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이른바 '잘 나가는' 일자리뿐 아니라 취약계층 또는 저학력 층의 실업률도 동반 하락 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25세 이상 미국인의 실업률은 5.1%로 노동부가 관련 데이터를 추적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잘 나가는' 일자리는 경기 호황과 불황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취약계층 일자리 사정도 계속 좋아진다는 것은 경제 성장에 따른 훈풍이 전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미국의 지난 6월 실업률은 4%로 전달보다 0.2% 포인트 상승했지만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7월 실업률은 3.9%로 소폭 하락했는데, 일자리는 15만 7천개가 증가했습니다. 무려 94개월 연속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일자리 호황은 기록적(record-breaking)인 수치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취재파일] 일자리, 춤춰서 될 일 아니다/그래픽무엇보다 일자리가 여러 규모의 기업에서 골고루 생기고 있다는 것도 부러운 점입니다. 미국의7월 신규 일자리 구성을 보면 중간 규모의 기업(50~499인 미만)에서 가장 많은 11만9천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대기업은 4만8천개, 소규모 기업이 5만2천개입니다. 중견기업들이 경제 허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통상정책이 추후 경제에 부정적인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일단은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늘려온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일자리 숫자가 늘어난 만큼 임금 상승세가 뒤따라 와줘야 하는데 아직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 상승세를 보이는 건 미국도 나아져야 할 대목입니다.

미국의 일자리 사정이 얼마나 호황인지에 대해 한 매체는 최근 "인력난에 시달리는 미국에서 학력과 경력 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학력이나 경력 등에 상관없이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실업률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도달하면서 기업들이 최근 직원 채용 과정에서 최소한의 자격요건만을 요구하는 '묻지마 경력' 채용 관행을 보이고 있다고 전한 건데요. 바늘 구멍 뚫기만큼 어려운 우리 취업준비생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대선개입 파문을 비롯한 각종 스캔들, 품위라고는 찾기 어려운 돌출 행동, 언론에 대한 혐오발언을 쏟아놓는 등 비호감스러운 인물로 묘사되는데요. 하지만 미국발 무역전쟁을 유발하는 것이 트럼프의 자충수로 실질적인 이익이 없고 오히려 미국에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진보매체와 민주당의 비난에도, 굳건히 '마이웨이'를 외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가 이런 경제지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팔을 비틀어서 또는 윽박질러서라는 비판에도 -어쨌든 수단은 자랑스럽지 못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들이 미국 땅에 공장 짓게 하고 일자리 만들게 하고 투자하면 세제혜택 주고, 그 임금 받은 가계는 더 소비하고, 실적 좋아진 기업은 더 고용하는 선 순환이 가장 좋은 해법임을 굳게 믿고 밀어붙이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 6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일자리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고충을 토로하면서 "일자리 20만개, 25만개 나오면 광화문 한복판에서 춤이라도 추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가장 큰 고민인 일자리 얘기를 하자니 '구걸' 논란을 자극할 것 같고,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 하자니 고용대란에 대한 고민은 너무 크고, 아마 다소 예능적인 표현을 통해서나마 절박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이재용 삼성 부회장
하지만 천만 관객 퍼포먼스 공약하는 영화배우도 아니고, 절박한 고용상황에 대한 발언치고는 좀 튄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재벌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체질을 벗어나 다양성을 늘려야 하는 시대에 거기 가서 꼭 그 말을 해야 했었나 따가운 시선도 많습니다. 게다가 현재 경제상황대로라면 광화문에서 춤추는 일이 현실이 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올 들어 월별 취업자수는 1월 33만4천명에서 2월 10만 4천명으로 급감하더니 계속 10만명 내외에 그치고 있고, 5월엔 7만2천 명으로 떨어졌습니다.

결국 투자와 소비가 부진한데, 그나마 나은 수출 쪽에서 창출된 소득을 어떻게 민간으로 이전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수출에서 고용으로의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시도했던 게 김 부총리의 삼성방문 결정일 것입니다. 비록 여러 논란 속에 어정쩡한 방문으로 끝나버렸지만, 정부가 경제 주체 중 한 구성원인 기업을 만나는 것 자체를 사사건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일자리 문제가 몇개 대기업만 한시적으로 투자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산업구조 개선과 창업 활성화, 민간 투자를 자극해 자발적으로 고용 수요가 늘어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대기업 집중현상을 해소하고 불공정거래 관행을 줄여 중소기업도 함께 커나가는 환경이 돼야, 청년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란 오명을 벗을 수 있습니다. 누굴 만나니 마니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건설적 논의를 집중적으로 이어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