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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법원 특수활동비, 뭐가 문제일까

[취재파일] 대법원 특수활동비, 뭐가 문제일까
대법원
-7월초 2011~2013년 국회가 사용한 특수활동비 내역이 공개됐다. 국회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소송 3년여 만인 지난 5월 대법원이 원고인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조치였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국회만이 아니라 그동안 특수활동비를 공개하지 않았던 다른 기관들도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활동의 투명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판례가 됐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곧바로 최근 10년간 특수활동비를 단 한 번이라도 사용했던 정부기관 26곳을 상대로 특활비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정보공개청구법에 따르면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10일 이내 답하게 돼 있다. 휴일은 제하고 계산한 10일이기 때문에 토-일을 두 번씩 포함한다고 보면 14일 이내 답이 온다고 보면 된다. 처리담당자가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최대 10일이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비공개로 결정하거나 부분공개한다면서 별 의미 없는 정보만 공개했을 경우엔 이의 신청할 수도 있고 그 다음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택할 수 있다.
 
7월 23일 한 차례 연장신청을 했던 대법원 담당자로부터 7월 30일에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기왕 주는 거면 당장 줄 수 없냐고 요청하기로 했다. 24일엔 다른 업무로 바빠 25일 오전에 연락했다. 다행히 바로 받을 수 있었다.
 
-대법원이 제공한 특수활동비 내역은 마부작침이 청구한 대로이긴 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특수활동비 지급결의서 전체. 2015년 275장, 2016년 266장, 2017년 254장, 합치면 795장이다. 문제는 지급 결의서를 스캔한 PDF파일로 1년 치씩 파일 3개를 줬다는 점이었다. 수령인과 지급날짜, 지급금액 등의 정보가 나와 있었는데 이를 정리해야 했다. 특정 수령인이 언제, 얼마를 수령했는지, 합치면 얼마인지, 액셀 파일로 정리하는 게 필요했다. 데이터분석에 능한 안혜민 기자가 여차저차한 과정을 거쳐 빠르게 정리를 끝냈다.
 
-2015년 대법원 특수활동비가 신설된 해, 대법원장은 양승태였다. 2017년 9월 22일 퇴임했다. [마부작침]은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특활비를 수령한 이들 중에서 당연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가장 많이 받았을 것으로 봤다.
[마부작침] 특활비 썸네일& 그래픽 수정
그런데 엉뚱한 이름이 등장했다. 설범식? 확인해보니 당시 대법원장 비서실장이었다. 3년동안 무려 2억 4,033만 원을 수령했다. 대법원은 설범식(2015.2~2018.2 비서실장)과 김정만(2015.2까지 비서실장) 실장이 수령한 특활비는 대법원장 특활비가 맞다고 확인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명수 현 대법원장 시기로 나눠보니 양 전 대법원장은 2억 2,368만 원, 김 대법원장은 3,020만 원을 받았다. 양승태 전 원장이 마지막으로 특활비를 받은 건 2017년 9월 13일 100만 원, 김명수 원장이 처음 특활비를 받은 건 2017년 9월 26일, 300만 원이다. 양 전 원장의 퇴임은 9월 22일, 김 원장의 취임은 9월 26일이었다. 양 전 원장은 퇴임 9일 전까지, 김 원장은 취임 당일부터 특활비를 받았다.
 
대법원장 외에 특활비를 많이 받은 건 법원행정처장을 겸직했던 대법관들이었다. 고영한 대법관(2012.8~2018.8)이 9,440만 원, 박병대 전 대법관(2011.6~2017.6) 6,454만 원, 김소영 대법관(2012.11~2018.11) 6,040만 원 순으로 많이 받았다.

대법관이 아닌 대법원 소속 인사 중에서는 법원행정처의 일부 간부들이 특활비를 받았다. 기조실장은 1,006만 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688만 원을 받았는데 그외 간부인 윤리감사관, 사법정책실장, 인사총괄심의관, 인사운영심의관은 각각 300만 원, 200만 원, 100만 원, 100만 원씩을 받았다.
[마부작침] 그래픽 수정2
흥미로운 건 이들 4명이 특활비를 받은 시점이다.  2017년 9월 18일, 19일, 2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9월 22일 직전의 월, 화, 수요일이다. 퇴임하기 전에 전별금이라도 준 것일까?
 
-특수활동비는 흔히 영수증이 필요 없고 감사도 받지 않는 돈으로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특수활동',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등에 사용하는 경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원 지침에는 특활비라도 영수증과 집행내용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부득이한 경우 생략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도, 모든 경우가 부득이한 경우로 간주되고 있다. 대법원도 그렇다.

2015년 1월 특활비를 처음 지급할 당시에 특활비 지급결의서를 보면 20장은 증빙 구분에 '영수증'이라고 나와 있다. 이후 2017년 12월까지 다른 지급결의서 775장은 모두 증빙 구분에 '기타'라고 돼 있다. 혹시 특활비를 처음 받을 때는 감사원 지침에 따라 영수증을 제출했나 싶어서 왜 이렇게 돼 있냐고 대법원에 물었다. 대법원에서 돌아온 대답은 "특활비에는 영수증이 필요없지만 지급 결의서 입력 시스템에서 증빙 구분에 뭐라도 넣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어 담당자가 임의로 고른 것"이었다.
 
-이렇게 대법원 특활비 지급 내역을 살펴보니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7월초 국회 이후 특수활동비 내역이 공개된 건 대법원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특수활동비가 편성됐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하다. 대법원에서 수행한다는 '특수활동'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대법원의 공식 답변은 "법관 및 법원 직원에 대한 윤리감사, 각급 법원에 대한 직무감찰이나 사무감사 등과 같이 밀행성이 요구되는 활동이 있으므로 이런 영역에서 특수활동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법원의 사법행정사무를 감독하는 기관이 법원행정처인데 이 안에서 대법원이 설명한 윤리감사, 직무감찰, 사무감사 등을 담당하는 건 윤리감사관과 인사심의관 등이다. 이들에게 지급된 특활비는 2017년 9월 300만 원, 100만 원, 100만 원씩이다. 3년간 8억 5천만 원의 특활비를 쓰면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밀행성이 요구되는 특수활동'에 고작 500만 원을 지급한 셈이다. 이게 설득력이 있을까?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 7월 26일, 자료를 받고 정리한 바로 다음 날 8뉴스에 기사를 썼다.
☞[단독] 베일 싸인 대법원 특활비 공개…누가 얼마나 받았나 봤더니
그 다음날인 27일 마부작침의 종합 기사로 상세한 내용을 정리해 오후에 인터넷 기사로 출고했다.
☞[마부작침] 대법원 '특수활동비' 최초 공개·분석

-기사를 서두른 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의 문제점과 연장선상에 있는 기사이기 때문에 최근 기사 흐름에 맞게 빨리 기사를 내자는 게 첫번째, 두번째 이유는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게 마부작침만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국회를 비롯해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문제를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파헤치고 있던 참여연대에서도 자료를 받아 정리 중이었고 다른 방송사 또한 SBS 마부작침에서 8뉴스 기사를 낸 바로 다음날 대법원의 특활비 문제를 보도했다. 이들은 올해 대법원의 특활비 지급 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데(올해 편성된 대법원의 특활비 예산 2억 5,600만 원) 기사에는 상세한 내용이 없었다. 이미 작년 석달 만에 3,020만 원을 받은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올해는 얼마나 받았는지도 확인했어야 했는데 아쉬운 부분이다.(대법원은 이에 대한 질의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정보공개 청구라는 제도의 힘과 시민단체의 노력, 언론사들이 벌이는 선의의 경쟁으로 이런 부분은 더 투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대법원이 특수활동비를 과연 어디에 썼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대법원은 특활비의 용도에 대해서도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제공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마부작침]이 특활비 내역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정부기관 26곳 중에서 대법원만 일체 공개를 했고, 답변이 온 기관 17곳은 비공개 혹은 부분공개를 하긴 했는데 세부 내역이 없어 비공개와 차이가 없었다. [마부작침]은 지난해 5월에 이미 정부기관의 특활비 문제를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지속 보도하도록 하겠다.

(그래픽: 김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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