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외공관 파견 위해 '日 강제 노동자 재판' 미뤘나?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작성 2018.07.25 20:53 수정 2018.07.25 21: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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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 지금부터는 사법 농단 의혹 소식 이어가겠습니다. 오늘(25일) 저희가 취재한 건 일제 시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재판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서 일해야 했던 피해자 아홉 명이 일본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었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피해자들이 졌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2년, 1심과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고등법원은 피해자 한 명 당 8천만 원에서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좀 이해하기 힘든 일이 시작이 됩니다. 일본 기업들이 이 판결에 다시 상고를 했는데, 사건을 다시 받은 대법원은 5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인 것인데, 저희 법조팀이 취재해봤더니, 여기에도 재판 거래라고 할 만한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먼저 류란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입니다.   

<기자>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하드디스크에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 외교부와의 관계'라는 제목의 대외비 문건을 최근 발견했습니다.

2013년 9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이 문건에는 대법원판결을 두 가지 경우의 수로 따져보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1안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해외 법관 파견 확대와 고위 법관 의전 문제를 두고 외교부와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반대로 해외 송달 등을 이유로 소송을 지연시키는 2안의 경우는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돼 있었습니다.

5년 가까이 대법원판결이 나오지 않은 것을 봤을 때, 2안이 채택된 것으로 보입니다.

1안에서 법원행정처가 우려했던 해외 법관 파견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2008년 전면 중단됐던 판사들의 재외공관 파견이 2013년 재개됐습니다.

전에는 파견한 적 없었던 주 UN 대표부와 주 제네바 대표부에까지 판사들이 파견됐습니다.

당시 외교부는 여러 차례 대법원에 한일 외교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때문에 검찰은 법원이 판결 선고를 미룬 대가로 판사들의 재외공관 추가 파견을 받아내려 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이런 의심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위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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