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방위 기무열전 ② - 시행계획 vs 참고자료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7.25 11:34 수정 2018.07.25 11:3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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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4일) 20대 국회 후반기 첫 국방위원회에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나타났습니다. 소강원 현 기무사 참모장과 기우진 현 기무사 5처장입니다. 작년 2~3월 계엄 문건을 작성할 때 꾸려진 TF의 팀장이 소강원 참모장(육군 소장)이었고, 문건 작성 실무 책임자가 기우진 처장(육군 준장)이었습니다.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은 이석구 현 사령관(육군 중장)입니다. 작년 8월에 기무사령관으로 취임했습니다. 그전까지는 기무부대에서 일한 적이 없고 문건 작성에도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소강원 참모장과 기우진 처장은 전통 기무맨들입니다.

어제 소 참모장과 기 처장은 문건 작성 경위를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주장했습니다. 이석구 사령관도 문건의 성격에 대한 견해를 현직 기무사령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털어놨습니다. 기무사 넘버 1과 넘버 2, 3가 상반된 말을 했습니다. 별들의 전쟁이었습니다.

● 이석구 사령관 "문건으로 계엄 시행할 수 있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질의와 답변입니다.

정종섭 : 이 문건들을 봤을 때 어떤 점이 심각한 겁니까?
이석구 :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가운데서 특히 계엄 시행계획을 작성하는 부서가 아닌 기무사가 그런 계획에 대한 준비를 하였다는 거, 그리고 방안을 마련해서 구체적인 대비 세부자료까지 준비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장관님께 보고 드렸습니다.
정종섭 : 기무사령관이 이런 계획을 짜면 시행이 됩니까?
이석구 : 시행되고 안되고 하는 것은, 그것은 상황을 판단해서 얼마든지 계획이 있으면 시행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종섭 : 이런 계획으로 무슨 군대가 움직이겠습니까? 기무사령관이 시행하자고 해서 특전사가 따라오겠습니까, 보병 사단장이 나서겠습니까?
이석구 : 장관이 합참에 지시해서 합참 계엄과에서 그런 문건을 만들었다면 합참 참모가 모든 조건들을 정확하게 평가해서 종합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져서 촛불집회와 관련해서 이런 것들이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았을 텐데, 이러한 사항을 직무와 관련이 없는 기무사에 줬다는 게 문제입니다. 들은 것과 본 것의 차이가 있는데 들은 바로는 사령관 이상의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석구 사령관의 발언 요지는 "기무사의 계엄 문건으로도 병력출동이 가능하다"입니다. 이석구 사령관은 또 윗선으로 당시 기무사령관인 조현천 예비역 중장 이상을 지목했습니다. 가깝게는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 멀게는 청와대까지 포함됩니다.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들었는지와 그 말의 진위 여부도 특별수사단에서 밝혀져야 합니다.

● 소강원과 기우진 "8쪽은 메인 보고서, 67쪽은 참고자료"

문건 작성에 직접 관여한 소강원 참모장과 기우진 처장은 어제 국방위에서 이석구 사령관과 다른 말을 했습니다. 국방부 특별수사단 소환조사를 아직 받지 않은 터라 그들의 발언에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먼저 기우진 처장이 발언했습니다. "조현천 전 사령관이 자체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고 한민구 전 장관으로부터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아 실무 요원들에게 지시한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질의에 "제 기억은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소강원 참모장은 "8쪽짜리 원본을 만들고 나서 조 사령관이 당시 한 장관에게 보고할 때 궁금한 점이 있으면 참고할 수 있도록 67쪽짜리 자료를 같이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장관 보고를 마친 뒤 문건을 갖고 온) 조 사령관이 '나중에 훈련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존안(보존) 해놓으라'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민구 전 장관의 지시를 조현천 전 사령관이 받아서 자신들은 문건을 작성했고, 장관 보고 후 문건은 향후 훈련에 사용하기 위해 존안 했다는 주장입니다. 우리 군에는 현재 전시 계엄 계획만 있지 평시 계엄 계획은 폐기된 터라 훈련 자료로 보관했다는 겁니다.

기무사 현역 넘버 1, 2, 3의 말이 이렇게 판이합니다. 67쪽 기무사 계엄 문건의 실체가 계엄 시행 계획이냐 장관 보고용 참고자료냐를 밝히는 게 국방부 특별수사단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 [취재파일] 국방위 기무열전 ① - 기무사 문건 1부는 어디로?
▶ [취재파일] 국방위 기무열전 ③ - 대령의 반란(?)…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