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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폭염 속 버스에서 어린아이 또 숨져…반복되는 갇힘 사고, 해결책은 없나?

[리포트+] 폭염 속 버스에서 어린아이 또 숨져…반복되는 갇힘 사고, 해결책은 없나?
한낮에는 밖에 그냥 서 있는 것조차 힘든 찜통더위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텐데요. 최근 어린아이들이 땡볕에 노출된 차 안에 장시간 방치돼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경남 의령군에서는 생후 27개월 된 아이가 주차된 차 안에 4시간 동안 홀로 있다 숨지는 일이 발생했고, 어제(17일) 경기 동두천시에서는 어린이집 버스 안에 7시간 넘게 방치된 4살 김 모 양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이들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여름철 차량 갇힘 사고,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 버스에 방치돼 의식불명까지…폭염 속 차 안, 온도 얼마나 높기에?

무더위 속 유치원 통학 버스에 방치돼 의식불명 상태가 된 A 군 가족들의 시계는 2016년 7월에 멈춰 있습니다. 광주의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섰던 2년 전 여름, 당시 4살이었던 A 군은 버스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8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된 A 군의 체온은 42도에 달했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지금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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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폭염 속 차량. 도대체 내부는 얼마나 뜨거운 걸까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연구팀이 은색의 소형, 중형 차량과 미니밴을 땡볕에 1시간 동안 세워두고 내부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실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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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당일 온도는 37.8도에 달하는 뜨거운 날씨였고 실험 결과 차량을 1시간 동안 땡볕에 주차해두자 내부 온도가 평균 46.7도까지 올라갔습니다. 한 시간 만에 외부 기온보다 10도 가까이 오른 겁니다. 특히 대시보드 부분은 평균 69.4도까지 달아올랐고 운전대는 평균 52.8도, 앞 좌석도 50.6도까지 뜨거워졌습니다. 이는 2살 아이가 차 안에 남겨졌다고 가정했을 때, 체온이 39.1도까지 올라 고체온증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차를 그늘에 주차한 경우는 어떨까요? 해가 덜 드는 그늘은 시원해 안전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그늘에 세워둔 차량 내부도 한 시간이 지나자 대시보드는 평균 47.8도, 운전대는 41.7도, 앞 좌석은 40.6도까지 뜨거워졌고, 아이의 체온은 38.2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특히 실험이 진행된 애리조나 주보다 습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여름철을 생각하면, 아이들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더 커지는 겁니다.

■ '갇힘 사고' 해결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가 뭐기에?

현행 도로교통법에서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행을 마친 후 어린이나 영유아가 모두 하차했는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 여름이면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고 그 때마다 갇힘 사고를 예방할 다양한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 처리되지 못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지난해 손금주 의원이 운전자 및 동승자가 차량에서 벗어날 때 미취학 아동을 차량에 방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계류 중입니다. 비슷한 시기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차량 뒷좌석에 경보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발의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시행 중인 슬리핑 차일드 체크는 통학 차량의 가장 뒷자리에 버튼을 설치하는 제도인데요. 운전기사가 이 버튼은 누르지 않고 시동을 끄면 경고음이 울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아이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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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 아이가 남아 있는 것을 잊지 않도록 뒷좌석에 앉은 아이 옆에 지갑이나 가방 등 중요한 물품을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최근 20년간 갇힘 사고로 500여 명의 아이가 목숨을 잃은 미국에서는 보호자 없이 어린 아이를 차량에 두는 것을 범죄로 간주하고, 귀중품을 아이 옆 좌석에 두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차량에 갇혔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찰청은 어린 아이들이 손으로 누르면 충분히 무게가 실리지 않는 경적을 엉덩이, 다리로 누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아이들은 당황하면 배운 내용도 쉽게 실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운전자나 동승자가 내리기 전 차량 내부를 꼼꼼히 살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을 입을 모읍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오늘(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어린이 통학 버스 위치 알림 서비스'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이 서비스는 버스 위치 정보와 함께 어린이가 버스에 타거나 내렸을 때 문자로 학부모와 교사에게 알려줍니다. 교육부는 예산 8억 5천만 원을 들여 2학기부터 유치원과 초·중학교, 특수학교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통학버스 약 500대에 단말기 설치비와 통신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교육부 소관이 아닌 어린이집은 이번 사업 대상이 아닙니다.
[리포트+] 폭염 속 버스에서 어린아이 또 숨져…반복되는 갇힘 사고, 해결책은 없나?
어른의 부주의함으로 차량에 혼자 남겨지는 어린 아이들. 가슴 아파하는 피해 아동의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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