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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진흙밭에서 쪽잠 잔 이름 없는 영웅들"

[취재파일] "진흙밭에서 쪽잠 잔 이름 없는 영웅들"
아이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캄캄한 동굴 속 열일곱 밤 동안에도 씩씩했던 열두 소년들이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한참을 울었습니다. 자신들을 구하려다 숨진 태국 구조대원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겁니다. 구조된 지 나흘째 되던 밤이었습니다.

지난 14일, 태국 정부는 12명의 소년들과 25살 축구코치에게 동굴 구조작업 중 산소 부족으로 숨진 전 태국 해군 네이비실 대원 37살 사만 쿠난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사만의 영결식이 엄수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그동안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사만의 소식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취재파일] '진흙밭에서 쪽잠 잔 이름 없는 영웅들
아이들은 사만을 추모하는 그림을 함께 그리고 감사의 인사를 꾹꾹 눌러 썼습니다. "당신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라는 다짐도 썼다고 합니다. 동굴에서 살아온 13명은 사만을 보내며 1분간 묵념했습니다.
[취재파일] '진흙밭에서 쪽잠 잔 이름 없는 영웅들
[취재파일] '진흙밭에서 쪽잠 잔 이름 없는 영웅들
태국 야생 멧돼지 '무 빠' 축구단 소년들의 실종 장소에서 '기적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태국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 주변엔 현재 지역 예술가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벽화 속엔 이번 구조 작업의 유일한 희생자였던 사만 쿠난의 얼굴도 있고, 구조 총책임자였던 나롱싹 오소따나꼰 전 치앙라이 주지사, 열흘 만에 아이들의 생존을 확인했던 영국인 잠수사 존 볼랜던과 리처드 스탠턴, 동굴 속에서 아이들의 건강을 돌봤던 '잠수하는 의사' 호주인 리처드 해리스도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이들에게 '영웅'이란 제목을 헌정했습니다.
[취재파일] '진흙밭에서 쪽잠 잔 이름 없는 영웅들
이렇게 이름이 알려진 영웅들도 있지만, '구조대원들'이란 대명사로 총칭되는 이름 없는 영웅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동굴 속 물을 퍼내느라 온통 진흙탕이 된 곳에서 쪽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흙범벅 된 손으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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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네이비실 대원들은 동료 사만 쿠난을 잃었지만 슬픔 속에서도 '후야(Hooyah)'라는 자신들의 구호를 외치며 또다시 진흙탕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태국 네이비실 아빠꼰 유꽁께 사령관은 구조 작전을 완수하고 "우리는 영웅이 아니다"라며 공을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돌렸습니다. 귀국길에 공항에서 영웅이라는 환호를 받았던 영국인 잠수사들은 동굴 속에서 침착함을 발휘했던 소년들이야말로 영웅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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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의 기적'에는 미국, 영국, 호주, 중국, 일본, 미얀마, 라오스 구조대가 참여했고, 덴마크, 독일, 벨기에, 캐나다, 우크라이나, 핀란드에서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했습니다. 그야말로 '다국적 구조 어벤저스'들입니다. 여기에 태국 해군 네이비실까지, 총인원 1천여 명이 투입됐습니다. 태국 정부는 참가국들의 언어로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12명의 소년들과 코치는 모레(19일)쯤 퇴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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