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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인터넷은행 '메기 효과'? 글쎄…미적지근한 까닭

<앵커>

생활 속 '친절한 경제' 한승구 기자와 함께합니다. 한 기자, 혹시 인터넷 은행 이용하십니까? (저도 계좌 한 개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이 출범이 벌써 1년이 됐어요.

<기자>

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군데 합쳐서 가입자가 700만 정도 됩니다. 아무래도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고 모바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보니까 초반에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죠.

두 군데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가입자 수가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보다 9배 정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카카오뱅크에서 출시한 26주짜리 적금 상품이 화제가 됐는데요, 첫 주에 1천 원을 넣으면 그다음 주에는 2천 원, 그다음 주에는 3천 원 그래서 26주 째에는 2만 6천 원을 넣는 겁니다.

26주면 6개월쯤 되는데 이때 원금 35만 1천 원을 받는 겁니다. 이 적금 계좌가 30만 개를 넘겼답니다. 그런데 이게 연이율이 1.8% 정도밖에 안 됩니다. 조금 전 1천 원짜리 상품 이자래 봐야 세전 1천200원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다른 적금 상품보다 대단히 혜택이 좋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왜 카카오톡을 쓰다 보면 곰같이 생긴 사자나 복숭아, 토끼 이런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만들어놨잖아요.

적금 확인할 때마다 이런 걸 주는데 이거 보는 재미의 요소가 컸던 것 같습니다. 두 은행 가입자 수가 이렇게 차이 나는 것도 사실은 캐릭터를 이용한 마케팅, 친숙함이 큰 영향을 줬죠.

초창기에 계좌 만들면 캐릭터 그려진 체크카드 배송해 준다고 해서 그거 받아서 인증하는 게 약간 유행이 됐던 적도 있고요.

<앵커>

캐릭터 보여주는 게 아니라 주는 거죠?

<기자>

추첨을 해서 인형을 준다고 합니다.

<앵커>

네, 그런데 캐릭터 주는 건 좋습니다마는 우리가 애초에 인터넷 은행에 기대했던 그게 다가 아닐 텐데, 출범 1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인터넷 은행 처음 생길 때 메기 효과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수족관에 메기를 풀어 놓으면 다른 물고기들이 메기를 피하려고 더 빨리 움직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면 다른 쪽도 그만큼 더 높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건데 이게 접근성이나 수수료 측면에서는 효과를 좀 봤습니다.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송금 수수료 같은 걸 손을 좀 봤거든요.

그런데 대출 부분을 보면 좀 다릅니다. 지난달 대출 금리를 보면 카카오뱅크가 평균 3.93%, 케이뱅크가 평균 5.75%입니다.

케이뱅크는 신용도가 7등급 이하 낮은 사람들 대출 금리가 높아서, 카카오뱅크는 이쪽 대출이 집계가 안 됐기 때문에 평균을 내다보니까 케이뱅크가 더 높아 보이는 측면은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조차도 다른 시중은행들하고 별 차이가 없습니다. 신용등급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카카오뱅크 역시 그냥 일반 은행들 금리 수준 정도입니다.

마이너스 통장 금리도 마찬가지여서 두 은행 모두 4%가 좀 넘었습니다. 이 인터넷 은행들이 출범 초기에는 확실히 금리가 낮았는데 슬금슬금 올리더니만 지금은 그냥 비슷해진 거죠.

물론 신용등급마다 조금씩 다르고 우대금리가 다르고 하지만 초반보다 별 장점이 없어진 건 맞습니다. 결국 여기도 이자 수익으로 수익 내는 구조에서 못 벗어났다. 이런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조금 편리한 정도지 기대했던 것만큼의 혁신은 없었다. 냉정하게 이렇게 평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유는 뭐가 있을까요?

<기자>

이게 요즘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입니다. 인터넷은행들은 자기들이 뭘 해보려고 해도 규제 때문에 막혀있다는 겁니다.

IT 기업들이 주주가 돼서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하고 자본도 늘리고 해야 되는데 그게 막혀 있다는 겁니다. 지금 기업은 은행 주식을 4% 이상 못 갖게 돼 있거든요. 이런 규제가 생긴 이유는 있습니다.

기업이 은행을 계열사로 갖고 있으면 자기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계열사에 은행 있잖아. 저 돈 좀 갖다 쓰면 되지." 이렇게 되거나 "저기는 경쟁업체 아니냐, 저기는 돈 빌려주지 마."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케이뱅크 같은 경우에 이렇게 돈이 없어서 대출을 못 해주는 경우가 생기고 앞서 말씀드린 그런 우려들도 몇 가지 제도를 도입해서 막을 수 있다는 얘기들도 있습니다.

이게 요즘 많이 나오는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은행과 산업을 분리한다는 규제의 쟁점들입니다.

지금 분위기 봐서는 정부도 규제를 좀 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이게 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라서 국회 논의를 좀 지켜봐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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