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월드컵, 이민자와 갈등을 좁히는 계기가 될까?

홍지영 기자 scarlet@sbs.co.kr

작성 2018.07.15 17:18 수정 2018.07.16 14: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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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가 한창 들떠있다. 피파 랭킹을 비롯한 객관적 전력은 프랑스가 앞서고 있고, 해외 베팅업체들도 압도적으로 프랑스의 우승을 전망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프랑스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다음날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선수들을 위한 환영 만찬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예정된 일이라고 하지만 선수 가족들은 물론 청소년 천여 명도 별도로 초대됐다고 하니, 프랑스도 내심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칼럼]월드컵, 이민자와 갈등을 좁히는 계기가 될까?98년 프랑스가 생드니 구장에서 우승하고 줄리메컵을 들어 올린 이면에는 북아프리카 출신의 지네딘 지단을 비롯해 아프리카와 아랍계 이민 2세들의 활약이 컸다. 그래서 프랑스 국가 대표팀은 레 블뢰 (Les Bleus.The Blues)가 아닌 레 누아( Les Noirs. The Blacks)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이번에도 프랑스팀 구성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준결승에서 승리골을 기록한 움티티는 카메룬에서 태어나 2살 때 프랑스로 왔고,16강 아르헨티나전에서 활약한 음바페는 부모가 각각 카메룬과 알제리 출신이다. 최근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지는 음바페가 지난 2011년부터 프랑스 국가 대표팀의 꿈나무였다면서 당시 사진과 인터뷰 기사를 공개했다. 10대 초반으로 앳된 모습의 음바페는 등번호 11번을 달고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뛰면서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되는 게 꿈"이라는 당찬 포부까지 밝혔다.
[칼럼]월드컵, 이민자와 갈등을 좁히는 계기가 될까?[칼럼]월드컵, 이민자와 갈등을 좁히는 계기가 될까?현재 프랑스 대표팀 유색인종 선수들은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도시 주변 저소득층에서 나고 자랐다.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학교는 가지 않은 채, 축구공을 차고 놀면서 프랑스 국가 대표의 꿈을 키운 이들이 많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의 이민자에 대한 시선은 20년과 확연히 달라졌다.98년 생드니 영광의 주역이었던 이민자 2세들은 동시에 2005년 파리 근교에서 촉발된 대규모 폭동의 주동자이기도 했다.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여러 차례 겪으며 프랑스는 아프리카와 아랍 이민자와 난민들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 2세들로 채워진 월드컵 대표팀의 활약으로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질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이번 결승전은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다음날 열리게 됐다. 곳곳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대규모 야외 응원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테러 경계와 치안 유지를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병력을 투입했다. 에펠탑 앞 샹드 마르스 공원에만 1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됐고, 전국에서 경찰은 11만 명이 동원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규모의 인파가 잇달아 모이는 것은 지난 1998년 프랑스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사실상 처음이다. 개최국 프랑스가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그해 7월 12일 대표팀의 상젤리제 퍼레이드 때는 150만이 모였다. 그 축제 분위기가 14일 대혁명 기념일까지 이어진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닌 것이 돼버린 난민 문제가 프랑스의 월드컵 결승 진출을 보면서 새삼 오버랩 된다. 그래서 경기 결과가 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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