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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INMA 참관기① '그때'의 리더십이 '지금'의 리더십을 의미하진 않는다

미디어가 콘텐츠보다 집중해야 하는 '한 가지'

Why Media Companies Need To Stop Focusing on Content
지난 6월 2일부터 10일, 국내 언론사 뉴미디어 분야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워싱턴에서 열리는 2018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에 참가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사에 일하는 언론인과 마케팅 전문가들은 뉴미디어 시대를 사는 자신들만의 생존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과 한국의 언론 환경은 많이 다릅니다. 포털로 뉴스가 소비되는 행태도 달랐고 대형 기업과 합병한 거대 미디어그룹이 없다는 점도 달랐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에 언론이 살아가야 하는 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만은 같았습니다. 이들의 발표를 토대로 몇 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을 짚어봤습니다.

"근본적으로 조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미디어 수익은 계속 줄고 있다. 콘텐츠가 어디서 어떻게 소비되는지 독자들의 관심은 떨어지고 있다. 거대 플랫폼들만이 살아 독자들을 연결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미디어는 계속 확장하기만 했다.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늘었지만 미디어 기업의 조직은 복잡해져 갔고 인적·물적 자원 구조가 한없이 늘면서 이를 어떻게 재배치해야 하는가, 고민이 늘었다.

2018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에 참가한 루시 퀑(Lucy Kung) 로이터연구소 연구원은 왜 우리가, 미디어가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을 멈춰야 하는가에 대해 말했다. 그가 지난해 발표한 <디지털화하기(Going digital)>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에는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 타임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복스, BBC, CNN, 르 몽드, 더 타임스 등 18개 사 종사자들의 고뇌가 담겨있었다. 질문은 하나, '조직의 변화를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였다.

전통 언론들은 지난 20년 동안 과도기를 거치면서 뉴스를 전파할 방법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 변화를 계속 따라가고 신-구 경계에서 일해 온 사람들은 물론 지쳐간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무게를 이해하는 정도도 전혀 다르다. 관심이 많은 만큼 고통도 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 서 우리는 어떤 변화를 이끌어야 할까.

미디어에 필요한 건 콘텐츠의 변화다. 미디어 조직은 좋은 저널리즘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콘텐츠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 목표는 어렵지만 이룰 수는 있다. 하지만 루시 퀑은 콘텐츠 변화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두 번째 변화, 조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건 정말 어렵다. 게다가 중요성이 과소평가돼 있다. 사람을 조금 바꾸고서는 "조직을 바꿨다"고 말하는 정도다. 단편적인 방식으로 조직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기술적으로든, 사고방식으로든 그동안 미디어의 관심을 잡아끈 건 '반짝이는 새로운 것들(Shiny new things)'이었지만, 루시 퀑은 이런 콘셉트는 미디어 환경과 다르다고 말한다. '반짝이고 새로운 것들'의 물결에 맞선 깊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Why Media Companies Need To Stop Focusing on Content
보고서에 인용된 대형 미디어 중에서 성공적으로 변화를 이끈 곳은 수익에 중점을 두는 것과 함께,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전략을 세울 때의 핵심 원칙은,
1. 기업들이 투자기간을 확실하게 두는 것처럼 계획의 종결 시점을 생각한다.
2. 우리가 왜 이것을 하고 있는지 목표를 명확히 한다.
3. 무슨 일이든 단순하게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전제되는 것은 이와 같다.
1. 전문성은 더 이상 경험의 시간과 직결되지 않는다.
2. 더 중요한 지식들은 새로운 영역, 조직의 주변에 존재한다.


루시 퀑 연구원이 말하는 결론은 이렇다.
1. '그때'의 리더십은 자동적으로 '지금'의 리더십을 의미하지 않는다.
2. 성공적인 미래로 가는 길은 명확지 않다. 이를 위해 모든 이들이 관여해야 한다.
3. 기술은 이제 모든 것에 절대적 본질이 됐다.

Why Media Companies Need To Stop Focusing on Content
조직문화의 변화는 직접적이지 않아도 구조적으로 이뤄진다. 리더의 메시지와 유연한 구조, 끊임없는 학습이 함께 만들어간다. 퀑 연구원은 이를 위해 리더가 조직의 목표에 대해 끈질기게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성원과 미팅 등을 통해 명백하게 의사를 전달하고 미팅을 연출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뜻을 시사해야 한다.

정보가 위로 흐를 수 있게 채널을 만들고 디지털 업계 능력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멘토링을 받고 아래 직원들과는 작은 비공식 행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에디터는 늘 디지털에 대해 말해야 한다. 늘. 사람들이 내가 뭘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거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들은 이 조직에 디지털 부분의 사람이 있다면 그가 내 대리인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나는 보고를 받을 거고 성과를 요구할 것이다." -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 中
Why Media Companies Need To Stop Focusing on Content
뉴스룸에서 언론인과 기술 전문가 사이에 긴장 조성은 흔한 일이다. 이들은 각각 언어의 명확성, 사고의 명확성을 찾는 사람이다. 두 부류 모두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이들이다. 언론인이 아름답게 찾은 표현은 기술 전문가에겐 아름답게 만든 한 줄의 코드다. 이들이 마냥 다른 것은 아니다. 결국 이들 모두가 멋진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목적이 동기부여가 돼서 노력하게 만든다. 이들 집단에 동기를 부여하는 건 결국 본질적으로 팀 내 동기부여가 된다.

미디어 업계의 '혁신'은 늘 중요한 화두가 된다. 하지만 루시 퀑 연구원은 그동안 혁신의 필요성이 지나치게 강조됐다고 말한다. 혁신 자체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사람들이 필요하다. 기술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들을 조직 안에 들이고 그들과 함께 발전 가능성을 논해야 한다. 인적 자원을 잘 관리하는 게 혁신의 또 다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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