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김성준의시사전망대] "600조 국민연금의 가장 큰 핸디캡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7월 10일 (화)
■ 대담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
- 한국 국민연금 누적 기금 635조, 세계에서 3번째로 많아
- 1988년부터 시작…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많아
- 스튜어디스십 코드, 국민연금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가능
- 재계는 도입 반대했지만 대한항공 사태로 가입 촉발
- 국민연금이 정부 외압 없이 독립성 유지하느냐가 관건
- 제도 도입에 성공한 일본, 정부는 운용 개입 안 해


▷ 김성준/진행자:

한 주간의 경제 이슈 짚어보는 <경제 포커스> 시간입니다. 참조은경제연구소 이인철 소장 나오셨습니다. 오늘은 화요일인데 인사를 드리게 됐네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예.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우리 사실 방송 시작하기도 전에 잠깐 얘기를 나눴었는데. 고혈압약 드시나요? 우리 나이 되면 대개 고혈압약 먹는 사람 많던데.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저는 먹습니다. 한참 됐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발사르탄과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확인도 안 했어요.

▷ 김성준/진행자:

확인을 안 하면 어떡합니까?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공기 중에 있는 발암물질이나 거기에 있는 발암물질이나.

▷ 김성준/진행자:

그 정도 긍정적인 마인드면 고혈압약도 안 드셔도 될 것 같은데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앵커님이 안 드신다는 게 더 희한해요.

▷ 김성준/진행자:

저는 고혈압 말고 다른 게 많습니다. 다른 것 먹을 게 많아서 고혈압까지 있으면 큰일 납니다. 어쨌든 고혈압 얘기는 거기까지 하도록 하고요. 오늘은 국민연금 얘기를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연금이 여러 대기업의 대주주로서 투자를 해놓고 있잖아요. 이제까지는 사실 적극적으로 주주로서의 역할을,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이런 거잖아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그렇습니다. 국민연금이 6월 말 기준 635조 원의 누적기금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연기금으로 세 번째 큰손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첫 번째, 두 번째는 어디입니까?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첫 번째는 일본의 공적연금펀드인데 여기가 1,600조 원 정도 되고. 2위가 노르웨이 국부펀드인데 1,100조 정도 됩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이것은 사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일본은 그렇다 치더라도 노르웨이는 엄청나게 많은 거네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그러니까 우리보다 역사가 좀 길었거나 그런 운용을 굉장히 탄력적으로 잘하는 곳도 있고요. 우리는 시작은 늦었죠. 1988년부터 시작했으니까 시작은 늦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내는 사람이 받아가는 사람보다 조금 더 많다.

▷ 김성준/진행자: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런 곳이 우리보다 적다는 것은. 그만큼 그쪽은 공적연금제도보다는 사적연금제도가...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사적연금제도가 발달되어 있고, 미국 같은 경우는 주 정부마다 달라요. 캘리포니아 캘퍼스(CalPERS)라든가 다르다 보니까 기금은 좀 분리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 국내 증시의 코스피, 코스닥. 한 2,000개 정도 종목이 있는데요.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갖고있는 게 거의 300개 가까이 됩니다. 거의 대부분 갖고있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더군다나 국민연금은 그래도 안정적인 대기업에만 투자를 해야 될 것 아닙니까?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대주주 전횡 때문에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많이 내리고 있네. 그런데 이사회도 나타나지 않고, 그러다 보니까 국민연금이 어지간한 대기업의 1대 주주 내지는 2대 주주라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도 목소리를 좀 내보자. 그래서 나온 게 스튜어디스십 코드(Stewardship Code)인데요. 스튜어드라는 말의 어원은 영어로 집사라는 겁니다. 영화 보게 되면 큰 저택에서 집안일을 돌보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 사람이 하는 업무 가운데 자산 관리도 있어요. 상속, 증여와 관련해서 일을 해주는데. 국민연금 같은 기관 투자가도 고객의 돈을 맡아서 관련은 하지만 정작 주주의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가이드라인을 얘기하는데요. 그러면 뭐가 좋을까요? 이렇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서 내가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기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게 되면 좋은 게 무엇이냐. 일단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요, 경영이 투명화됩니다.

왜 너희들이 이런 이사회의 이사진을 안 갈아치우느냐. 목소리를 낼 수 있고요. 또 배당이나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아라.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곧 이런 주주의 환원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이게 국민연금 운용을 맡긴 국민 모두의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국민연금이 어떤 기업에 대해서 일종의 터무니없는 투자를 하려고 하면 그것을 하지 마라. 이렇게 한다든지. 아니면 배당을 적게 주고 다 챙기려면 배당금 많이 줘라. 그래서 그 수익이 국민연금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것은 다시 말해서 그 연금에 든 국민의 이익이 된다. 열심히 해야겠네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그렇습니다. 사실은 이게 우리도 그동안 도입 논의는 굉장히 많아 왔는데 재계가 늘 반대해 왔습니다. 차일피일 미뤄져 왔는데. 2016년 말에 금융당국이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게 되는데요. 워낙 기관투자가들이 눈치를 보면서 별로 가입을 안 했어요. 그런데 이게 가입 촉발 사태가 된 게 바로 대한항공 사태입니다. 대한항공은 사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지분은 0.1%거든요. 그런데 사주 일가의 비리로 인해서 대한항공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죠.

▷ 김성준/진행자:

0.1%면 대기업 재벌그룹 중에서도 지분이 낮은 편에 속하네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그리고 그 위에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 지분을 30% 갖고 있어서. 자회사 내지는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사회도 나타나지 않고요.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최근 들어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경영진에게 일탈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 해결 방안 있느냐. 공개서한 보내기도 했고요. 또 합병이 무산되기는 했습니다만 현대모비스-글로비스 합병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죠. 그러면서 오는 26일이면 국민연금 내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열어서 본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하여튼 기업들 입장에서, 특히나 기업 오너들 입장에서는 좀 안 하기를 바라겠네요. 이 정도 막강한 지분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오너 마음대로 하기가 힘들어질 테니까.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계속 반대해 왔어요. 특히나 엘리엇 같은 사태가 있으면 야, 봐라. 그렇지 않아도 외국 먹잇감이 될 수 있는데 그 물꼬를 터주는 게 아니냐. 이런 식으로 반대를 해왔죠.

▷ 김성준/진행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는 엘리엇이 그렇게 문제를 삼았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삼성 쪽 손을 들어준 거잖아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들어줬죠. 그러면서 엘리엇은 ISD, 국제 투자자 소송 제도를 가지고 정부를 상대로. 정부 너희가 압력 행사해서 잘못된 합병에 동의한 게 아니냐는 논리를 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 논리를 반박할 수 없는 거예요.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 지금 말씀하신 것을 순서대로 정리하자면. 국민연금 이렇게 막대한 지분을 갖고 기업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래서 기업이 잘 운영돼서 돈을 많이 벌면 그게 국민연금으로 들어오고. 다시 말해서 국민연금에 가입한 국민의 노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인데. 역으로 국민연금이 정부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그럴 경우 정부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해서 특정 기업의 특정한 의사 결정을 찬성해라, 반대해라. 이렇게 되면 시장 경제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그러니까 지금 경영계가 내세우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도 보면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통해서 기업을 지배하려던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선거 때마다 국민연금 활용한다고 하거든요. 그리고 기금운용본부장, 왜 청와대에서 전화를 합니까. 별도의 조직이고 완전히 독립된 구성원이라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지금 국민연금이 정말 정부의 외압 없이 순수하게 국민의 이익만을 갖고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 아직도 안 돼 있지 않느냐는 문제점이 가장 큰 핸디캡이고요. 또 하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가장 큰 최고의사결정기구가 기금운용위원회가 있는데. 여기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에요.

▷ 김성준/진행자:

정부네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그러니까요. 인사도, 기금 운용도 전부 정부가 틀어막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게 가장 큰 핸디캡인데. 그러면 외국은 과연 어떻게 하고 있느냐.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요.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지금 보면 가장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게 영국이에요. 2010년. 얼마 되지 않았어요. 영국 이외에도 캐나다, 이탈리아,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지금 20여 개 국가에서 자국 특성에 맞게 도입을 하고 있는데. 일본이 제도 도입에 굉장히 선구적인 케이스예요. 2014년에 도입했는데 당시 일본도 굉장히 기업들이 사내유보금 쌓아놓고 잘 투자를 안 했어요. 배당도 적게 하고. 그런데 도입을 하게 되니까 적극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행동을 계속 장려하고. 이러다 보니까 닛케이 지수는 1년 만에 2만선 뚫습니다. 20% 넘게 올라요. 그러다 보니까 차이점은 무엇이냐. 그 대신에 정부가 절대로 운용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의결권 행사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주식 운용이나 의결권 행사를 해외 연기금의 경우에는 외부 별도의 업체에게 맡긴다는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금융 투자 전문 업체에게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그렇습니다. 주식 운용, 운용을 잘 하면 인센티브가 있을 것 아니에요? 많이 주자. 그리고 의결권 행사도 정부가 틀어막고 있지 말고 별도의 외부 운용사에게 맡겨라. 그렇게 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거든요.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이 거대한 600조 원이 넘는 돈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운용 회사가 우리나라에 있습니까?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우리나라에 지금 기금운용본부장인데요. 1년째 공석이에요. 아무도 안 하려고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골치 아프겠죠.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왜냐. 당장 보건복지부 장관의 눈치를 봐야 하고요. 임기가 2년 플러스 잘 하면 1년 더 연기가 됩니다. 3년인데 연봉은 3억이고요. 보너스까지 합치게 되면.

▷ 김성준/진행자:

3년 동안 뭘 하겠어요?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그리고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게 연봉이 3억인데 나중에 은퇴하고 난 다음 3년간 재취업이 안 됩니다.

▷ 김성준/진행자:

금융기관예요. 투자업체 같은 곳에.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그러니까 여기는 꺼리는 자리예요. 가고 싶지 않아 하는 자리예요. 왜냐하면 600조를 굴리는 곳인데 수익률 1%만 올라가면 6조 원을 벌 수 있는 자리예요. 그러면 여기는 인센티브를 줘서 운용 임기며 연봉 인센티브는 따라가야 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게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덩치가 큰 일본이나 노르웨이보다 우리나라 연기금의 수익률이 더 뒤쳐져 있어요. 왜냐, 안전자산. 국민의 노후를 어떻게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겠느냐. 이런 식으로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어쨌든 정부 간섭이 없어야 되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경제 포커스>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참조은경제연구소 이인철 소장이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네. 감사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