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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2020년까지 스타벅스 빨대 없앤다…플라스틱과의 전쟁, 우리나라는 어디쯤 왔나?

[리포트+] 2020년까지 스타벅스 빨대 없앤다…플라스틱과의 전쟁, 우리나라는 어디쯤 왔나?
5초와 500년, 굉장히 긴 시간 차이입니다. 5초는 지금 이 기사를 읽으면서도 셀 수 있지만, 500년은 조선왕조 역사가 통째로 담긴 긴 시간인데요. 올해 초 프란스 팀머만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하는 데 5초, 쓰이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며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50년 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리포트+] 2020년까지 스타벅스 빨대 없앤다...플라스틱과의 전쟁, 우리나라는 어디쯤 왔나?
만들고 사용하는 것은 잠깐이지만,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죠. 현지시간으로 9일, 미국에 본사를 둔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가 202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겠다고 발표하는 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 바다에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거대 섬 만들어…거북이 코안에는 빨대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로 지구가 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은 하루 이틀 사이의 일이 아닙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립하기도 하지만, 강이나 배수구 등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양이 얼마나 될까요? 유엔환경계획(UNEP)의 발표에 따르면, 매년 800만t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평균 4t 정도인 코끼리 200만 마리에 달하는 무게입니다.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은 물 위에 떠오르는 특성 때문에 커다란 쓰레기 섬을 만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북태평양 해상에는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라는 이름의 섬이 있는데요. 한반도 면적의 약 7배에 달하는 이 섬의 쓰레기 99%가 플라스틱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해양 동물들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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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숨쉬기 힘들어 하는 거북이가 발견됐습니다. 거북이의 코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있었는데, 콧구멍 안쪽에 생긴 상처로 피가 흐르는 상태였습니다. 동물들이 버려진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지난 6월, 태국에서는 80장 이상의 플라스틱 비닐을 삼킨 돌고래가 구조됐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고, 4월 스페인 해변에서는 29kg에 달하는 플라스틱을 먹은 고래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 '미세 플라스틱' 먹은 물고기가 식탁에...건강까지 위협하는 플라스틱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바뀌어 다시 식탁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플라스틱을 말하는데요. 세정제나 화장품, 치약 등에 작은 알갱이 형태로 첨가돼 있거나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외선과 파도의 영향으로 잘게 쪼개지면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미세 플라스틱을 바다 속 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가 삼키고, 먹이사슬에 따라 더 큰 물고기가 이들을 먹습니다. 결국 물고기가 몸에 쌓인 미세 플라스틱은 생선 요리에 그대로 남아 인간이 다시 섭취하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호주 머독대 엘리차 저마노브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생선뿐만 아니라 새우, 굴, 천연소금 등에서도 다량의 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플라스틱에는 살충제로 쓰였던 DDT나 프탈레이트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돼있습니다. 게다가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는 주변의 독성물질을 잘 흡착하는 성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플라스틱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겁니다.

■ 일상의 플라스틱 금지하는 나라들…우리나라는 어디쯤 왔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07년부터 플라스틱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고, 공공기관에서는 페트병에 담긴 생수 판매와 스티로폼으로 된 일회용 용기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또 영국 정부는 2042년까지 빨대를 포함한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친환경 슈퍼마켓은 '플라스틱 없는 코너'를 공개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50% 줄이겠다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편의점에서는 종이 쇼핑백을 도입하고 제과 업계는 비닐봉지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전 세계의 흐름에 발맞추려면,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다수의 선진국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빨대는 가볍고 작아 재활용이 어렵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일반 쓰레기에 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빨대와 관련된 대책도 거의 없는데다가, 최근 발표한 종합대책의 규제 대상에도 빨대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리포트+] 2020년까지 스타벅스 빨대 없앤다...플라스틱과의 전쟁, 우리나라는 어디쯤 왔나?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플라스틱의 양이 83억t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의 롤랜드 가이어 교수는 "지금 속도라면 우리는 정말 '플라스틱 행성'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라며 진정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는 1인당 132.7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같은 시기 1인당 소비량이 93.9kg인 미국, 65.8kg인 일본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더 늦지 않게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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