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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누구를 위하여 사장을 자르나?'…지금 다스에선 어떤 일이?

[취재파일] '누구를 위하여 사장을 자르나?'…지금 다스에선 어떤 일이?
삼성과 현대, 롯데, 금호아시아나, 효성, 한진, 두산…. 이들 그룹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회사 경영권을 두고 형제들이 다툼을 벌인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었다는 점입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상속재산을 나누라며 소송을 낸 형 CJ가 故 이맹희 씨에 대해 "우리 집에서 퇴출당한 양반이다.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현대그룹도 장자인 정몽구-5남 故 정몽헌 회장의 다툼 이후 계열사가 분리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롯데그룹은 두 형제가 여전히 수년째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머지 그룹도 경영권 승계 등을 두고 목숨을 걸고 진짜 검으로 싸우는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다스 '형제의 난'
● "나쁜 역사는 반복된다."

이런 기업 오너들의 '형제의 난'을 보고 있자면, 역사학자들의 일갈이 떠오릅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기억하지 않는 역사의 반복은 대개 비극으로 점철된다." 지난 3일, 또 다른 '역사의 비극'을 알리는 불길한 소식이 경북 경주에서 전해졌습니다. 진원지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였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 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강경호 사장을 전격 경질한 것입니다. 그리고 신임 사장을 포함해 임원 세 명을 새로 임명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경질된 다스 사장 강경호 씨가 'MB 최측근'이란 점입니다. 강 씨는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과 코레일 사장을 거쳐, 2009년부터 다스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런 충성도 높은 'MB맨'을 형 이상은 회장이 내친 것입니다. 다스 발 '형제의 난'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스 '형제의 난'
다스 '형제의 난'
● 인사 명령 게시자, '이상은 회장' 본인

한 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건 다스 사내 망에 인사 명령을 올린 사람입니다. 일정 규모를 갖춘 법인은 대개 인사팀을 거쳐 인사 발령을 냅니다. 연간 매출액이 1조 2천억 원에 영업이익도 3백억 원에 달하는 우량 기업 다스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번 인사 명령은 이상은 회장이 직접 올렸습니다. 쉽게 말해, 인사팀을 거치지 않은 이 회장의 독단적 의사결정이었다는 것입니다. 다스 내부 관계자는 "그동안 회사 경영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상은 회장이 직접 인사를 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스 '형제의 난'
● 이상은 회장, 친정체계 구축?

더욱이, 새로 임명된 신임 임원 3명은 모두 이 회장이 직접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그 가운데 한 명은 다스 내 또 다른 'MB 최측근'과 경쟁 관계였던 인물로 전해졌습니다. 게다가, 이 회장은 이 신임 임원들을 회장 비서실 내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했습니다.

동생 최측근 사장을 내침과 동시에 '내 사람'을 3명이나 데려오고, 더 나아가 그들을 회장 직속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는 건 일반적인 인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다스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소유권을 부정하는 동안, 이 회장이 친정체제 구축해 법적 소유를 넘어 실제 다스를 장악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다스 내부 관계자는 "직원들은 이번 인사가 'MB 흔적 지우기'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 측근들도 조만간 이번에 물갈이될 거란 얘기가 돌고 있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 'MB맨' 강경호 사장, 인사에 강력 반발

경질된 강경호 사장이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합니다. 강 사장은 인사 직후 사내 망에 글을 올려, 이번 인사는 규정을 어긴 것으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더욱이 인사권은 대표이사인 자신에게 있다며, 임직원들은 업무 수행에 있어 이번 인사를 고려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또, 강 사장은 인사에 반발해 사무실도 비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스 '형제의 난'
● MB "다스 내 것 아니다." 보여주기 위한 전략?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이 전 대통령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고도의 술수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전 다스 경리팀장이었던 채동영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는 내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 채 씨는 10년 전인 2008년 다스를 퇴사했습니다. 또, 인터뷰에서 "검찰 조사 등으로 신경을 안 써서 (다스 내부 사정을) 잘 모르겠지만"이란 단서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처벌 수위 등을 낮추기 위해 형과 논의해 시쳇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 전략을 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MB 최측근'인 강경호 사장이 인사에 반발해 공식 성명을 내고, 사무실도 비워주지 않은 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지난 1월 검찰조사가 시작된 뒤 강 사장은 다스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단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밝힌 걸로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당시 강 사장은 검찰조사에서 '다스는 MB 것'이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퇴직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스의 한 관계자는 저희에게 "강 사장의 퇴직을 막은 것이 'MB' 측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스를 아들 이시형 씨 회사(SM)로 넘겨주는 작업이 덜 끝났기에, 그때까지 자리를 지켜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강 사장의 잔류를 요청했다는 취지였습니다.

앞서 많은 회계전문가는 이 전 대통령이 법적으로 다스를 직접 소유하기 어렵기에, 다스의 물량과 시설 장비, 자금을 아들 이시형 씨 회사(SM)로 넘겨주는 방식으로 회사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 '우회 승계 작업'이 끝날 때까지, 강 사장이 자리를 지켜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MB맨'이라고 할 수 있는 강 사장의 반발은 이번 인사가 MB 측과 사전에 논의되지 않았다고 볼 근거가 됩니다.

● 시작된 'MB의 반격'

이상은(·동형) vs 이명박(·시형) 즉, '형제의 난'으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MB' 측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다스 실장급 인사(부장~이사)들은 어제(5일), 회사 입구 문에 성명서를 붙이고 경영진(이상은 회장)에 대한 요구사항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1)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2) 비리 경영진 및 연루자를 형사 조치하며. 3) 경영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경영 사안을 결정하고, 4) 위 3개 사항을 보장하기 위해 11일 이사회에서 직원 대표들에게 의결권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십여 명은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 측근들로 알려졌습니다.
다스 성명서
소유와 경영 분리 주장은 최대주주인 이상은 부자는 법적인 소유권만 갖고, 경영은 이시형 측에게 넘기란 뜻으로 보입니다. 또, 비리 경영진 형사조치는 개인비리(횡령 등)를 저지른 이상은 회장 아들 이동형 씨를 쫓아내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대해 한 다스 관계자는 "이상은 회장이 만든 비상대책위원회는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에는 임직원 인사 조정도 포함됐는데 주요 대상이 이시형 측근들이었다. 이걸 알고, 이시형 측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이상은 회장은 지금까지 그랬듯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회장이 자신들을 내치려고 하니 일종의 반격을 한 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 MB에게 다스란?

저희 SBS 탐사보도팀은 지난해 말부터 경주 현지 등에 머물며, 다스 관련 취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많은 전·현직 다스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오래 모신 한 취재원은 이번 인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어쩌면 나 자신보다 더 중요한 존재는 바로 '자식'이다. 자식 앞에서 형이고 동생이고 눈에 안 들어올 때가 있다. '아버지' MB도 그럴 것이다. '어머니' 김윤옥 여사는 그런 마음이 훨씬 클 것이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그것이 MB가 다스를 포기 못 하는 이유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이냐 아니냐를 떠나, 아들 이시형 씨가 다스에 입사해 전무까지 초고속 승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승승장구 뒤에 아버지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다는 것 또한 상식적으로 '사실'에 가까워 보입니다. 더욱이 앞서 마약 등 이런저런 추문에 연루됐었다면, 자식이 빨리 자리 잡아 뻗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더 절박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 자식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은 이상은 회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동생 말대로 다스는 분명 나의 것인데, 조카(이시형)가 입사한 뒤 아들(이동형)을 밀어내고 승승장구하는 상황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봤을까요? 조카는 전무까지 수직 승진했는데 정작 그러는 동안 주인인 자신의 아들은 경쟁에서 밀려 외부로 떠도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최근 경주에선 이동형 씨가 주변에 "개인 비리 재판만 끝나면, 다스는 내가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이것 또한 그 연상선에 있는 건 아닐까요?

'다스는 누구 겁니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제 새로운 분기점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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