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팩트체크, 그 현주소를 말하다

국제 팩트체크 네트워크(IFCN) 주최 'Global FactⅤ'를 가다

[취재파일] 팩트체크, 그 현주소를 말하다
팩트체크는 언론의 본령이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쓸 때 당연히 팩트, 즉 사실에 기반한 취재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어찌 보면 '팩트체크'라는 용어 자체가 새삼스러운 것도 맞다. 담을 내용이 사실이 맞는지를 따져본 뒤 기사를 쓴다는 이 당연한 원칙이, 몇 년 전부터 새롭게 떠오른 트렌드가 됐다.

선거를 앞두고 나온 정치인의 발언이 사실인지부터, 정부가 성과라며 내놓은 보도 자료의 내용을 그대로 신뢰할 수 있는지, 나아가 다른 언론사의 보도 내용이 맞는지를 검증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일반 기사가 아니라 팩트체크라는 이름을 걸고 나오는 기사의 형태가 요구된 건, 언론사들이 그동안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팩트체크를 충실히 해내지 못해서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가짜 뉴스'가 만연했던 최근이라 더욱, 팩트체크는 언론이 자기반성과 고민 끝에 제대로 해 내어야 하는 역할이 되었다.

미디어를 비롯한 정치사회적 환경이 한국과 사뭇 다를 외국은 어떨까. 뜻밖에도 혹은 당연하게도 팩트체크는 각국에서 뜨거운 화두다. 가장 최근 각국의 팩트체크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글로벌 팩트체크 행사에 기자가 참여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저널리즘 연구 기관인 포인터재단(Poynter Institute) 산하의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IFCN; 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는 지난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5회 글로벌 팩트체크 행사(GFⅤ; Global Fact Ⅴ)를 열었다. 기자는 한국언론학회와 SNU 팩트체크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3일 동안 55개국에서 온 225명의 팩트체커들과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전 세계 팩트체크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었다.
지난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이탈리아 로마에서 Global Fact Ⅴ가 열렸다. ⓒ Giulio Riotta
●  팩트체크의 대원칙 그리고 국제 팩트체크 네트워크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IFCN) 국장 알렉시오스(Alexios Mantzarlis)는 GFⅤ 개회사에서 팩트체크는 더 이상 긍정적인 기대를 받는, 신선한 언론 개혁적 운동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팩트체커들을, 인터넷의 미래를 위한 전쟁에서의 최종 결정권자라고 일컬었다. 그의 말처럼 이번 GFⅤ에 참가한 사람들은 언론인들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팩트체크를 언론사 기자들이 주로 담당하지만, 외국에서는 NGO에서, 혹은 팩트체크만을 하기 위해 모인 단체도 있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거짓이 아닌 정보를 유통하려는 플랫폼 관계자들까지 모두 GFⅤ에 모였다.

먼저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인 IFCN에 대해 잠깐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이 IFCN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지 않고 투명한 팩트체킹이, 신뢰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주지시키고 있다. 자료 출처가 없거나 편향된 팩트체킹은 대중들의 이해를 망쳐버림과 동시에 언론 매체와 전문가들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을 키운다고 우려한다.

IFCN은 나름의 원칙(The Code of Principles)이 있고, 이 원칙에 따라 자신들의 운영 방식을 밝히고 팩트체크를 하는 매체 혹은 기관에 대해 마치 가맹 단체처럼 인증을 해 주고 있다. 현재까지 이렇게 인증을 받은 단체는 모두 53개. 미국의 폴리티팩트(Politifact)나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The Washingtonpost Factchecker), 영국의 풀팩트(Full Facts) 등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아직 한국에서 이 IFCN 원칙에 따라 인증을 받은 단체는 없다. 원칙은 크게 5가지다. (편향성을 띠지 않는) 무정파성과 공평함, 자료 출처의 투명성, 자금 조달과 조직의 투명성, 방법론의 투명성, 개방적이고 정직한 태도로 자신의 것을 교정할 수 있다는 태도. 이 5가지에 대해 헌신할 것을 IFCN은 요구하고 있다.

언뜻 기존의 언론이 가진 취재 윤리나 보도 준칙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팩트체크만을 위한 규정이 왜 필요할까, 기자가 물었다. IFCN 국장 알렉시오스는 먼저 기존 매체들도 기사를 쓰는 데에 있어 가지고 있는 원칙이 있고 그것 역시 훌륭하다고 말했다.

다만, 예를 들어 한 정치인의 주장을 검증하려고 했을 때 기존의 매체는 그 주장을 왜 검증하려고 시도했는지, 어떤 검증 방법을 택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장을 검증한 결과만 취재 결과로써 소개한다는 것이다. 즉, IFCN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해서 팩트체커들의 일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 것으로 바뀐다기보다, 그 방식에 대해 독자와 시청자에게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자들에게만 정보가 국한돼 있지 않은 요즘, 무언가를 팩트체크할 때 그것을 취재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부터 취재 방식으로 선택한 방법론 등까지를 자세히 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독자와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팩트체크가 기존의 언론인들에게 준 교훈이다.

The Code of Principles 원문. ⓒ 포인터 재단 홈페이지
● 팩트체크, 귀를 막은 독자에게 다가가다

전 세계 팩트체커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팩트체크 결과물을 읽는 독자들이 점차 정치적으로 정파성을 띤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데 있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 세력, 혹은 가치관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뉜 사람들은 상대의 주장 혹은 상대가 옳음을 전해주는 주장에 점점 더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됐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고 이런 경향이 가속화됐다. 기존의 정치인과는 다른 직설 화법으로 개인 트위터를 통해 발언을 쏟아내면서 미국의 팩트체커들에게는 이른바 '일감'이 쏟아졌다고 했다. 자연스레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팩트체크의 대상이 된 빈도도 늘어났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이런 팩트체커들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편향되게 보였을 수 있다.

지난 2009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폴리티팩트(Politifact)도 이런 독자들의 반감에 직면했다. 플로리다 주의 한 신문사가 시작한 팩트체킹 프로젝트 폴리티팩트는, 주로 정치인의 발언을 검증하고 그것에 대한 척도를 '진실'부터 '터무니없는 거짓' 등으로 매기고 있다.

GFⅤ첫날, '팩트체크의 포맷과 영향력, 그리고 연구'라는 세션에서 폴리티팩트 부장 애런(Aaron Sharockman)은 이 반감에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 밝혔다. 애런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폴리티팩트가 앨라배마, 웨스트버지니아, 그리고 오클라호마 이렇게 세 주에 기자와 편집자들을 보내 머물게 한 결과를 설명했다.

이 세 주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가져다 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지난 2017년 10월, 폴리티팩트와 팩트체크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느냐는 질문에 이곳 사람들의 48%가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편향되지 않았다'고 답한 46%보다 많은 수치다. 그러나 이들이 직접 세 주를 찾아 머무른 이후인 2018년 3월,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크게 달라졌다. 85%의 사람들이 '편향되지 않았다'고 답한 것이다. '확실하지 않다'는 답변은 9%로 줄었다. 반감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이다.

폴리티팩트의 애런 부장이 한국 기자들과 현지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 김시연
기자와 이어진 인터뷰에서 애런은 그들이 세 주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애런과 그의 팀은 현지에서, 지역 이슈에 대한 팩트체크를 지역민과 함께 진행하거나 직접 각종 지역 커뮤니티와 파트너십을 맺고 면담을 하며 팩트체크에 대한 신뢰를 갖게 했다. 예컨대 오클라호마 주에서 오클라호마 정치인들의 발언을 함께 검증한다거나, 혹은 지역민들로부터 정치인들이 어떤 발언을 할 때 그것이 거짓이라고 생각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팩트체크 작업에 참여시켰다.

지역 매체와 함께 검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대학과 협조해 팩트체크에 대해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열기도 했다. 애런은 '우리의 팩트체크 콘텐츠를 읽는 사람은 아마 우리를 가장 덜 필요로 하는 사람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팩트체크 콘텐츠가 물리적으로 도달되지 않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콘텐츠 자체를 접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들여다보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팩트체커들이 콘텐츠를 던져두고 마는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조금 다른 접근을 택했다. 진보 성향을 띠고 있다고 평가받는 신문 리베라시옹은 팩트체크 프로젝트를 위해 브랜드를 새롭게 다시 만들었다. 편향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한 선택이었다.

GFⅤ 둘째 날 포맷 발표를 맡은 리베라시옹의 폴린(Pauline Moullot)은 리베라시옹이 새로 만든 플랫폼인 'Checknews.fr'이라는 플랫폼을 소개했다. 이곳에서 팩트체커들은 독자들이 '이것이 팩트체크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는 주장들에 대해서만 팩트체크를 진행한다. 주장에 대한 검증 뒤 답변을 하든 하지 않든, 요구된 주장들은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독자들은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9월에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8천여 개의 검증 요청이 들어왔고 이 가운데 1천 6백여 개에 대한 검증 답변이 이뤄졌다고 했다.
리베라시옹의 팩트체크 브랜드 CheckNews.fr의 발표 모습.
같은 맥락에서 둘째 날 오후에 열린 워크숍도 문전성시였다. 팩트체크(내용)에 '저항하는 독자(resistant audience)'에게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를 주제로, 미국언론재단(American Press Institute)의 제인(Jane Elizabeth)이 연 워크숍은, 이번 행사의 여러 참가자들이 워크숍 신청 인원을 넘겼음에도 추가 메일을 보내 정원을 늘려줄 수 없겠는지 문의하기도 했던 워크숍이었다. 제인은, 정파성을 띤 단어 사용을 줄이며 팩트체크를 할 것과, 특정한 주장을 검증할 때 그것을 비판하더라도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히 짚어줄 것 등을 강조했다. 특히 제인은 팩트체커들이 예컨대 한 정치인의 주장을 검증한다고 할 때 '그 정치인이 거짓말쟁이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정치인이 제기한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무엇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지'를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페이스북, 가짜 뉴스와의 전쟁

이번 GFⅤ의 여러 세션 가운데 참석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질문 세례를 받은 건 직접 팩트체크를 진행하는 언론사나 단체가 아니었다. 플랫폼으로서 많은 팩트체크 콘텐츠들을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골치를 앓고 있는 가짜뉴스 역시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플랫폼을 통해 링크가 퍼지며 빠르게 퍼져 나간다. GFⅤ 첫째 날, 페이스북의 사용자 경험 분야 연구를 맡고 있는 그레이스(Grace Jackson)가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이용 행태와 기사 평가에 관련해 페이스북이 새롭게 만든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한 사용자가 특정 기사 링크를 담아 자신의 코멘트와 함께 올린다. 그러면 그 게시물 하단에는 그 특정 기사와 관련된 기사가 몇 개 함께 뜨게 된다. 여러 사용자들은 뉴스피드를 스크롤해 올리면서 그 기사들에 대한 특정한 인식을 갖게 되는데, 이때 스크롤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기사들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미리 파트너십을 구축한 팩트체커들이 올린 관련 기사에는, 작성자 이름 옆에 '팩트체커'라는 표식을 달아주고 해당 기사 제목 가장 앞에 그 주장과 관련된 평가(예컨대 '거짓')를 달도록 했다. 이런 효과를 적용했을 때, 사용자들이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낮은 신뢰도를 보이는 식의, 정확한 인지를 더 잘 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피드를 스크롤하다가 만나게 되는 수많은 기사나 글 가운데 페이스북과 파트너십을 맺은 팩트체커가 이미 평가한 기사들을 부각시켜, 자연스레 그런 기사들만이 사용자들의 뇌리에 남도록 설계한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팩트체커들은 국제 팩트체크 네트워크, 즉 위에서 소개한 IFCN의 인증을 받은 단체 소속들이다. 이 팩트체커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가짜 뉴스를 공유한다고 판단된 페이지들에 대해서는, 공유 등이 제한되고 광고도 제한될 수 있다고 페이스북은 밝히고 있다.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범람을 막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구조. '팩트체커'라는 표식과 함께 해당 관련 기사에 대한 평가(예컨대 '거짓')가 명시돼 있다.
GFⅤ 둘째날, 페이스북 매니저 테사(Tessa Lyons)는 가짜뉴스에 대처하는 자사의 새로운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먼저 페이스북은 머신러닝 프로그램을 도입해 위에서처럼 팩트체커들이 이미 거짓이라고 판명한 가짜뉴스가 계속해서 재생산되는 것을 탐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어떤 페이지가 잘못된 정보를 많이 공유하는 경향이 있는지도 분석 중이라고 했다. 몇몇 나라에서는 팩트체커들이 조작되거나 관련 맥락을 벗어난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낼 수 있도록 테스트할 기회를 더 확대해 제공하기로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의 대표적인 유통 공간 중 하나로 손꼽히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러시아 측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계정이 광고 등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터지면서 이런 비판은 더 거세졌었다.

한국 역시 팩트체크의 결과물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거나 가짜뉴스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에 대한 의존도는 GFⅤ에서 만난 서구권 팩트체커들보다는 심하지 않은 듯했다. 현장에서는, 페이스북의 대책 발표에도 과연 페이스북이 약속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팩트체커들이 적지 않았다. 그 어느 곳보다도 커다란 플랫폼 중 하나인 페이스북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IFCN의 팩트체커들이 보다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동영상도 사진도, 검증해야 하는 시대

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 이용률도 빠르게 높아지면서 텍스트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들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퍼져나가는 환경이 됐다. 유튜브에 영상이 업로드되고 각종 확인되지 않은 설명(이른바 '찌라시')과 함께 그 링크가 빠르게 퍼져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영상이, 혹은 사진이 그 설명과 맞지 않는 것이라면? 그리고 본질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면? 방송사 기자로서 이제는 익명의 제보자가 보내온 영상이나 사진을 보고서도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당연히,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 찍힌 영상이나 사진이 최근 것으로 유통되는 사례, 또 특정 지역에서 촬영된 영상이나 사진이 아닌데도 그곳의 지역이 언급되며 함께 거론되는 사례 등 시공간적으로 틀린 정보를 품고 유통되는 영상 및 사진이 많았다.

프랑스의 통신사 AFP가 함께 하고 있는 InVID라는 프로젝트가 이런 영상이나 사진을 검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있었다. 검증이 필요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이 틀에 업로드하면, 기존에 트위터나 유튜브에 그 영상이 업로드된 적이 있는지를 검색해 주고 또 메타 데이터 등을 활용해 촬영 시점 이후 수정된 시점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 조작 여부를 1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 InVID 프로젝트가 유럽연합(EU)의 Horizon 2020이라는 기금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Horizon 2020은 약 800억 유로에 가까운 EU의 가장 큰 연구개발기금 중 하나다. 빠르게 퍼져 나가는 가짜뉴스 때문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그런 가짜뉴스를 뒷받침하는 데 쓰이는 동영상과 사진을 검증하는 데 연구개발기금을 투자하는 것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였다. 국가, 나아가 대륙 차원의 투자인 것이다.

'딥페이크' 기술로 인해 이런 검증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A라는 사람의 얼굴에 B라는 사람의 목소리를 입히고도 A가 B의 발언을 정말로 하는 것처럼 표정이나 입 모양 등을 정교하게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이 퍼지면서, 이제는 어쩌면 언론인이나 팩트체커의 기본 소양 중 하나로 미디어 포렌직 기술을 다룰 수 있어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IFCN 국장 알렉시오스 역시 관련 세션이 열리고 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강조할 점은, 딥페이크가 주는 위협은 영상 그 자체가 아니라, 영상을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 최종적인 증거라고 믿고 사용하는 팩트체커들의 능력이다." 팩트체커라면 영상이나 사진이 있다고 해서 그에 대한 검증 없이, 무조건 그것들이 보여주는 사안이 입증됐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InVId 홈페이지
● 미래의 팩트체크에 대한 고민

팩트체크의 대원칙부터 영상과 사진에 대한 검증까지. 그리고 이 글에서 모두 다루진 못했지만 IFCN의 GFⅤ에서는 팩트체크의 자동화, 팩트체크에 있어서의 여성, 아시아에서의 팩트체크 등 여러 워크숍과 강연이 3일 내내 빽빽하게 진행됐다.

그 곳에서 전 세계 팩트체커들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미래에 팩트체크가 어떤 역할을 할지, 더 나은 팩트체크는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그림을 함께 그렸다. 팩트체크라고 하면 뭔가 당연한 것, 혹은 그래서 강조할수록 유난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짜뉴스, 극과 극으로 나뉘어 정파성을 띠고 갈등을 빚는 사람들, SNS와 모바일 메신저 확대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언론 환경에서 더 이상 팩트체크가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SBS도 <사실은> 코너를 통해 팩트체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오는 18일엔 한국에서 관련 국제 컨퍼런스도 열린다. '거짓 정보 시대의 저널리즘'을 주제로, 폴리티팩트의 창설자인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와 IFCN 알렉시오스 국장이 (기조 발제) 연사로 나선다. 이메일(2018factcheck@gmail.com)로 사전등록하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니, 온라인 공간에서 사회적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 팩트체크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은 참석해 봐도 좋을 것이다.

※ 이 취재는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