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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군 의료 현장 불안은 여전…국방부 대책은 언제?

박하정 기자 parkhj@sbs.co.kr

작성 2018.07.01 10: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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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병들의 폭행과 가혹 행위 끝에 한 사병이 숨진 '윤 일병 사건'이 2014년에 일어나고 이 가해자들에 대한 1, 2심 판결이 내려진 이듬해였다.

김종대 의원
"서대문구 독립문공원 옆을 지나 비탈길을 한참 올라가면 외진 곳에 겨우 탁자 하나 책상 하나 놓을 수 있는 자그마한 사무실이 나옵니다. 지난 1월 16일은 2011년 4월에 논산훈련소에서 뇌수막염으로 숨진 고 노우빈 일병의 생일입니다. 쉽게 살릴 수 있었던 아들을 국가의 무성의로 잃어버린 어머니 공복순 여사는 바로 이곳에서 작은 생일 케이크에 불을 밝혔습니다. 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항상 이불을 뒤집어쓰고 남몰래 울던 어머니는 그날 이후 더 이상 울지 않습니다. 그 어머니 옆에는 2014년 4월에 전방 한 사단의 의무대에서 자대 배치 37일 중 35일을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다 사망한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도 계십니다. 그 지옥 같은 생활관에서 윤승주 일병이 벗어나는 길은 오직 죽음밖에 없었습니다."


김 의원은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윤 일병 사건 이후 장병 기본권 보호를 위한 민관군병영혁신위원회가 운영됐는데 이 위원회가 권고한 군 인권 옴부즈맨, 군 사법제도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19대 국회 병영문화특위에서도 발의했던 법안(군 인권 감독관을 국회 인권위원회에 설치하자는) 내용이 현실화되고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한민구 당시 장관은 앞으로 의원들과 협의해 신중하게 잘 처리해 나가겠다는 '모범답안' 답변을 내놨고, 김 의원은 계속해서 구체적인 방향 등에 대해 추궁했다. 군사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의혹, 군의 윤 일병 사건 은폐 등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지자 한민구 당시 장관은 이렇게 답변했다.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
"우리 군이 64만의 병력이 들어와서 복무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그중에서 의원님이 말씀하신 그런 안타까운 사건 사고도 있지만 많은 장병들은 또 굉장히 보람을 느끼면서 인격이나 인권이 보장된 가운데서 근무하고 있는 것도 또한 현실입니다."

김종대 의원
"누가 아니랍니까? 누가 아니래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
"그래서 그런 작은 것을 가지고 전체를 문제시하는 그런 것들은…."

김종대 의원
"아니, 지금 '작은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지금 '작은 거'라고 말씀하셨냐고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
"아니, 작은 것이 아니고 부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 '작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군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사고들이,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군 내부의 부적절한 방식들이 '작은 것'이고 '부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던 당시 국방부 장관의 생각은,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일까. SBS 탐사보도부는 지난 한 달 여 동안 숱한 군 의료 체계의 문제점과 그것이 여실히 드러난 고 홍정기 일병의 사례까지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의료 관련 면허가 없는 의무병들의 무자격 불법 의료 행위, 미용 목적의 시술이 이뤄지고 있는 군 병원, 전방 군 병원과 의무대의 열악한 의료 환경, 유명무실한 전문 의무병 제도, 구멍 뚫린 군 병원의 마약 관리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과 입장을 보면, 그저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은 접근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취재파일] 군 의료 현장 불안은 여전…국방부 대책은 언제?국방부는 보도 뒤 일선 군 의료 현장에서 무자격 의무병의 불법 의료 행위를 일단 중지시켰다. 주사를 놓는다거나 방사선 촬영을 한다거나 하는, 의무병들이 면허 없이도 그냥 해 오던 일을 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당연히 그 일을 대신할 면허 보유자가 충원돼야 의료 현장은 문제없이 돌아갈 텐데, 인력 충원이나 그 계획조차도 마련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민군 협진이나 민간 위탁 계획이 실행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사병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걸리는 시간만 늘어났다고 한다.

현역 의무병
"(보도가) 터지고 나서 (의무병의 무면허 불법 의료 행위) 하지 마라 이렇게 했는데 결국 할 수 있는 애들은 한정돼 있고 환자는 똑같이 줄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고 모든 불법 의료 행위가 근절된 것도 아니라는 게 현역 의무병의 증언이다. 사병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전혀 개선된 게 없다는 것이다.

현역 의무병
"가장 위험한 것(주사)만 하지 마라(라고) 대충 약간 구두지시로만 입으로만. 문건 없이 문서 없이 (지시가 내려왔어요). 그런데 다른 건 다 해요, 아직도. 방사선 촬영, 스케일링, 채혈, 임상병리, 그다음에 물리치료 그런 행위들. 그런 의료적 행위들. (관련 면허가 없는 의무병은) 절대 할 수 없는 건데 하는 거죠."


국방부는 지난 19일 무자격 의료보조행위 긴급대책반을 꾸렸다. 하지만 아직까지의 방침은 일단 현장에서 군의관과 의무병들이 알아서 잘 하라는 식에 가깝다. 의무병들과 마찬가지로 일선 군 병원이나 의무대에서 일하는 군의관들에게도 부담은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더 커졌다.

현역 군의관
"암묵적으로 계속 유지하라고 하고 잘못되면 네 면허로 네가 책임져, 이런 조직이 어디 있습니까, 세상에. 맨날 장관님 지휘 서신 이런 데 보면 지휘관은, 상관은, 부하에게 불법 부당한 지시를 하지 말라고 맨날 가르치면 뭐합니까.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암묵적으로 불법을 지시하면서. 그렇게 야간에 (문) 닫지 마라, 대신에 공식적인 지시는 내려줄 수 없다, 대신 응급실은 닫지 마라, 현상은 유지하고 너희들끼리 너희들 안에서 인력 조정해서 해결해라, 이거는 국방부에서 할 소리가 아닌 거죠. (중략) 그럼 우리들은 뭐 그냥 환자 돌려보내야죠. 우리 지금 엑스레이 안 된다, 우리 피검사 안 된다 (하면서요)."


국방부가 의료 현장의 아우성을 무시한 채 비현실적인 지침을 고수하는 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국방부를 기다리다 못한 어머니들은 거리로 나갔다. 현충일에는 대전 현충원에서, 그리고 대학로, 홍대, 강남, 광화문 등 뜨거운 여름날에도 사람들로 붐비는 곳을 일부러 찾아 전단지를 돌리며 군 의료 체계 개선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제(6월 28일)는 청와대로도 향했다. 군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이 모인 군 피해치유센터 '함께(고 노우빈 훈련병 어머니 공복순 씨가 대표를 맡고 있고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등이 함께 하고 있다)'는, 그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곳에서, 어머니들은 잘못된 군 의료 체계로 인한 억울한 죽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외쳤다.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대표이자 고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 공복순 씨가 지난 6월 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 중 발언을 하고 있다.공복순 / 군 피해치유센터 '함께' 대표, 고 노우빈 훈련병 어머니
"제가 이런 일을 당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아들을 낳은 죄가 첫째 죄이고 건강하게 키운 죄가 둘째이고 아플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군에 보낸 죄가 세 번째 죄입니다."

박미숙 /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대한민국에서 아들 낳아 잘 키워 군에 보낸 게 제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나라의 정책을 움직이시는 분들께 간곡하게 요구합니다. (중략) 믿고 보낸 국방의 의무, 국가는 우리 아들들을 책임지고 입대 모습 그대로 부모 품에 보내주셔야 합니다. 군에 보낸 대한의 아들들이 아픈 걸 방치해서 이렇게 억울하게 생명을 잃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 주세요."


어머니들은, 군에서는 몇 명의 장병이 어떤 이유로 어떤 질병으로 피해를 입는지 제대로 된 통계조차 확보하거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제대로 된 실태를 파악하고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달라고 했다. 또 적절한 의료진과 충분한 의료 시설을 마련해줄 것도 요구했다. 장병이 일선에서 먼저 의사를 만나는 건 대대 의무실, 사단 의무대에서가 많은 만큼 이 공간에 대해 충분히 투자하고 좋은 의료진이 일할 수 있게 그래서 제대로 된 판단을 빠른 시간 안에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조현규 / 故 홍정기 일병 대학 동기
"저 또한 정기의 일을 접하면서 군의 잘못된 의료 체계 시스템에 대해 직접 느끼기 전까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청년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었고 군대를 다녀왔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저와 두 살 터울인 제 동생이 군대를 가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중략) 이것을 보고 계시는 군 관계자 분들이 계시다면, 이곳에 모여 계시는 어머님들께서 지금 어떤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여서 버티고 계신 것인지, 예비역으로서 한없이 자랑스러워야 할 국방의 의무가 왜 이리 부끄러워지는 것인지 내 아들,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주시고 바꿔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라 지키러 간 아들이, 친구가, 형제가 건강하게 돌아오도록 해 달라는 당연한 요구에 국방부는 아직까지도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방부의 구성원들도 여전히 이렇게 수차례 반복된 안타까운 일들이 정말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부분적인 것을 가지고 전체를 문제시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군인들의 의료권을 보장하고 있다. 위 법 제17조가, 군인은 건강을 유지하고 복무 중에 발생한 질병이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하여 적절하고 효과적인 의료 처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과연 군인들은 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가. 이제 국방부가 진정성 있게 이 질문들에 답변하고, 또 책임감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