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방사청의 '보잉 앓이'…모험인가 속임수인가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6.23 13: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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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방사청의 보잉 앓이…모험인가 속임수인가
모레(25일) 해군의 차기 해상초계기 선정 방식이 방위사업추진위에서 결정됩니다. 방사청은 방위사업추진위에 보잉 포세이돈 P-8의 단독 수의계약 방안을 상정할 방침입니다. 경쟁입찰을 안하겠다는 뜻입니다. 경쟁 기종들은 작전요구성능(ROC)이 안 맞거나 업체들이 허위 공약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전에 걸러냈다고 방사청은 설명합니다.

방사청이 포세이돈 앓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사청은 보잉의 포세이돈을 도입하면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포세이돈은 수의계약으로 사는 것이고 계약 상대방은 보잉이 아니라 미국 정부입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벌써 가격 인하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인데 실제로 그럴까요?

● '美 정부 가격인하 약속' 확인 못하는 방사청
 
방사청은 차기 해상초계기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위직들에게 “보잉 포세이돈을 도입하면 대량 생산의 혜택으로 약 30%의 비용 절감과 4,400억원에 달하는 개발비 면제가 가능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기 해상초계기 총사업비가 1조 9,000억원 정도이니까 총사업비를 1조 5,000억원 이하로 끊을 수 있다는 겁니다. 관급장비, 무장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빼면 1조 2,000억원도 안되는 돈으로 포세이돈 6대를 사들이겠다는 게 방사청 설명입니다. 포세이돈 1대에 2,000억원 이하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방사청이 포세이돈을 도입하겠다는 방식은 미 정부의 해외군사판매 FMS입니다. FMS는 정부 대 정부 간 거래이고 가격협상 자체가 없습니다. 가격인하 권한은 제조업체인 보잉이 아니라 오롯이 미 정부에게 있습니다. 방사청이 ‘30%의 비용 절감과 4,400억원 개발비 면제’ 혜택을 받으려면 미 정부의 공식적인 약속이 있어야 합니다.
 
미 정부로부터 가격인하를 약속하는 공문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 방사청은 답을 안하고 있습니다. 안 받았으면 방사청의 가격인하 주장은 허위이고, 받았다면 미 정부의 배려에 감복할 일입니다.
 
록히드 마틴의 F-35A 40대를 도입하는 공군 차기 전투기 F-X 사업도 FMS 방식입니다. 올 초 1호기가 출고됐는데도 전체 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최종 40번째 F-35가 나와 봐야 총사업비 윤곽이 나온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물며 사업방식도 결정되지 않은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은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방위사업추진위에 정통한 현직 고위 관료는 “FMS로 무기를 도입하면서 벌써 총사업비의 25% 이상을 절감하겠다는 방사청의 주장이 몹시 놀랍다”며 “가격을 대폭 깎지 못했을 때의 책임을 방사청과 방위사업추진위에 분명히 물을 수 있도록 확실한 실명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보잉의 포세이돈p-8● 1대에 2,000억 미만 포세이돈이란?
 
앞서 기술한 대로 방사청이 계산한 포세이돈 1대의 가격은 2,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획기적인 가격입니다. 작년 노르웨이가 계약한 포세이돈 가격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노르웨이가 도입하는 포세이돈은 차, 포를 뗀 최저 사양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방사청은 최저 사양 기종의 가격보다 싸게 포세이돈을 도입하겠다고 주장하는 셈입니다. 항공방산업체 관계자는 “방사청의 가격인하 주장이 맞다고 한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반면에 방사청 관계자는 “미 해군용 포세이돈 생산 물량과 함께 한국 해군용 포세이돈을 제작하면 개발비, 생산비를 모두 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행복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미 정부의 공식 약속 문서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방사청은 미 정부의 공식 문서 수령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사브의 해상초계기 소드피시● 방사청 “사브 주장, 거짓말” vs ADD “소드피시 실체 있다!”
 
차기 해상초계기 기종으로 소드피시를 꺼내든 사브는 작년 여름부터 획기적인 절충교역안을 제시했습니다. 해상초계기와 공중경보기, 다기능 위상배열 에이사(AESA) 레이더의 기술이전입니다. 방사청은 “사브의 기술이전과 소드피시의 성능 공약 모두 실현 불가능하고 입증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방위사업추진위 참가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방사청은 또 “소드피시는 실체가 없는 항공기여서 전력화 일정도 못맞춘다”며 사브를 몰아부쳤습니다.
 
그런데 국방과학연구소 ADD의 검토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ADD 핵심 관계자는 “기술 토의 결과 소드피시의 기체와 탑재 부품들은 이미 완성품 개발이 끝났고 사브는 상당히 유사한 체계통합 경험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 전력화 시기도 맞출 수 있다”며 “사브의 탐지 장비들은 보잉보다 성능이 뛰어난 최신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해상초계기 사업 절충교역으로 해상초계기와 공중경보기의 생산 기술을 받으면 한국 방산업계가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큰 기회를 맞게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ADD는 방사청과 달리 보잉과 사브를 참여시킨 경쟁입찰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방산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잉 수의계약의 방사청 대(對) 경쟁입찰의 ADD와 업계의 구도입니다. 사브 관계자는 “10차례 이상 방사청을 방문해서 수많은 기술이전 입증 서류를 제출했다”고 항변했습니다.

방사청은 국회와 언론 등에 “국익을 위해 경쟁입찰이 좋다”고 설명하고 다니면서 뒤에서는 단독 수의계약의 틀을 짰습니다. 모험 또는 거짓인 FMS 가격인하 주장을 펴며 보잉을 편들면서 국방기술의 메카 ADD도 공인한 사브의 공약을 실현 불가능한 거짓말로 치부했습니다.
 
방사청의 ‘보잉 앓이’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ADD와 업계의 바람은 보잉을 제외하자는 게 아닙니다. 보잉과 사브, 에어버스 모두 불러서 경쟁입찰에 붙이자는 겁니다. 어떤 방식이든 보잉 포세이돈은 상수(常數)입니다. 포세이돈을 도입하더라도 경쟁입찰을 거쳐 우리 실리를 조금이라도 더 챙기자는 게 ADD와 업계의 주장입니다. 방사청이 끝내 FMS 단독 수의계약으로 몰아가면 방사청 말대로 FMS를 통한 사업비 절감이 실제로 실행되는지 앞으로 장기간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