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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에게 바란다" ④

[취재파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에게 바란다" ④
부산의 시민사회단체에서 정책 콜로키움을 하면서 가장 많이 지적한 사안이 토건 난개발 행정에 대한 비판이었다. 무리한 토건 개발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고 대신 시민의 행복 추구권을 강화하고 안전한 도시, 생태 환경도시를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 과제 5 : 토건개발 행정 유혹 벗어나 사람에 대한 투자해야
엘시티 외경
부산은 바다와 강이 있고 항, 포구가 있는 환경도시다. 그런데 지난 28년 동안 견제가 없는 일당 독주체제하에서 부산의 생태 건강은 토건주의 앞에 무참하게 무너졌다.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할 공공재인 바다 앞 친수공간은 몇몇 개발업자의 독점적인 사적 이익 추구 앞에 엉망이 되어 버렸다. 부산시는 천혜의 친수공간을 관광자원화 해 시민 모두의 행복과 공공의 이익에 활용해야 함에도 오히려 토호세력의 특권과 사적 이익을 보장해 주는 데 앞장서 왔다.

예를 들어 보자.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 청사포 일대는 아파트 단지가 흉물스럽게 우뚝 서 있다. 바로 인접한 미포 앞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101층짜리 엘시티 복합주거단지가 신축 중이다. 또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매립한 마린시티가 나온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주거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두산위브제니스와 현대 I 파크가 우뚝 서 있다. 해마다 태풍이 오면 막대한 침수피해를 겪고 있는 곳이다. 개발 이익은 건설업자가 챙기고 태풍 피해가 나면 천억 원이 넘는 나라 돈을 들여 방파제를 건설하고 있다. 조금 지나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으로 가면 부산에서 가장 노후화된 남천삼익비치 아파트가 나온다. 곧 재건축 예정인데 이곳에도 6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조금 지나면 용호만 매립지가 나온다. 이곳은 원래 수변공원을 짓기로 했던 곳인데 부산시가 부산의 토호건설업자에게 헐값에 부지를 매각해 60층이 넘는 더블유 아파트가 신축돼 입주하고 있다.

그리고 송도 해수욕장 앞 매립지에도 최고 69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1368세대가 신축 중이고 중앙동 롯데백화점 앞 매립지에도 백층이 넘는 주상복합건물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해안을 따라 전망 좋고 관광인프라가 있는 곳은 어김없이 민간업자의 아파트가 똬리를 틀고 있다. 민간 아파트는 사적 공간이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개방공간이 아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는 해안 경관이 사적 공간으로 지배되면서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나 시민 모두 즐길 수 없게 돼 버렸다. 이는 부산의 관광경쟁력을 잠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부산시가 손댄 대형 개발사업마다 대부분 실패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입었다. 막가파식 개발 사업의 단 1%만 복지에 투자해도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팽배하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제안하는 몇 가지 제안을 소개한다.

1) 청년 세대에 대한 과감한 투자…‘청년 수도 부산’의 비전을 가져야    

부산은 전국 최고 수준의 저출산, 고령화 사회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매년 생산연령 인구가 2,3만 명 안팎이 빠져나가고 있다. 한 때 4백만 명에 육박하던 인구는 3백 50만 명도 채 되지 않는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변변한 기업이 없는 부산에서 청년들이 딛고 설 사회경제적 기반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직장을 찾아 수도권이나 인근 경남 창원이나 김해 양산 울산 등지로 떠나고 있다. 청년이 떠난 사회는 희망이 없다.

부산을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청년들이 모여들 수 있는 ‘청년 수도 부산’의 청사진을 가지고 시회 경제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가기를 제안한다.

이를 위해 ‘판교 테크노밸리’처럼 특정 공간을 청년 창업과 일자리, 청년문화, 배후 주거단지 조성, 여가를 병행할 수 있는 ‘청년 시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 청년을 지원 대상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주체적인 참여와 능동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동반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가칭 ‘부산청년위원회’와 같이 청년들이 그들 세대의 의사 수렴과 실행을 하는 기구를 만들어 주체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년 뒤부터는 오히려 구인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인구 350만 대도시에서 한해 신생아 출산이 5천 명도 되지 않는 저출산 시대에 직면해 있다. 청년들이 모여드는 부산을 만들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필요하다.
부산 일자리 박람회 (사진=연합뉴스)
2) 50 플러스 세대에 대한 지원 강화해야

복지 전문가들이 부산의 복지 행정을 분석해 본 결과 의외로 50플러스 세대에 대한 지원이 너무도 취약하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평균 퇴직 연령이 가장 낮다. “은퇴 시간 테이블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인생 이모작’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자리 잡았다.

이 세대는 자녀의 교육과 결혼 부담에서부터 부모 부양, 가족 부양까지 모두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지만 은퇴 압력으로 가족 위기의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자리(재취업) 문제와 은퇴 후 사회적 관계망 유지, 여가 활용의 3대 문제가 핵심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지원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서울시는 ‘50플러스 재단’을 설립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서울시의 사례를 철저하게 분석해 시행착오를 최소화 시키면서 50플러스 세대가 사회에 연착륙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노동이 존중받는 도시, 부산’을 설계하자 

노동계는 말한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노동정책은 없다”고. 부산시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시의 노동정책은 한마디로 ‘갈등의 중재자’는 커녕 ‘갈등의 방관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이 존중받는 도시는 사람을 존중하는 도시와 다름 아니다.

노동정책기본계획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등 노동정책을 제도화하고 평가, 감독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부산시와 공공기관부터 모범적인 사용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민간기업으로 올바른 노동관계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공무원 노조와 업무 협약 정례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4) 결핍지수 개발 및 세대별 맞춤형 복지 대책 시행해야

복지 전문가들은 세대별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결핍지수를 개발해 맞춤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 많은 복지 수요가 있는 곳에 더 많은 복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복지 재정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참여하는 복지” “내가 연대하는 복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을 공동체 단위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연대를 이끌어 내는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3040 중년 세대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적정 근로시간의 확보와 육아 휴직 활성화, 공공산후조리원 등 공공 인프라 확충, 한 부모 가족에 대한 지원 조례 개정, 미혼모에 대한 차별 철폐와 인권 보장 등 시급한 과제로 부각됐다.

● 과제 6 : 중앙정부에 할 말 하는 시장, 시의회 존중하는 시장 기대
오거돈 부산시장 (사진=연합뉴스)
지방자치와 분권, 지역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한 국정철학 가운데 하나다. 문 대통령은 광역자치단체장이 참석하는 제2 국무회의를 구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만큼 모든 분야에서 중앙 집중화가 극심한 나라도 드물다. 실질적인 자치와 분권을 위해 자치 조세권과 자치 재정권 배분 상향 조정 등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의 보다 과감한 지원도 강력 요구해야 한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은 나라 전체적으로 역기능이 더 많다.

중앙정부에 할 말 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와 민주당 부산시당이 선거 기간 내내 우려했던 것이 있다. 시 의회에서 과연 몇 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다. 시의회 1/3인 13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식물 시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는데 결과는 민주당 후보들의 압승으로 우려는 행복한 고민으로 바뀌었다.

시 의회에서 제 1당을 차지하게 됐으니 오 당선자는 날개를 단 격으로 시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같은 민주당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시 의회는 시정을 견제하고 견인하는 본연의 역할이 있고 이에 충실해야 한다. 전임 시장들이 시정을 운영하면서 시의회를 무시하는 행태를 자주 보여 왔고 같은 당 소속 시의원들도 이를 묵인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시정에 대한 견제는 제대로 될 리 없었고 부패와 무능이 고질화 됐다.

오 시장은 이러한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청산하고 시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예우와 대우를 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 의회의 비판을 겸허히 듣고 개선하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28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오 당선자가 시정 개혁도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연합뉴스)

▶ [취재파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에게 바란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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