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퇴근 후 카톡에 주말 등산까지…52시간제에서 '근무'일까?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작성 2018.06.21 08:48 수정 2018.06.22 09: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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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퇴근 후 카톡에 주말 등산까지…52시간제에서 근무일까?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얘기입니다. 주 52시간을 넘기면, 사용자는 처벌을 받습니다. 6개월 계도 기간이 생기긴 했습니다. 어쨌든, 사용자는 52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앞으로 '그건 근무 아니야' 할 것이고, 노동자는 '이게 왜 근무가 아니야'라고 답하는 일이 많아질 겁니다. 분명 상사가 시켜서 하는 건데, 근무인 것 같은데, 사실은 근무가 아닌 것, 그게 문제입니다. 카카오톡 업무 지시가 대표적입니다. '사실은' 취재팀이 복수의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퇴근했는데 '카톡, 카톡'…근로시간인가?

답은 없습니다. 명확하지 않습니다. 근로시간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카톡 내용에 따라 다르기도 합니다. 퇴근길에 상사로부터 온 카톡, 무슨 내용이냐에 따라 집에서 뭔가 정리해야 할 수도 있고, 알아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카톡을 받고 일한 것에 대해 사용자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법원이 인정한 판례는 아직 없습니다. 카톡 지시에 따른 노동은 아직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성 변호사에 따르면, 현행법상 '근로시간'이라는 것은 사업자의 지휘 감독 아래서 노동을 제공하는 시간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일상 생활 핸드폰 휴대폰 LTE 광대역 터치 스크린 디지털 스마트물론 카톡 지시에 따른 노동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때가 있습니다. 업종에 따라서는 재택근무가 상시적일 수도 있으니까요. 집에 있는 것과 사무실에 있는 것이 큰 차이가 없는 업종이 특히 그렇습니다. 사실 기자들도 비슷합니다. 집에서 상사의 카톡을 받고 장시간, 물론 장시간의 기준이 또 모호해지긴 합니다만, 어쨌든 장시간 취재를 하거나 기사를 써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땐 장소가 중요하지 않겠죠.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특히 카톡을 보내면 기록이 남기 때문에 업무 지시의 근거도 명확해집니다.

카톡 내용도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상사가 마감 시간을 정해놓으면서, 주말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을 때, 그때는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성규 노무사는 "예를 들어, 일요일 아침에 카톡으로 지시를 내려서, 노동자가 집에서 월요일 회의 자료를 2시간 동안 만들었을 경우, 그 2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용자의 지휘·명령 아래 이뤄지는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현행 근로기준법 50조에 따른 겁니다.

카톡으로 지시한 일을 하는 걸 '근무시간'으로 볼 수 있는지, 이렇게 명확한 법 규정이 없고, 그에 따른 판례도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마다 내부 방침으로 노사간에 근로시간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향후 6개월 계도 기간에 노사가 좀 더 시간을 갖고 미세한 조정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번 주말 등산, 원하는 사람만 가자고!"

회사 임원이나 부서장이 주도하는 주말 등산. 이게 근로시간에 포함될까요? 이것도 케이스마다 다릅니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필참'을 지시한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될 여지가 큽니다. 하지만 보통 위에서도 평판을 신경 쓰니까,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원하는 사람만 가자고 하고, 밑에서는 눈치를 보다가 불편한 마음으로 나서곤 합니다.
설악산 첫 단풍노동자는 '필참' 지시를 받지는 않았고, 다만 눈치를 봤을 뿐이고, 직장인의 생존 본능이 작동했을 뿐입니다. 노동자 본인이, 내가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따라간 것이 결코 아니지만, 하산 뒤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서 간 것이 결코 아니지만, 어쨌든 그 자리가 강제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은 아닙니다. 노동의 느낌이 물씬 나는 등산을 가지 않으려면, 노동자는 현재로선 눈치를 보지 않는 수밖에 없습니다.

● 국내·해외 출장…'근로시간'은 언제부터?

이건 비교적 명확합니다. 판례가 있습니다. 홍성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판례는 해외 출장의 경우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 출입국 시간도 모두 근무시간에 포함됩니다. 김유경·유성규 노무사 의견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출장은 원거리에 해당하니까, 집에서 출발하는 시점부터 근로시간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합니다. 노동부 해석을 보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원거리를 이동할 때도 이동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물론 '원거리'가 어느 정도냐의 문제는 또 남습니다.
연휴다만 노동자가 집에서 자기 차를 타고 비교적 가까운 출장지로 이동할 경우에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노동부는 자기 차로 출장지를 오가는 것은 '출퇴근'으로 봐서 근로시간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자차로 집에서 출장지로 출발할 때 집을 떠나는 시간부터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죠. 이 부분도 법에 명확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각 사업장의 노사간 합의에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맡겨져 있습니다.

52시간 근무제는 그래서, 52시간의 준수 여부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쟁점이 되지 않았던 문제, 즉 무엇을 근무시간으로 볼 것이냐를 놓고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커다란 논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되도록 많은 행위를 근무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방법으로 52시간제를 준수하려고 할 것입니다. 카톡 지시, 주말 등산, 출장 등 아직 명확한 규정은 없고, 판례도 드물며, 사례도 충분히 누적돼 있지 않습니다. 노동부 가이드라인도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52시간제는 마치 김영란법 시행 초기처럼, 많은 유권해석과 혼란을 거치며 우리 사회에 서서히 스며들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 조사: 신혜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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