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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에게 바란다" ①

[취재파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에게 바란다" ①
자유한국당의 아성이 무너졌다. 무너져도 처참하게 무너졌다. 부산은 경남, 울산과 함께 보수정당 자유한국당의 아주 중요한 지역적 지지기반이었던 곳이다. 하지만 '2018 지방선거'에서 부산 시민은 변화를 선택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자유한국당의 아성이 아니던가!

지난 1991년 이후 부산은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의 일당 지배체제였다. 꼭 28년만의 지방정권교체다. 야당의 불모지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는 민주당 간판을 달고 3전 4기만에 도전에 성공했다. "꼭 한 번만 더 하게 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던 한국당 서병수 후보는 재선 도전에 실패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단순히 광역자치단체장 한 석을 잃은 것 이상으로 전통적인 핵심 지지기반을 잃어버린 충격이 더 클 것이다. 부산시장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과 부산 시의회 의원, 구의원까지 민주당 후보가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 했으니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번 선거 결과가 확실히 말해 주고 있다. "보수도 이제 변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환골탈태 해야 한다.

민주당 또한 압승을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 민심은 언제든지 변한다. 이번 압승이 민주당의 실력으로 됐다고 자만하는 순간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설 것이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민심을 받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민주당 간판으로 네 번째 도전에 나선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는 고위 공직자 출신이자 부산의 대표적 철강기업 집안의 넷째 아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부산의 대표적 명문고인 경남고등학교와 서울대를 졸업한 엘리트이기도 하다.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시장권한대행을 했고 참여정부 시절 해수부장관을 역임했다. 국립 해양대학교와 부산 동명대 총장을 지내기도 한 '관운 좋은 금수저 출신 정통관료'의 이미지가 강하다.
서병수 캠프
그래서일까 오 당선자는 민주당과 전신 열린우리당 당원이면서도 오히려 한국당이나 전신인 새누리당 정서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민주당 부산시당이나 진보진영에서는 그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했다. 오죽했으면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 오거돈 선거캠프를 빗대 '서거돈 캠프'라고 비판하는 글이 회자됐을까. '서거돈 캠프'란 과거 서병수 후보 진영에 있던 인사들이 대거 오 캠프로 말을 갈아탄 것을 두고 조롱한 조어다.

오 당선자를 둘러싼 이러한 정체성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오 당선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당지배체제를 종식시킨 역사의 장본인이다. 그 선봉에 선 인물이다. "오 당선자에게 기대할 게 뭐 있나"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있지만 대다수 부산시민은 '달라진 부산 시정과 부산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오 당선자를 견인해 줄 부산시 의회도 대부분 민주당의원으로 채워졌다. 기초자치단체장도 대부분 민주당 출신 후보들이 당선됐다. 힘이 실린 것이다. 그래서 오 당선자의 어깨는 무겁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 과제 1: 시민 중심의 시정 개혁…"소통하고 개혁해야 한다"

이번 '2018 지방선거'에서 부산, 울산, 경남의 민심은 변화를 선택했다. 당연히 변화의 방향과 내용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화해야 한다. 시민은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시정의 주체다. 행정의 수혜자, 고객이 아닌 동반자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부산의 몇몇 시민사회단체에서 '리셋 부산 2018'이란 주제로 총 15회의 정책 콜로키움을 열었다. 모두 500명이 넘는 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부산 시정의 민주적 개혁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공무원의 갑질 문화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시민을 끊임없이 대상화하고 항상 정책 공급자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권위주의적 태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따라서 '부산 시정의 민주적 개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를 위해 '시민참여형 협치 시정'의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협치는 시민주권시대의 민주주의 시스템이다. 제도적 기반은 지속가능한 협치를 가능하게 한다. 단순한 참여가 아닌 협치를 총괄하는 민관 협치기구의 제도적 기반 조성이 필요하고 시 조례로 뒷받침돼야 한다. 협치 기구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시정 혁신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을 심의 조정하고 그 결과를 시정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오 당선자의 철학과 의지가 중요하다. 권위주의적 수직적 리더십이 아닌 탈 권위주의적, 수평적 리더십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민심을 진정으로 받드는 시정은 이러한 협치를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 부산시민의 마음을 얻는 시정!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시민참여 정책숙려제의 도입을 요청한다

역대 부산시장은 부산의 주요 핵심 사업에 대해 항상 이해당사지인 시민의 의사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설정해 왔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충돌, 사회적 비용의 과다 발생, 사업 실패는 다반사였다. 엘시티 인허가 비리나 동부산관광단지 개발 사업 등은 대표적인 난개발 사업이자 예산낭비 사업으로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북항 재개발이나 오픈 카지노 복합리조트 유치 사업 제2 센텀시티 사업, 오페라 하우스 건립사업 등 부산의 메가 프로젝트 사업이나 대형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사전 정책 숙려제 도입을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공성 확보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또한 시민 참여를 통한 시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 수립의 과정이기도 하고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 시키는 긍정적 작용도 한다.

● 과제 2: 인사는 만사…참신하고 도덕적 개혁적 인사 발굴해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사는 만사"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그렇다. 변화의 첫 단추는 인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유능하고 깨끗하고 개혁적인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가가 관건이다. 역대 부산시장의 인사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부산시 산하 공기업과 출자 출연 기관의 장은 퇴직공무원이나 시장 측근 인사, 그리고 서울에서 내려온 전직 고위관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장'이 아니라 '특정 시장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장'이었기에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모 시장이 임명한 한 낙하산 기관장은 소속 연구원들을 모아 놓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시장을 위해 존재하는 연구기관"이라고 훈시를 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내려온 이 기관장은 소속 연구원의 임금은 삭감하면서 정작 자신의 봉급은 셀프 인상토록 절차를 밟는가 하면 팀장급 선임연구원을 자신이 데려온 무능한 사람을 앉혀 연구원들의 반발을 샀다. 또 자신에 비판적인 연구원에겐 가차 없이 불이익을 주도록 했다. 이 연구기관은 기관 평가에서 D 등급을 받고서도 로비를 통해 B등급으로 낙제를 면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다른 기관의 기관장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부정과 부패 비리가 만연해도 '내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부패구조가 온존했다. 그러다 보니 경영 비리는 끊이질 않고 공공기관으로서 대민 서비스는 엉망이었다.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는 누적됐고 한탕주의식 개발행정으로 예산을 낭비하기 다반사였다.

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기관장과 감사, 이사 본부장은 150명 안팎이라고 한다. 관행적인 낙하산 인사는 없어져야 한다. 측근 인사도 최소화해야 한다. 투명한 공모절차와 인사 검증 등 시스템에 의한 임명절차를 제도화 시켜야 한다.

특히 부산도시공사와 같이 부산도시개발 행정을 실행하는 주요기관의 경우 그동안 토건주의적 발상과 난개발, 비리로 얼룩져 많은 문제가 있었다. 부산발전연구원과 같이 부산의 싱크탱크도 시장을 위한 연구원이 아닌 부산시의 중장기적 정책과제를 개발하는 시민의 싱크탱크로 환골탈태 해야 한다. 핵심 기관의 수장일수록 철저한 검증과 능력, 비전이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

● 부산시 산하 위원회 전면 개혁해야…위원 물갈이와 통폐합 시급
부산도시공사 전경
부산시 산하에 180여개의 각종 위원회가 있다. 부산시도시계획위원회나 부산시건축위원회 등 부산의 도시계획이나 건축 심의를 하는 주요한 위원회가 다수 포함돼 있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과 역할을 보면 문제가 너무 많았다. 관변 위주의 편파적 인물 선정, 다양성과 대표성을 결여한 위원회 구성 등으로 불공정과 편파성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한마디로 부산시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각종 이권이 걸린 심의에 로비설이 끊이질 않았고 몇몇 관변위원들이 부산시의 의도를 관철시키는데 앞장서 왔다.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데 소홀했고 위원회의 자율성은 결여돼 있었다. 시 공무원이 위원을 추천하면 시장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거치다 보니 애당초 부산시에 비판적인 인사는 위원으로 추천될 수 없는 구조였다. 위원회 회의록 공개도 소극적이다 보니 투명성도 저하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그렇다. 기존 관변위원의 물갈이가 필요하다. 단순한 물갈이로는 안된다. 투명하고 공정한 위원 선정이 선행돼야 한다. 세대별 직능별 성별 대표성을 확보하고 전문가 그룹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그룹의 다양성 확보 등 다원화된 사회구조를 반영한 위원 선정이 필요하다. 공무원에 의한 주먹구구식 위원 선발은 극복돼야 한다. 심의위원 공모제도 한 방법이고 시민 참여형 위원 선발도 고려해야 한다.

유사 중복 위원회의 통폐합, 유명무실한 위원회 폐지도 있어야 한다. 일 년에 한 번도 열리지 않는 위원회도 상당수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꼭 정리해야 한다. 또 몇몇 관변 위원이 다수의 위원회에 참여하는 구조도 없어져야 한다.

위원회의 자율성과 개방성도 꼭 필요하다. 각 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장과 간사를 공무원이 맡는 제도도 철폐돼야 한다. 이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핵심 장치다. 시에서 위탁하는 과제뿐만 아니라 위원회에서 독자적인 의제 발굴과 독자 운영을 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또 투명성 확보를 위해 모든 회의 결과는 기록으로 공개돼야 한다. 밀실에서 익명성을 보장하는 회의는 항상 뒷말을 낳는다.

● 외부 개방형 감사관제 의무화 해야

현행 조례상 감사관은 외부에서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역대 시장은 무슨 이유에선지 감사관을 공무원 내부에서 발탁해 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감사실은 시장의 눈치를 보는 조직으로 실질적으로 공무원 비리나 부정에 대한 감시 감독은 제대로 되지 못했다.

부산시가 공무원 청렴도 조사에서 항상 광역시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이유는 내부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사관은 무조건 외부 인사로 임명하고 감사관실의 일정 인원을 외부 민간전문가로 할당해야 한다. 오 당선자도 감사관은 외부 인사로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행을 기재해 본다.

● 측근 인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 필요…철새형 캠프 인물 배제해야
낙선한 서병수 후보
서병수 시장이 재임 기간 동안 부산 시민의 부정적 평가가 많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측근 비리였다. 서 시장이 임명한 정무 특보와 경제 특보가 잇따라 금품 수수와 같은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또 비선실세로 평가 받던 자신의 선거 총책임자도 엘시티 비리혐의로 구속됐다.

오 시장 당선자는 이러한 측근 인사에 대한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시정에 임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선거가 막바지로 오면서 과거 서병수 시장의 참모그룹이 대거 오 시장 캠프로 합류했다. 불나방이 불빛을 보고 쫓아오듯 철새 인물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오죽했으면 '서거돈 캠프'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였다. 물론 개중에는 진심을 갖고 합류한 인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간의 여론을 들어보면 대부분 평가가 좋지 못한 인물들이었다. 자리를 보고 몰려든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인물은 배제되어야 한다.

퇴직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도 최소화해야 한다. 자리보전해 주는 식의 인사로는 민심을 감동시킬 수 없다. 그들이 관련 유관 공기업이나 출자 출연 기관의 장이 되어 잘할 것이라는 보장 또한 없다. 오히려 자율적 독립적인 운영을 방해하고 부산시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데 더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공무원들의 인사에 대해 이제까지 전임시장들이 혹평을 받았던 이유를 상기해 보기 바란다.

▶ [취재파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에게 바란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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