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도 대외적으로는 입찰을 통한 공개경쟁을 추진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은 일찍이 자체 법무 검토 결과 포세이돈 한 개 기종만을 두고 수의계약을 하는 쪽으로 사업 방식을 확정했습니다. “사브는 소드피시의 성능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고 전력화 시기도 맞출 수 없다”는 게 방사청의 주장입니다.
ADD 측의 생각은 다릅니다. “사브 소드피시의 기체와 탑제 부품들은 이미 완성품 개발이 끝났고 전력화 시기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방사청과 전혀 반대입니다. ADD와 방산업체들은 “사브가 절충교역으로 해상초계기와 공중경보기의 생산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한국 기술 수준이면 사브의 기술을 받아 해상초계기와 공중경보기 생산국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방사청 대 ‘항공산업의 도약’을 내건 ADDㆍ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누구의 말이 옳고, 어떤 방식이 선택될까요. 사업 방식은 오는 25일 국방장관이 주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에서 결정됩니다.
● 방사청 "보잉 포세이돈 수의계약!"
즉 보잉 포세이돈을 단독으로 수의계약해서 도입하기로 내부 방침을 이미 정한 겁니다. 대외적으로 “경쟁입찰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트릭’도 썼습니다. 윗선 즉 군 고위층이 누군지 최종 확인만 안됐을 뿐 국회 인사의 말이 딱 맞아 떨어집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사브 측은 소드피시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며 “사브가 공공연히 주장하는 기술이전 내용, 전력화 시기는 실제와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사브 측의 설명은 다릅니다. 사브 관계자는 “방사청의 요청에 따라 십여차례에 걸쳐 충분한 입증 자료를 제공했다”며 “소드피시의 성능, 기술이전, 전력화 시기는 모두 달성 가능하다”고 맞받았습니다. 이 관계자는 “정통한 기술진이 검토하면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자명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ADD·업계 3개 업체 경쟁입찰!"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비 2조원에 맞추면 소드피시와 C295MPA는 두자리수의 대수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소드피시는 포세이돈의 2배, C295MPA는 포세이돈의 4배 많은 항공기를 들일 수 있는 겁니다.
포세이돈이 현존 최고의 해상초계기로 군림하고 있지만 사브 측은 “해상초계기의 생명인 소노부이의 성능, 작동시간 모두 소드피시가 포세이돈을 능가한다”고 주장합니다. 사브에 따르면 소드피시는 한번에 10시간 이상 작동하는 소노부이 300개 이상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 보잉에 따르면 포세이돈은 한번에 6시간 이상 작동하는 소노부이를 90개 이상 탑재하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사브의 주장을 못믿겠다”, 사브는 “경쟁입찰 과정에서 입증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사브와 에어버스의 강점은 절충교역을 통한 기술이전입니다. 특히 사브는 해상초계기와 공중경보기의 기술이전, 한국형 전투기 KF-X의 에이사 레이더와 잠수함의 핵심기술 이전을 약속했습니다. ADD와 방산업계는 해상초계기 사업 절충교역을 통해 해상초계기와 공중경보기 생산국 지위 등극을 노리고 있습니다. ADD 핵심 관계자는 “해군에 필요한 해상초계기가 50대 이상인데 모두 사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개발해서 자체 생산할 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701사업으로 불렸던 대북 정찰기 사업도 현재 사브의 절충교역 방식과 똑같이 유럽의 기술을 받아 국내에서 정찰기를 개발 및 생산했습니다. 대형 항공방산업체의 한 임원은 “경쟁입찰을 하면서 보잉과 사브, 에어버스 기종의 성능과 절충교역 조건을 따져보면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