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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공연성 있어" vs "사생활 영역"…'개인톡 성희롱', 처벌 가능할까?

[리포트+] "공연성 있어" vs "사생활 영역"…'개인톡 성희롱', 처벌 가능할까?
지난해 11월, 20살 대학생 A 씨는 남자친구의 노트북에서 기분 나쁜 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남자친구를 포함한 남성 6명이 각각의 1대 1 대화방에서 자신의 몸매를 평가하고 성행위까지 묘사한 겁니다. 대화방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공유한 흔적도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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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남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반면 남학생들은 사생활 영역인 1대 1 대화방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카톡방 성희롱', 오늘 리포트+에서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이뤄지는 성희롱의 실태와 처벌 수위를 둘러싼 갈등을 짚어봤습니다.

■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농담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와 폭력"…끊이지 않는 단톡방 성희롱

카카오톡 등의 모바일 메신저에서 성희롱과 언어폭력이 만연해진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홍익대 세종캠퍼스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주고받은 모바일 메신저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메신저에는 "(여학생들은) 아양 떨면서 술 따르는 게 정답이다", "남존여비가 부활해야 한다" 등의 여성 비하 발언이 담겨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비슷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6월에는 고려대에서, 7월에는 서울대 학생들이 여학생을 실명을 거론하며 외모 비하,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8월 서강대에 이어, 9월에는 연세대 남학생들도 단톡방에서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성희롱한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단톡방 성희롱 문제가 되풀이되면서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015년 국민대에서는 남학생들이 단체 카톡방에서 여학생들의 사진과 실명을 거론하며 성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해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단톡방에는 32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그중 6명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4명은 '근신' 처분을 받아 교내 상담센터에서 성폭력·성희롱 예방 교육 등을 이수하고 반성문을 쓰는 것에 그쳤고, 2명에게는 '무기정학' 처분이 내려졌지만 가해자들이 이미 졸업한 상태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처벌에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 "공연성 있어" vs "사생활 침해"...1대 1 대화방 성희롱, 처벌 가능할까?

단톡방 등의 모바일 메신저에서 성희롱이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단톡방을 폐쇄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성적인 발언을 하기 쉽다"며 "친한 사람들끼리 허물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해 주의를 덜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톡방에서 주고받은 발언만으로도 법적인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제 3자나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공연한 상황, 이른바 '공연성'이 인정되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단톡방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 처벌된 사례는 여러 건 있습니다.

단톡방의 대화 내용은 쉽게 보존할 수 있고, 복사·유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성이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2016년엔 단톡방 성희롱으로 정학을 당한 대학생들이 무효 소송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습니다. 다수가 참여하는 단톡방 성희롱이 처벌 가능하다면, 두 사람만 참여하는 1대 1 대화방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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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둘만의 대화방도 공연성이 있느냐가 쟁점인데 SBS가 접촉한 법학자와 법조인 다수는 공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둘이 주고받는 메신저든, 여럿이 대화하는 단톡방이든 전파 가능성은 똑같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2년 전 여자친구와 1대 1 대화방에서 한 치어리더를 비방한 야구선수도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출될 가능성만 고려하면 처벌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1대 1로 나눈 대화는 사생활의 영역인데다가 이야기를 전해듣는 상대와의 관계나 대화 후의 태도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공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리포트+] '공연성 있어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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