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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담배, 매일 159명 죽인다"…증언부터 경고까지 '금연 광고' 변천사

[리포트+] "담배, 매일 159명 죽인다"…증언부터 경고까지 '금연 광고' 변천사
오늘(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입니다. WHO는 전 세계 흡연자들이 금연할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매년 강도 높여 경고하고 있는데요. 보건 당국도 금연의 날을 맞아 새로운 금연 광고와 슬로건을 공개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의 금연슬로건을 '흡연 스스로를 죽이고 타인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라고 선정하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광고에 흡연으로 매일 159명이 사망한다는 직접적인 통계를 담아 경각심을 높였는데요. 광고에서 담배로 비유된 한 남성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는 모습을 담아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충격적인 메시지와 내용을 담은 금연 광고, 한 번쯤은 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금연 광고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짚어봤습니다.

■ 비행기 안에도 마련된 재떨이…남성 10명 중 7명은 흡연자였던 1980년대

사실 우리나라에서 금연 운동이 시작된 것은 오래전 일이 아닙니다. 1980년대까지도 흡연은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흡연의 유해성이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가 금연 구역도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버스, 기차 등의 대중교통과 심지어는 비행기에도 재떨이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회사 사무실과 학교 교실 등 사람이 많은 실내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리포트+] '담배, 매일 159명 죽인다
이런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요? 실제로 당시 통계를 보면 흡연 인구도 많았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79%에 육박했습니다. 성인 남성 10명 중 7명 이상은 담배를 피웠던 겁니다. 하지만, 1988년 국내에 처음으로 금연 단체인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만들어졌고 정부 차원의 금연 운동이 벌어지는 등 담배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 "흡연은 스스로 구입한 질병입니다"…갈수록 무서워진 금연 광고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면서 금연 구역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담배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도 강화됐습니다. 2002년부터는 담뱃갑이 경고성 그림을 넣는 시도가 계속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에서 좌절됐습니다. 이후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등이 경고 그림 도입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갔고 14년 만인 2016년 12월부터 담뱃갑에 경고 그림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금연 광고 역시 2000년대 들어서야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2년 당시 인기 코미디언이었던 이주일 씨가 TV 금연 광고에 등장하면서 흡연에 대한 일반인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금연운동회에 따르면, 성인 남성 흡연율이 2001년 70%에서 이주일 씨의 금연 광고 이후인 2003년 57%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포트+] '담배, 매일 159명 죽인다
2000년대 초반에는 흡연의 폐해보다는 금연을 했을 때 좋은 점이 강조되는 광고가 많았습니다. 2004년 보건복지부의 금연 광고에는 연인이 담배로 비유돼 이별을 고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광고 마지막에는 '담배를 떠나 보낸 빈자리는 건강이 채웁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금연 광고에는 자극적인 장면들이 자주 그려졌습니다. 2014년 광고에는 아름다운 여성이 입을 벌려 활짝 웃을 때 누렇게 변색된 이를 보여주며 흡연의 폐해를 드러냈습니다. 2015년에 나온 금연 광고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흡연은 스스로 구입한 질병입니다'라는 슬로건의 이 광고에는 편의점에들어온 손님이 "담배를 달라"는 말 대신 후두암 1mg 주세요", "폐암 하나 주세요" 등으로 표현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미래의 자신이 담배를 사지 말라고 절규하는 모습이 담겼는데요. 흡연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질병을 직접적으로 나타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리포트+] '담배, 매일 159명 죽인다
최근에는 흡연 피해자가 직접 등장해 금연을 권하는 '증언형 광고'도 자주 만들어졌습니다. 2016년에는 구강암으로 혀의 3분의 1을 잃은 50대 남성이 가명으로 출연했고, 2017년 금연 광고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허태원 씨가 직접 등장해 "끊을 수 있을 때 오늘 당장 끊으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 "굳이 그렇게까지 불편하게" VS "강한 메시지 전달이 필요"

이처럼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하는 금연 광고에 일부 흡연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모두 병에 걸리는 게 아닌데 표현 방식이 지나치다는 겁니다. 또 흡연자 스스로를 부정적인 인간으로 여기게 하는 '낙인 효과'로 금연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흡연의 폐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포함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금연 광고'가 효과적이라고 설명합니다.

흡연을 스스로 구입한 질병으로 표현했던 2015년 11월 금연 광고에 대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만 19∼59세 성인 531명을 대상으로 어떻게 인식했는지 조사했는데요. 해당 광고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75∼80%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광고를 보고 "실감한다" 답변이 75.7%, "설득력 있다"는 답변이 75.9%, "관심 간다"는 답변은 80%에 달했습니다. "담배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는 답변도 75% 이상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같은 해 8월 만들어진 금연 광고는 흡연 시 뇌와 폐가 받는 고통을 발레로 표현했는데,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인 이 광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65~70%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9.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에서 최상위권에 달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흡연의 부작용을 알리는 경고그림 부착과 금연구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영상편집 : 이홍명 / 디자인: 전인아, 김현수 / 영상출처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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