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법부를 흔드는 건 '사법부 자신'

박상진 기자 njin@sbs.co.kr

작성 2018.05.30 15:52 수정 2018.07.06 09: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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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발표 이후 KTX 해고 승무원 등이 대법원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대법원 기습시위를 벌이는 걸 보면서 이래서야 되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은 KTX 해고 승무원들이 마땅한 근거도 없으면서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해당 재판을 청와대와의 거래대상으로 삼으려 했다는 보고서 내용만 보고 법원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한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판사들이 앞으로 제대로 된 재판을 할 수 있겠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KTX 승무원 해고하지만 이는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현재의 심각한 사태를 가져온 건 사법부 그 자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한 사람의 인생이 결정되는 판결을 가지고 이른바 장난을 친 결과라는 것이다. 혹자들은 그럼 실제 해당 판결이 왜곡됐다는 증거가 있냐고 말을 한다. 증거,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사람 목숨이 걸렸을 정도의 판결을 단순히 청와대에게 그야말로 ‘잘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썼다는 건 법원 입장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걸 가지고 단순히 상고법원 추진이 어려워지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울컥해 작성한 문건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조사단의 안이한 태도는 사법 불신을 가중시킨다. 행동 자체는 부적절했지만 실제 재판이 왜곡되거나 한 것은 없다는 말인데, 당사자들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다. 대법원은 "재판이 오염된 부분이 보이면 대법관을 조사하려고 했는데 판사의 생리상 결국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혹이 일었는데 해당 판결을 한 대법관을 조사하지 않고, 재판이 오염됐는지 여부를 어찌 알 수 있을까.

양승태 대법원장 등산 취미를 국정원이 자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반헌법적 사태 운운하던게 사법부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은 판사 성향과 동향, 재산관계까지 조사하거나 국민들을 상대로 한 재판을 가지고 청와대와 거래로 사용했다. 자신들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선 재판도 판사도 하나의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생각한 듯 하다.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이다. 사법부 독립 또한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로 드러난 것을 보면 사법부는 더 이상 자신들이 그런 말을 할 상황도, 처지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법원은 진정 뼈를 깎는 반성과 자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양승태 대법원만의 문제만도 아닌 듯 하다. 사법거래, 판사사찰 등과 같은 중요한 조사결과를 뉴스 수요도 거의 없는 금요일 늦은 밤에 내놓고 대책 한마디 없이 "블랙리스트는 없었다"고 결론을 낸 김명수 대법원 또한 자신들의 안이한 현실인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