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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밖에서는 화장실 안 가요"…일상에 스며든 '몰카 범죄', 더 이상 남의 일 아니다?

[리포트+] "밖에서는 화장실 안 가요"…일상에 스며든 '몰카 범죄', 더 이상 남의 일 아니다?
서울의 한 여대 앞에 있는 사진관 직원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를 찍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진사의 휴대전화에서는 다수의 몰카 영상이 발견됐는데요. 경찰 조사 결과, 사진사는 지난해 5월부터 9달 동안 몰카를 찍어왔고 피해 여대생만 215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지난 24일에는 3년간 전국을 돌며 지하철과 공원 등에서 여성 몰카 6천 장을 촬영한 범인이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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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처럼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휴대용 송곳이나 드라이버를 가방에 챙겨 다니는 여성들까지 등장했습니다. 몰카가 있을 만한 구멍을 찌르는 용도로 사용되는 송곳, 드라이버 등은 이른바 '몰카 찌르개'라고 불리는데요.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몰카 범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 "볼펜 카메라 성능 좋아요"…일상으로 들어온 몰카 범죄

몰카 범죄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찰청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2년 2,400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2015년 7,623건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2016년에는 5,185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6,470건으로 다시 늘었습니다. 성폭력 범죄에서 몰카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은데요.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7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3.9%였던 불과했던 몰카 범죄는 2015년 24.9%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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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몰카는 갈수록 종류가 다양해지고 수법도 치밀해지는 상황입니다.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넥타이, 볼펜, 물병, 탁상시계, 안경, 벨트 등 수많은 초소형 카메라가 인터넷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고 간단한 검색만으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지난해 9월에는 도난 방지 등을 목적으로 일반 가정이나 점포에 설치된 IP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을 훔쳐보고 옷 갈아입는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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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 대통령 "몰카, 악성 범죄로 봐야"…처벌 강화 목소리 높아지는 이유는

몰카 범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상태지만,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해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고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실제 범죄자들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가벼운 편입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1년 1월부터 2016년 6월 사이 서울 지역 법원에서 선고된 몰카 사건 판결 1,540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벌금형이 71.97%에 달했고 집행유예가 14.67%, 선고유예 7.46%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징역형은 5.32%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79.97%로 몰카 범죄를 저지르고 벌금을 내더라도 그 금액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몰카 범죄의 주 피해자인 여성들은 안전지대가 없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장성원 씨는 "집이 아닌 화장실은 최대한 안 가려고 한다"며 "밖에서 화장실에 가더라도 몰카 구멍이 있는지 무조건 확인한다"고 말했습니다.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잇따르자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시대가 변하면서 몰카 범죄 등도 중대해졌다"며 수사기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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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도 명백한 가해 행위"…몰카 보는 사람도 처벌하자는 목소리 높아

일각에서는 몰카 촬영과 유포 행위뿐만 아니라, 몰카 영상을 보는 사람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디지털 성범죄(불법 촬영물) 시청자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는데요. 29일을 기준으로 청원에 지지자가 5만 8천 명에 달했습니다.

청원 작성자는 "우리나라에서 마약류의 제조, 유통, 투약 모두 불법인 것과 달리, 몰카 영상 등은 제조와 유통까지만 불법으로 본다"며 "불법 촬영물 시청도 명백한 가해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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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부산경찰청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몰카를 보는 누리꾼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스톱 다운로드 킬(Stop Download Kill)'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가짜 몰카로 시작되는 이 영상은 중반부쯤 여성이 귀신으로 변화면서 "몰카에 찍힌 그녀를 자살로 모는 건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당시 부산경찰청 허정오 팀장은 "기존의 캠페인은 공급에만 초점을 맞춰 근절 노력을 해왔으나,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서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나와 내 가족이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불법 촬영 영상, 몰카 범죄를 예방하려면 찍는 행위도, 보는 행위도 근절돼야 하지 않을까요?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전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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