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대학생 A 씨는 평소 가족들과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눕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뒤부터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거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고등학생인 A 씨의 남동생은 가족이 집에 다 있는데도 메신저로 말을 걸 때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서운하다던 부모님도 메신저를 더 편하게 생각합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가정의 달을 맞아 초·중·고교생들의 일과를 분 단위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 조사했는데요. 우리나라 학생들이 하루 평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단 13분에 불과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하루 중 0.9%의 시간만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공유하는 겁니다. 심지어 13분도 평균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가족과 이보다 더 적은 시간을 함께하는 학생도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갈수록 가족 간의 대화가 줄어드는 걸까요? 우선 맞벌이하는 부모가 늘면서 과거에 비해 자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초·중·고교생들이 사교육에 치이면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은커녕 휴식 시간도 가질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지난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실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은 평균 6.1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중학생(6.4시간)이나 고등학생(4.9시간)에 비해 초등학생이 사교육에 쓰는 시간이 6.7시간으로 가장 길었습니다. 주말에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초등학생들은 학교를 마치고 매일 1시간 30분 이상을 학원과 과외에 쓰고 있는 겁니다.
■ '화목한 가정' 꿈꾸는 아이들…서로에 대한 관심과 대화 필요한 시점
부모와 자식 사이 대화가 부족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도 아이들은 가족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행복을 위한 최우선 조건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나라 초·중·고교생의 25.7% '화목한 가정'을 꼽았습니다. 이어 돈(19.3%), 자유(13%), 건강(11%)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평소 행복을 느끼는 장소'로 38%의 아이들이 '집'을 선택했습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김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