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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브의 파격 또 파격…해상 초계기 사업, 새 국면 진입

[취재파일] 사브의 파격 또 파격…해상 초계기 사업, 새 국면 진입
현 정부의 첫 외국 무기 도입 사업으로 꼽히는 해상 초계기 사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P-8A 포세이돈을 내세운 보잉과 방사청이 포세이돈 단독 계약으로 사업을 끌고 가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방사청이 단독 계약과 경쟁 입찰 방식을 함께 놓고 막판 저울질에 돌입했습니다. 이 달 중에 사업 방식이 결정될 전망입니다.

비즈니스 제트기를 플랫폼으로 한 해상 초계기 소드피시(sword fish) 판매를 희망하는 스웨덴의 사브는 획기적인 절충교역 안을 내놨습니다. 한국형 전투기 KF-X를 위한 능동 위상 배열 즉 에이사(AESA) 레이더 기술의 이전과 해상 초계기 및 공중 경보기 제작 기술 이전입니다. 눈이 번쩍 뜨일 제안입니다. 군은 당연하고, 포세이돈 단독 계약을 고집하던 방사청조차 흔들리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해상 초계기 사업이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면 전통의 초계기 포세이돈을 앞세운 보잉과, 파격의 절충교역을 제시한 사브의 한판 대결이 펼쳐집니다. 사업 방식 결정은 이달 중순 방사청의 사업분과위원회와 이달 말 방위사업추진위를 거쳐 결정됩니다.

● 'FMS 단독 계약' 고집하던 방사청, 기류가 바뀌고 있다!
보잉의 해상초계기 포세이돈
방사청은 그동안 1조 9천400억원 규모의 해상 초계기 해당 기종에 보잉 포세이돈만 올려놓고 보잉과 단독 계약을 맺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포세이돈 도입은 미국의 FMS(해외무기판매) 방식이어서 가격인하, 기술이전 같은 혜택이 전혀 없는데도 방사청은 단독 계약을 추진했습니다.

지난 해 하반기 한국 최고의 국방 싱크탱크인 한국국방연구원 KIDA가 “해상 초계기 사업은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놔도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방사청의 포세이돈 단독 계약 주장의 요지는 “사브의 소드피시는 실물이 없는 항공기이다”입니다.

사실 방사청의 주장은 곧 보잉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보잉도 F-X 3차 사업 때 실물 없는 F-15 사일런트 이글을, 공중급유기 사업 때는 개발 중인 KC-46A를 내놓고 경쟁입찰에 참여했었습니다. 실물 없는 항공기라고 경쟁사를 비난하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입니다.

게다가 보잉은 예비역 공군 중장이자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 출신의 박 모씨를 2016년 말 고문으로 영입한 전력이 있습니다. 보잉 측은 “박 씨 건은 문제없는 계약”이라고 주장했지만 박씨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업관리본부장이라면 무기 사업 관리를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얼마 전까지 직장 상사였던 이가 보잉을 위해서 뛰는데 방사청 직원들이 보잉을 무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방사청은 어떤 비판에도 흔들림 없이 포세이돈 FMS 단독계약을 밀어붙이더니 최근 들어 극적으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달 중순 사업분과위원회와 이달 말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단독 계약 뿐 아니라 경쟁 입찰도 함께 올려서 사업 방식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 선정될 지 쉽게 감을 못잡겠다”고 말했습니다. 방사청 내부에서조차 FMS 단독 계약이냐 경쟁 입찰이냐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 같습니다.

● "초계기·경보기 기술 다 준다"…사브의 유례없는 파격
사브의 공중경보기 글로벌아이와 해상초계기 소드피시
사브는 지난 3월 기자 간담회를 열고 “소드피시가 한국 해군 해상 초계기로 선정되면 KF-X 사업에 필요한 에이사 레이더 기술을 비롯한 각종 첨단 기술을 절충교역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에이사 레이더 기술의 이전 제안만으로도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사브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해상 초계기와 공중 경보기의 기술까지 넘겨줄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외국계 방산업체의 관계자는 “한국 기술진이 해상 초계기 소드피시 뿐 아니라 공중 경보기 글로벌아이(global eye)의 개발과 생산에 참여하는 방안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브가 선정되면 한국 기술진이 스웨덴 현지 공장에서 스웨덴 기술진과 함께 소드피시 몇 대를 만들고, 몇 대는 한국으로 두 나라 기술진이 들어와서 만드는 방식이 유력합니다. 또 몇 대는 스웨덴 기술진 감수 하에 한국 기술진의 단독으로 제작하는 것입니다.

이미 몇 나라에 수출되고 있는 공중 경보기 글로벌아이도 같은 식으로 기술을 이전하겠다는 게 사브의 복안입니다. 사브의 절충교역 안은 국방과학연구소에 이미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로서는 해상 초계기와 공중 경보기 기술을 한꺼번에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한국 방위사업의 수준이 순식간에 업그레이드되는 일이라 적극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포세이돈은 전통의 최고 해상 초계기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2조원 좀 못되는 예산으로 5대 정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소드피시는 신생 도전자입니다. 이번 예산으로 10대 안팎까지 맞출 수 있고, 최신예 정찰탐지장비를 장착하면 차세대 초계기로 손색 없는 성능을 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굳이 포세이돈만 사겠다고 고집할 일이 아닙니다. ‘구관이 명관’ 포세이돈도 좋지만 ‘획기적 절충교역’ 소드피시를 함께 올려놓고 성능, 가격, 절충교역 조건을 단단히 따지는 편이 백번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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