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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흑역사' 학자, 아동 포르노 누명 벗어

스탈린 통치 소비에트 시절 숙청으로 숨진 9천여 명의 존재를 밝혀낸 러시아 '흑(黑)역사' 연구 역사학자 유리 드미트리에프가 '아동 포르노' 혐의에서 벗어났다.

그는 1930년부터 1955년까지 운영됐던 소비에트 당시 강제 노동 수용소 '굴라크'(Gulag)의 존재를 파헤쳐 주목을 받았다.

드미트리에프는 지난 30년간 굴라크에 매달려 수용소에서 숨진 이들의 묘지들을 찾아냈다.

이들의 유골은 러시아 북서부 산타르모크 숲 속 마을 공동 구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그는 러시아 최대·최고 인권단체 '메모리얼'(Memorial) 관계자들과 추적·발굴에 나선 끝에 성과를 얻었다.

발견 초기 지방정부는 그의 노력을 지지했고 숲 속에서 진행된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태도를 바꿨다.

러시아 정부가 흑역사는 덮어둔 채 과거 잘된 역사만을 부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스탈린 시대를 지나치게 악마의 시대로 부각하는 것은 소비에트연합, 즉 러시아를 공격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이후 친정부 매체들은 드미트리에프가 유골을 대량 발견했다고 주장한 곳은 1939년 발발한 핀란드와의 이른바 '겨울 전쟁'(Winter War) 당시 핀란드인들이 소비에트 군 소속 군인들을 처형한 장소라는 주장을 담은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역사학자 대부분은 그럴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드미트리에프는 2016년 12월 당시 11살이었던 입양 딸의 발가벗은 모습을 담은 사진 9장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그는 사진들이 포르노 사진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당국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사회복지담당이 그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에프는 양녀가 얻어맞지 않았다는 증거 확보 차원에서 나체 사진을 찍어뒀을 뿐이라고 맞섰다.

5일(현지시간) 열린 법원 판결에서 그는 포르노 사진 소지 혐의에서 벗어났지만 형량이 낮은 불법 엽총 소지 혐의를 받았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에 따라 드미트리에프는 3개월의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명령 처분을 받았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총기 소지 혐의를 부인했으나 항소했는지는 즉각 전해지지 않았다.

러시아 인권단체들은 수사관들이 그의 자택을 불법으로 수색했고 익명 제소를 토대로 기소한 것은 물론이고 정신감정을 의뢰했다면서 이런 행태는 과거 스탈린 시대를 일깨워주는 것으로 그는 무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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