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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림픽 사후 점검 ② : 정선 알파인 경기장, 멀고 먼 복원

올림픽은 끝났지만…

[취재파일] 올림픽 사후 점검 ② : 정선 알파인 경기장, 멀고 먼 복원
올림픽을 치렀던 경기장 가운데 유일하게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는 곳이 정선 알파인 경기장입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국제스키연맹(FIS)의 기준(거리 3km 이상, 표고차 800m 이상, 경사도 17도 이상)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정선 가리왕산에 건설됐습니다.

가리왕산 외에도 다른 후보지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경기장 시설을 한곳에 모아 선수들이 이동하는 데 큰 불편이 없어야 올림픽 유치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평창과 가까운 정선 가리왕산 하봉(下峰)에 건설됐습니다. 경기장 건설 대상인 하봉의 해발 100m 이상 지역은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서 당시 환경단체의 반발도 컸지만 결국 경기장은 건설됐습니다. 복원을 전제로 말이죠.

이제 올림픽이 끝났기 때문에 이 정선 알파인 스키장은 다시 원래의 모습인 산림으로 복원될 예정입니다. 체육계와 지역주민들이 스키장 존치를 요구하고 있고,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021년 동계 아시안게임을 남북 공동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산림청은 복원을 전제로 강원도와 조직위에서 국유지를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국가적인 합의가 없는 한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과연 원래의 천연림으로 복원하는 게 가능할까요? 복원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 경기장 훼손 심각
정선 알파인 스키장의 복원 대상 면적은 전체 81ha입니다. 1ha가 1만㎡이니까 81ha는 가로·세로 100m 면적의 땅 81곳을 복원해야 하는 셈이죠. 강원도는 이곳에 묘목을 심어서 복원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산림청 중앙산지위원회가 강원도가 제출한 복원 기본 계획을 보류한 상태라 지금은 강원도가 기본 계획을 다시 보강하는 중이기는 하지만 묘목 조림 계획은 변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심어야 할 묘목이 53만 그루 정도라서 묘목을 심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조림할 묘목은 모두 가리왕산에서 종자를 채취해서 묘목으로 키워야 합니다. 같은 환경에서 자란 나무라야 적응하기도 쉽고 생존에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림 작업이 당장 올해부터 시작해도 모자랄 판에 아직 종자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일부 종자를 채취했지만 “필요한 양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에 그쳤다고 합니다. 나무들은 해마다 좋은 결실을 맺는 게 아니라 해를 거르거나, 몇 년에 한 번씩은 좋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묘목을 키울 종자 확보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에서 받은 종자로 묘목을 키울 수는 없습니다. 종자를 채취해서 묘목으로 키우는 데도 최소한 몇 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묘목을 심어도 잘 자랄지도 걱정입니다. 가리왕산 복원 대상지 81ha 가운데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이 22ha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지역은 해발고도가 1천m 이상으로 고지대인데 묘목이 잘 자라기에는 아주 열악한 환경입니다. 토양 자체가 척박한데다 연평균 기온도 낮아서 평지에서보다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합니다. 게다가 바람도 강한 곳인데, 스키장 슬로프를 만들면서 고지대의 큰 나무들을 베어내어 작은 묘목을 심게 되면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게 생겼습니다. 숲은 기본적으로 큰 나무와 중간 나무, 작은 나무들이 섞여서 서로 바람을 막아주고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데 이런 기능이 사라진 상태에서 나무만 조림하게 되면 말라 죽게 될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알파인 경기장
복원도 걱정이지만 당장 이번 여름 산사태와 같은 재해도 걱정입니다. 해빙기가 되면서 슬로프를 덮고 있던 눈과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는데 가파른 슬로프와 절개지가 많아서 장마철이 되면 예기치 못한 곳으로 대량의 물이 흘러나오며 산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슬로프 현장을 찾았을 때도 가파른 절개지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나오면서 토석류가 조금씩 흐르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산림청이 임의로 4개 지점에 대해 사면안정성을 검토한 결과 2개 구간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산림청의 산사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는 2개 구간에서 시간당 75.2mm의 비(100년 빈도)가 내릴 경우 산사태가 발생하고 토석류로 흘러내려 산 아래의 하부 시설까지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원도는 슬로프의 눈이 녹는 대로 응급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가리왕산 복원 계획이 순조롭게 준비된다고 해도 산림청 중앙산지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해서, 복원 실시 설계를 확정 짓고, 복원 업체와 계약을 마치고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려면 빨라야 2020년부터나 가능할 듯합니다. 몇 년에 걸쳐 조림 사업이 진행되고, 묘목이 무사히 살아남아 다시 큰 나무로 자라 숲을 이루려면 다시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합니다. 올림픽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치러야 할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습니다.

▶ [취재파일] 올림픽 사후 점검 ① : 경기장, 연간 수십억 원 적자 예상
▶ [취재파일] 올림픽 사후 점검 ③ : 평창,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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