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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좌파 아이콘' 룰라의 운명은?…수감 불가피할 듯

브라질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이자 '좌파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정치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았습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5일 새벽(현지시간) 모든 항소 절차가 끝날 때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룰라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11시간 넘는 격론 끝에 찬성 5명, 반대 6명으로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정부 계약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복층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9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올해 1월 말 2심 재판에서는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올해로 72세인 룰라 전 대통령이 수감되면 그의 정치인생은 사실상 종말을 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룰라 전 대통령이 곧바로 체포·수감되는 것은 아닙니다.

룰라 전 대통령 측은 10일까지 법원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고, 재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룰라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권한은 세르지우 모루 연방 1심 판사에게 넘어갔습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실제로 수감되면 올해 대선 판도는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됩니다.

대선을 전후해 정국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수감되더라도 대선 후보로 나설 수는 있습니다. '옥중 출마'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후 연방선거법원에 대선 후보 자격에 대한 해석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연방선거법원이 대선 후보 자격을 인정하지 않으면 연방대법원에서 이 문제를 다툴 수 있으며, 그러는 동안 9월 중순까지 합법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좌파 노동자당(PT)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브라질 민주주의의 비극적인 날"이라는 비난 성명을 발표했으며, 상파울루 시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협의했습니다.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 수감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올해 대선에서 다른 후보를 내세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상파울루 시장을 지낸 페르난두 아다지나 북동부 바이아 주지사를 역임한 자케스 바기네르가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혐의로 잇달아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여론조사에서는 견고한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며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꼽힙니다.

올해 대선 1차 투표일은 10월 7일이고,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10월 28일 결선투표로 승부를 가린다.

한편, 좌파 성향의 사회단체들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최대 방송사인 글로부 TV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반발하고 있습니다.

빈농단체인 MST는 룰라 전 대통령을 체포·수감하면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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