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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졸음운전③] 이래서 졸린 거였어? 졸음 부르는 '이산화탄소'

몇 년 전 소개팅을 했던 A군. 썸을 타던 시기…A군 차를 두어 번 얻어 탔는데, 차를 탈 때 마다 하품이 나왔습니다. 하품이 나올 때면 A군은 "지루하신 건 아니죠?"라고 물어봤고 저는 "엄훠 아니에요. '산소'가 모자라서 그런 것 같아요. 오홍홍홍" 하고 '농담'처럼 말을 던지며 순간 민망한 상황을 모면했습니다. 뭐…하품을 많이 해서 A군과 잘 안된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건 제가 변명으로 했던 '산소가 부족해서…'라는 말이 근거가 없는 얘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충분히 잤는데도 차 안에서 졸음이 오는 건 이산화탄소 때문일 수 있다는 졸음운전 시리즈 2번째 기사를 보고 친하게 지내던 K본부 이 모 PD도 깨톡을 보내왔습니다. '버스를 타기만 하면 자는 이유'가 그거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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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도 느끼시지 않나요? 잠을 충분히 잤다고 느끼는데도 유난히 버스만 타면 누가 수면제를 먹인 것처럼 정신 못 차리고 졸린 경험, 많이들 해보셨을 겁니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들면서 뇌가 활동을 활발히 하지 못해 졸리게 되는 겁니다.

환경부가 마련한 대중교통 실내 공기 질 권고기준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상시 2,000ppm 이하, 혼잡시 3,000ppm 이하입니다. 2,000ppm만 넘어도 졸음을 유발할 수 있고 3,000ppm이 넘으면 어깨 결림이나 두통과 같은 건강의 변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밀폐된 차량에선 얼마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빨리 올라가는지 실험 해봤습니다. 45인승 버스에 절반 가량 사람을 태우고 달렸습니다. 출발 전, 이산화탄소 측정기에 찍힌 수치는 609ppm으로 정상수치를 보였지만 10분 만에 1,000ppm을 넘어섰고, 30분이 지나자 3,000ppm, 50분이 지나자 5,000ppm에 다다랐습니다. 처음에 활발히 이야기 꽃을 피우던 탑승객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곯아떨어졌습니다.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 헤드뱅잉을 하는 사람 등등 잠에 완전히 취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갑자기 감기약을 먹은 것처럼 졸렸다"는 탑승객들의 반응도 있었습니다. 5,000ppm이 넘어선 뒤, 인터뷰를 하던 저는 말을 할 때 헐떡일 정도로 숨이 찼습니다. 한 탑승객은 "잠을 자다가 숨이 차서 잠에서 깼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실험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버스 보다 공간이 훨씬 좁은 승용차도 실험해봤습니다. 4명 탑승 기준으로 20분 만에 5,000ppm을 넘어섰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른 뇌파도 측정해 봤습니다. 3,000ppm이 넘어서자 피실험자 눈이 슬슬 감기기 시작했고 이 상태에서 중간 중간 알파파가 나타나는 게 보였습니다. 차안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운전하다 눈이 감길 수 있다는 것이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15분~20분마다 외기버튼을 눌러주거나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면 됩니다. 사실 요즘은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기가 부담스럽습니다. 외기버튼을 눌러주면 필터가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걸러준다고 하니 외기버튼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차 안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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